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으로 본 네이버와 카카오의 현재와 미래
네이버와 카카오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두 회사 모두 호성적을 거뒀다는 평가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요가 커진 덕분입니다.
실적발표는 단순히 돈을 얼마나 벌었고 얼마를 썼는지만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 회사의 현재는 어디에 있고, 미래는 어떨지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늠좌도 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을 보면서 두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이버의 현재
우선 네이버를 보죠. 네이버는 2분기 매출 1조 9025억원, 영업이익 2306억원을 거뒀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무려 16.7%의 매출 신장을 이뤘네요. 네이버 정도 규모의 회사가 이런 성장세를 이룬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현재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3분기에는 최초로 분기 매출 2조원을 돌파할 수도 있겠네요. 네이버는 지금 잘나가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영업이익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합니다. 네이버는 2년 전인 2017년 3분기 영업이익이 3121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분기는 영업이익이 2306억원에 불과합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2007억원에서 1조9025억원으로 크게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8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라인의 적자 때문입니다.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에서 핀테크를 비롯한 각종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진출하면서 많은 비용을 사용해왔고 이것이 네이버의 이익률에 악영향을 크게 주고 있습니다.
다행히(?) 라인은 야후재팬과 경영통합을 할 예정이어서 내년 2분기 이후에는 네이버 연결실적에 잡히지 않을 듯 합니다. 라인이 빠지면 네이버 영업이익은 지금보다 훨씬 개선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출이 올라가는 만큼 영업이익도 쭉쭉 올라갈까요? 그런데 이마저도 분명치는 않습니다.
라인을 제외한 네이버 사업부문만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최근 몇 분기동안 3000억원대 초반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중입니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는데 영업이익은 고착된 모습이죠. 이는 네이버 사업의 수익성이 조금씩 낮아진다는 의미입니다. 2017년 4분기 네이버 사업부문 영업이익률은 36.1%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분기 영업이익률은 28%입니다. 라인을 제외한 네이버 사업부문만 봐도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것이 부정적 결과라고만은 볼 수는 없습니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이 비례해서 늘지 않았다는 것은 비용을 많이 썼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가 효과를 발휘하면 향후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죠.
실제로 네이버의 지난 2분기 연구개발비는 4816억원으로 2년전 같은 분기의 2796억원보다 2000억원 가량 늘었습니다. 네이버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인 듯 보입니다.
네이버 사업을 분야별로 보면 매출의 상당부문이 비즈니스 플랫폼 분야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 사업부문 매출 1조 2116억원 중 비즈니스플랫폼 매출이 7772억원입니다. 네이버 사업 매출 중 64% 이상이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나옵니다.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은 검색광고와 온라인쇼핑을 의미합니다. 지금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으로 먹고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네이버 나머지 사업으로는 IT플랫폼(네이버페이와 클라우드), 광고(디스플레이 광고), 콘텐츠서비스(웹툰/웹소설) 등이 있습니다. 각각 1802억원. 1747억원, 7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카카오의 현재
카카오는 2분기 매출 9529억원, 영업이익 97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0%, 영업이익 142% 증가한 수치입니다. 엄청나군요. 실적 그래프가 차트의 천정을 뚫고 올라갈 기세입니다.
2년전인 2017년 2분기 카카오 매출은 4684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분기매출이 2년만에 2배로 뛰어올랐네요. 카카오의 주가가 왜 요즘 이렇게 떡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카카오 실적을 이끌고 있는 것은 카카오가 ‘톡비즈’라고 분류한 분야입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사업들이 이 영역에 속해있습니다. 톡비즈 부문 2분기 매출은 2484억원에 달합니다. 작년 동기에는 1389억원이였는데, 1년만에 무려 79%포인트가 성장했습니다.
