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마켓 수수료를 둘러싼 헤게모니 전쟁이 시작됐다

당신이 만약 네이버웹툰을 보려고 쿠키를 충전한다고 하자. 쿠키는 얼마일까? 간단한 질문이지만, 이에 대한 답은 간단치 않다. 당신이 어떤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신이 삼성 갤럭시를 사용한다면 쿠키는 1개에 100원이다. 보통 네이버웹툰 1회를 대여해 보기 위해서는 2개의 쿠키가 필요하니까 웹툰 한 편 보는데 200원을 내면 된다. 하지만 당신이 애플 아이폰을 사용한다면 쿠키 1개당 120원, 웹툰 1편에 240원을 내야한다. 아이폰 유저가 20% 더 비싸게 네이버웹툰을 보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는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의 정책차이 때문이다. 애플은 디지털콘텐츠(음원, 영상, 게임, 웹툰 등) 앱 개발사가 애플의 앱 내부 결제시스템(In App Purchase, 이하 인앱결제)을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리고 인앱결제로 거래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수수료 30%를 받는다.

즉, 당신이 아이폰으로 네이버웹툰 쿠기 1개를 충전하면 애플이 36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애플의 이런 정책을 거부하면 앱스토어에서 쫒겨난다. 최근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앱스토에서 퇴출돼 논란이 일었다.

구글도 마찬가지로 인앱결제할 때 30%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구글은 인앱결제를 모바일게임에만 의무화했다. 네이버웹툰과 같은 비게임 콘텐츠 서비스는 구글 인앱결제가 아닌 외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마도 네이버웹툰 쿠키를 충전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네이버페이를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구글도 게임 이외의 디지털콘텐츠에 30%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을 국내 앱 개발사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구글은 공식적으로는 인앱결제 정책변경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만약 구글도 애플처럼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인앱결제를 강제한다면 기업들의 타격은 클 것이다. 애플은 국내에서 점유율이 크지 않기. 때문에 30% 수수료를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구글까지 같은 정책을 쓰다면 현재의 가격으로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그 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의 콘텐츠 이용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음원, OTT, 웹툰/웹소설, 전자책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 이용자는 물론, 앱 개발사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공동대응에 나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24일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기협은 “구글의 행위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인터넷산업 전반에 악역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방통위에 위반행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기협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국내에서 온라인 사업을 펼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소속된 협회로,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인기협 차원에서 구글 정책 변경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움직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앱 플랫폼 독점자(구글, 애플)과 앱 서비스 기업들(네이버, 카카오 등)의 헤게모니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해외에서는 에픽게임즈가 홀로 선봉에 섰지만, 국내 기업들은 연대를 택했다.

며칠 전에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도 방송통신위원회에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다. 앱 마켓 사업자인 구글·애플이 인앱결제 강제하는 게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다. 코스포는 국내 1500여 개 스타트업의 연합 단체다. 마켓컬리, 직방, 토스의 대표들이 공동의장직을 맡고 있다.

시민단체도 국내 기업들의 주장에 힘들 싣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민생경제연구소, 올바른통신복지연대, 한국YMCA전국연맹은 성명서를 내고 구글은 앱 마켓 수수료 인상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공정위는 앱 마켓에 대한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조사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지난 7월 국회에 출석해 “(구글의 앱마켓 정책 변경이)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도 공동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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