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협업툴 노션, 세계 최초로 한국에 왔다

최근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인턴기자를 모집 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지원을 했는데요, 입사지원서 문서 형식만으로도 지원자의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력서 양식’을 검색해서 다운받은 HWP 파일에 내용만 채워넣은 지원자에게는 왠지 눈길이 많이 가지 않더군요.

그런데 한 이력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반적인 워드프로세서로는 작성되지 않았을 것 같은 PDF 파일이었습니다. 직원 중 한 명이 이 이력서를 보더니 “노션으로 작성해서 PDF로 내보내기 했나보네요”라고 분석했습니다. 그저 노션으로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힙’한 느낌을 주고, 그 지원자에게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네, 이번 기사의 소재는 ‘노션’입니다. 노션은 최근 트렌드에 민감한 IT업계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노트 및 협업 솔루션입니다. 최근에 잘나가는 스타트업들이 노션을 많이 이용합니다. 이때문에 노션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힙스터’가 되는 느낌이랄까요? 국내에서는 당근마켓이나 쏘카, 리디북스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노션을 사용해서 협업을 하고 있고, 개인 차원으로도 노트나 데이터 공유 용도로 노션을 사용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션은 올해 4월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투자회사 인덱스벤처스 등에서 5000만달러(620억원)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노션, 한국 진출


한국에서 인기가 높아지자 노션이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이반 자오(Ivan Zhao) 노션 창업자 겸 CEO는 11일 한국 기자 대상 온라인 기자간담회 통해 “미국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한국에 영업 및 지원 조직을 세팅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한국어로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노션이 비영어권 사용자를 위해 외국어 버전을 출시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그동안 한국 내 노션 유저는 영어 버전을 사용해 왔는데, 이제는 한국어 버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판 노션에는 한국어 버전에만 사용되는 특별 템플릿도 적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웹사이트와 도움말 문서도 한국어 버전으로 제공합니다.

노션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첫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한국의 성장세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2019년 대비 2020년 263% 성장)이자 미국 다음 가는 큰 규모의 사용자 커뮤니티가 활동하는 국가라고 합니다. 심지어 노션 관련 책이 두 권이나 이용자의 자발적 활동으로 출간됐는데, 이는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반 자오 CEO는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노션은 무엇인가


노션의 특징은 ‘자유로움’입니다. 보통 협업 툴은 툴이 정해놓은 협업 방식에 이용자가 맞춰서 사용합니다. 툴이 제공하는 기능과 사용자환경을 이용자는 수동적으로 ‘이용’합니다.

노션은 이와 달리 이용자가 원하는 화면과 프로세스르 조립해 사용합니다. 누구나 본인만의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맞춤화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코딩 없이 개개인의 방식에 맞춘 화면 구현과 페이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마치 레고블록을 조립하는 것처럼요.

이 때문에 노션의 활용도가 매우 다양합니다. 어떻게 구성해서 이용하느냐에 따라 독서 리스트 작성, 일기쓰기 같은 개인의 단순한 작업부터 회사 정보 관리를 위한 위키 페이지, 제품 개발 로드맵, 채용 공고, 구직자 확인 시스템, 업무용 캘린더, 고객관계관리(CRM) 등도 가능합니다. 프로그램 자체는 가볍지만, 어떻게 조립해 사용하느냐에 따라 강력한 기능을 가진 툴로 변신시킬 수 있습니다.

쏘카는 데이터 사이언스팀의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노션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전사적 요청사항을 간편하게 취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당근마켓은 회사 정보와 문화를 소개하는 신입사원 교육에 노션을 활용한다. 각 팀마다 위키 페이지가 있어 회의 내용과 팀 정보를 그곳에 정리하고 공유한다고 합니다.

쏘카 노션 활용 사례

그러나 ‘자유로움’은 장점이지만 진입장벽이기도 합니다. 저같은 사람에게 레고블록을 던져주고 원하는 로봇을 만들어보라고 하면 만들지 못합니다. 이런 툴에 능숙한 이들은 자유로움을 활용해 자신에게 딱 맞는 환경을 구현하겠지만, 능숙하지 않은 이들은 기능과 사용자환경이 정해진 툴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합니다.

새로운 툴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능숙한 쏘카, 리디북스, 당근마켓 등의 IT 스타트업의 임직원들이야 노션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IT와 거리가 먼 전통적인 기업의 임직원들에게 노션을 던져주고 사용하라고 하면 멘붕(멘탈 붕괴)일 것입니다.

노션 측도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이때문에 노션에는 전통기업의 임직원들이 노션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별도의 조직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반 자오 CEO는 “대기업 고객과 긴밀하게 작업하면서 노션이 대기업에 잘 스며들도록 하는 조직이 있으며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서도 관련 투자 할 것”이라며 “지금은 보수적인 조직이라도 디지털 환경과 재택 근무를 위한 분산형 작업 환경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노션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떨어져 있지만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것과 같은 마법을 제공한다”며 “다양한 협업 관련 툴을 노션 하나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툴의 수를 줄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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