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배그’, 상반기 어디에서 얼마 벌었나
올 상반기, 게임사 중 가장 놀라운 실적을 보인 곳을 꼽으라면 단연 ‘크래프톤’이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인기에 불이 붙으면서 올 상반기에만 총 8872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5137억원이다(2020.08.14. 반기보고서 기준). 크래프톤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4551억원과 1298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매출은 95%, 영업익은 295%가 늘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본다면, 국내 게임사 중 넥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최대 실적 이끌어 낸 키워드 ‘모바일, 아시아’
지금의 크래프톤을 만든 일등공신은 역시 배틀그라운드다. 2017년 3월에 콘솔 버전으로 얼리 액세스를 시작해 16일만에 100만장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한 게임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것이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됐다. 스팀 플랫폼에서 동접 200만명을 넘는 최초의 게임 등, 여러 ‘기네스 세계 신기록’ 타이틀을 얻었다. 지난 7월 기준, 배그의 판매량은 7000만장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배그의 새 전성기는 ‘모바일’에서 나온다. 펍지와 텐센트가 공동 개발했다. 전세계로 유통 됐는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맡았다. 2018년 5월 출시돼 현재 국내 누적 가입자 수 2000만명을 돌파했다.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는 6억건이다.
올 상반기 배그의 호조 역시 바로 이 배그 모바일이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메가히트를 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크래프톤은 연합군이기 때문에 이 회사의 모든 수익이 ‘배그’ 하나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기보고서에서는 종속회사의 매출도 나오는데 이 중 배그를 만든 펍지의 몫이 약 8579억원이다. 배그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것은 확실하다.
올 상반기 매출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기준으로는 모바일, 지역 중에서는 아시아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서 모바일 영역의 매출이 350%나 늘었다. 모바일 매출만 7108억원으로 올 상반기 매출 대부분이 모바일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PC 온라인의 매출이 모바일보다 많았는데, 올해는 완전히 역전됐다.
시장으로 보면, 전체 8872억원의 매출 중 한국에서 나온 것은 547억원에 불과하다. 전체의 87%에 달하는 7703억원의 매출이 아시아에서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아시아의 매출이 두 배나 늘었다.
이 아시아 매출에서 ‘중국’은 빠진다. 크래프톤은 현재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판호(일종의 게임 판매 허가증) 불허 방침 때문으로, 국내 모든 게임사가 마찬가지 상황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5월 중국 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 해외 매출 집계 사이트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 종료 후 시작한 ‘화평정영’을 배그의 수익과 함께 집계하기도 한다. 화평정영은 텐센트가 배급하는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으로, 배그와 게임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화평정영의 매출은 펍지와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크래프톤 실적에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크래프톤 측의 공식 입장이다.)
아시아 시장 매출 견인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이 이끌었다. 특히, 인도에서 배그 모바일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인구 수가 많고 게임 시장이 성장하는 시장에서 배그가 청년 층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 시장의 점유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북미/ 유럽 시장의 점유율이다. 그동안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에 게임업계가 주목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게임사들의 숙원이었던 ‘북미 진출’에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도 북미지역의 실적은 잘 나온 편이다. 북미와 유럽에서 총 570억의 매출을 냈다. 국내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자면 다소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의 매출은 780억원이다. 곧바로 비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북미 지역에서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 크래프톤은 어떤 회사?
‘테라’를 만든 블루홀이 전신이다. 개성 있는 개발사들이 모인 ‘연합군’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 크래프톤으로 사명을 바꿨다. 지주회사인 크래프톤이 연합군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스왑하는 형태로 100% 확보한다. 엔매스, 펍지, 피닉스, 레드사하라스튜디오, 딜루전스튜디오 등이 연합군의 일원이다. 어 느 한 곳에서 크게 수익이 나면 이를 공유해서 다른 개발사들이 신작을 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자는 것이 연합군의 취지다.
창업자는 4차산업혁명위원장을 지낸 장병규 의장이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검색엔진인 ‘첫눈’을 만들었다가 NHN(현 네이버)에 매각하면서 실현한 이익금으로 블루홀을 만들었다. 또, 벤처투자사인 본엔젤스파트너스도 창업했다. 현재는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과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의 고문을 맡고 있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 경영에 세세하게 간섭하지는 않으나 조직의 굵직한 이슈를 결정하는데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장 의장은 크래프톤의 지분을 17.5%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다. 가족이나 특수관계법인, 등기/미등기 임원 등 장 의장에 우호적인 관계의 지분까지 합친다면 전체의 43.1%를 차지한다. 즉, 크래프톤에 미치는 장 의장의 힘이 매우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두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진 곳은 13.2%를 확보한 텐센트의 투자 자회사 이미지프레임 인베스트먼트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 전반에 두루 강항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게임사다. 크래프톤과도 협력하고 있다. 일단, 배그 모바일 자체를 펍지와 공동개발했다. 경영 전반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게임즈 부사장인 샤오이마는 크래프톤의 등기이사로 현재 경영 자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최근 크래프톤의 변화를 꼽자면 대표 교체다. 지난 6월 30일, 펍지의 김창한 대표가 크래프톤 사령탑도 맡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대표는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성공신화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로, 배그를 기획한 PD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신임 대표로서 현재 두 가지 비전을 밝힌 상태다. 첫번째는 더 많은 IP의 확보를 위한 노력이다. 배그 이후의 히트작을 만들어내기 위한 투자나 인수합병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다른 비전은 게임과 더불어 ‘엔터테인먼트’로의 사업 영역 확장이다. 구체적 설명은 없었으나, 크래프톤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포괄한다. 기존의 사업의 틀을 생각해본다면 e스포츠 등이 예상될 수 있겠으나, 아예 새로운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
예컨대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한 고민 중 하나로 ‘야구’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다. 넷마블도 투자 전략을 고심하다 시장이 예상치 못한 ‘코웨이’를 인수를 했던 것도 하나의 사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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