LOL이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는 날이 올까

올림픽은 고민이 있다.

1896년 시작해 ‘세계인의 축제’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든다. 메달을 따는 것은 여전히 영광된 일이나 메달의 수가 곧 국력이던 시절은 지나갔다. 국경을 넘어, 세계인이 한 자리에 모이는 방식에 대한 보건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예정됐던 도쿄 올림픽은 아예 취소가 되어 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이 주기적으로 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e스포츠도 고민한다.

1998년 전국적인 스타크래프트 열풍을 타고 태어나 1조원이 넘는 시장 규모를 만들 정도로 빠르게 컸다.  ‘젊은 세대’와 ‘온라인’이라는 두 키워드가 양분을 댔다. 선수들의 인기는 연예인 뺨친다. ‘제왕’의 자리에 오른 선수의 연수입이 50억원이라는 카더라 설이 돈다. 그러나 e스포츠의 원동력인 ‘게임’은 여전히 하위문화로 취급되고, 심지어 질병의 원인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스무살이 넘었건만 제대로 성인 대접을 받지 못한다.

각자의 고민을 가진 올림픽과 e스포츠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스포츠 인기종목인 ‘LoL ’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는 아직 이르다.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 국제 올림픽위원회(IOC) 안에 e스포츠와 관련한 논의를 위한 협의단 ‘e스포츠앤게이밍 리에종 그룹(ELG)’이 지난 2018년에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확산, 전통 스포츠 대회의 인기 하락 등 최근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올림픽과 e스포츠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상상해보는 것은 유의미하다. 각종 논의가 ‘새로운 형태의 올림픽’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4일 서울 상암 e스포츠 명예의전당에서 만난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채택 가능성과 관련해 “워킹그룹도 ‘올림픽 무브먼트’의 확산이라는 가치의 측면에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학 사무총장은 IOC의 ELG 소속으로, e스포츠에 대해 고민하는 일원이다. 김 총장은 이날 한국게임미디어협회와 한국게임기자클럽 공동 주최한 ‘코로나 시대, 한국e스포츠의 미래’의 강연을 맡아 발표하며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두 가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어떤 아이디어가 전통적인 스포츠에도 활기를 가져다주고 또 e스포츠의 지속적 성장에도 보탬이 된다면 실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그것이 올림픽의 정신이나 가치에 합당한 것이라면 말이다. 김 총장은 “올림픽에 참여하는 선수나 시청자도 줄어든다. 모든 종목에서 그런 현상이 나온다”면서 “그런데 10대나 20대는 온라인으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니 가치 확산 측면에서 어떻게 e스포츠를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올림픽에도 그런 숙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크게는 두 가지 아이디어에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첫째는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의 협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가 줄줄이 취소되던 전통 스포츠들이 벌써 이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에서 선수들이 경기장 대신 피파(FIFA)라는 온라인 축구 게임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 대회의 결승전 시청자는 17만명에 달했다. 축구 뿐만 아니라 야구나 농구 같은 전통적인 인기 게임들이 비대면 시대에 생존을 위한 방안으로 e스포츠와 협업을 택하고 있다.

국내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김 사무총장은 “K리그와 협약을 통해서 피파온라인 4로 예선을 치렀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며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도 유사한 경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일이 일상화되다보면, 더 큰 대회 – 예를 들어 올림픽- 에서도 e스포츠를 경기에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다.

두번째는 e스포츠 그 자체가 올림픽의 한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이다. 스포츠라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부를 보는 일이다. 이 가치는 전통적인 스포츠나 e스포츠 모두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주요한 업무 상당수를 온라인에서 하고, 여러 관계도 온라인에서 다진다. 스포츠 역시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인기 측면에서도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에 비해 처지지 않는다. 올해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의 하루 평균 순 시청자 수는 463만명이다. 숫자가 많기도 하지만, 지난해 보다도 그 수가 13.4% 늘었다는 점이 더 눈에 띈다. 성장하는 분야라는 뜻이다.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북미나 중국에서도 e스포츠의 인기가 늘어나고 있다. 그에 부응하듯, e스포츠 경기는 국제대회로도 진행된다. 물론 온라인이고, 연중 열린다.

다만, 나라나 세대마다 인기 있는 e스포츠의 종목이 다를 수 있는 등 아직 고려해야 할 부분은 많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이뤄낸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국내 e스포츠 선수들이나 게임산업이 성장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e스포츠의 종목인 게임에 대한 인식 역시 개선될 수 있다. 김 사무총장은 “e스포츠가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e스포츠의 기반 뿌리인 PC방과 아마추어 선수 양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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