톡비즈 사업은 톡보드와 커머스로 구성됩니다. 톡보드는 카카오톡 채팅목록 최상단에 들어가는 성과형 광고입니다. 하루에 100억건 메시지가 오가는 카카오톡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광고가 들어간 것입니다. 아마 대한민국 모든 광고 위치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눈길을 주는 공간일 듯합니다. 대형 광고주가 주로 이용하는 톡보드는 출시 1년만에 지금까지 8500개의 광고주가 광고를 했다고 합니다. 지난 6월 역대 최고의 월매출을 기록했다네요.
톡보드는 성과형 광고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국내의 온라인 디스플레이 광고는 보통 노출보장형인데, 톡보드는 선도적으로 성과형 광고를 도입했습니다. 성과형 광고는 배너 클릭당 과금을 합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광고를 클릭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타깃해서 광고를 보여주는게 효과적입니다. 이 때문에에 성과형 광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통한 이용자 분석이 우선적으로 되어야 합니다.
카카오톡 커머스도 의외로 성장세가 눈부십니다. 의외라고 표현한 것은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은 약간 사파(?)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쇼핑을 목적으로 카카오톡을 여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입니다. 카카오톡의 커머스는 ‘쇼핑하기’보다는 ‘선물하기’가 더 친숙합니다.
그런데 카카오톡은 카카오톡을 커머스 플랫폼으로까지 발전시킬 계획인 듯 보입니다. 선물하기보다 쇼핑하기를 카카오톡 내에서 더 좋은 곳에 위치시키고 있습니다. 덕분인지, 톡커머스는 작년 동기보다 5배 성장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은 워낙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카카오가 어떻게 노출시키느냐에 따라 거래액이 급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성장이 계속된다면 카카오톡 쇼핑하기가 정파들을 물리치고 강호를 차지할지도 모르겠네요.
네이버의 미래
라인을 제외한 네이버의 현재는 누가 뭐래도 검색입니다. 여기에 쇼핑이 더해져있죠. 그럼 네이버가 미래에도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쇼핑은 네이버의 현재이기도 하지만 미래이기도 합니다. 아직 이커머스 분야에서 네이버 쇼핑이 성장할 여력은 많이 있습니다. 2분기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성장했습니다. 신규 스토어 수가 61% 늘고, 1억원 이상 매출을 내는 사업자도 3만명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이 성장세가 계속 된다면 네이버라는 회사를 떠올릴 때 ‘검색’이 아니라 ‘쇼핑’이 먼저 생각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쇼핑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네이버페이의 성장으로 연결됩니다. 네이버 쇼핑 이용자의 상당수가 네이버페이 이용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 미래를 예측할 때 네이버페이가 가장 중요한 신성장동력이 됩니다. 2분기 네이버페이 결제 거래액은 6조원을 돌파해 전년 동기 대비 56% 성장했습니다.
네이버페이는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자회사로 독립했습니다. 네이버페이를 쇼핑할 때 쓰는 결제솔루션에 두지 않고, 광범위한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네이버페이 성장에 힘입어 네이버의 IT플랫폼 사업은 급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분기마다 10% 안팎의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는데 지난 2분기에는 1분기 대비 21.6%의 급성장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네이버페이뿐 아니라 NBP의 클라우드 사업과 협업 솔루션 라인웍스 역시 비대면 확산의 수혜주이기 때문에 성장 그래프의 기울기가 가팔라졌습니다.
클라우드 사업의 경우 공공부문과 금융권 등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산업군의 경우 보안인증 등의 규제로 인해 외국계 서비스가 진입하기 힘든 영역이어서 네이버 클라우드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듯 보입니다.
반면 네이버의 디스플레이 광고 사업은 지난 오랫동안 정체상태입니다. 계절적 영향 아래 분기당 1400~1700억원 사이를 오갔습니다. 이 때문에 이 분야는 미래 전망이 밝지않은 것으로 평가됐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의 톡비즈의 성공을 본 네이버도 이를 차용해서 성과형 광고라는 새로운 무기를 탑재했습니다. 지금까지 네이버는 검색광고 영역에만 성과형 광고를 붙였었는데, 최근에는 ‘스마트 채널’이라는 이름으로 모바일 앱 최상단에 성과형 디스플레이 광고를 달았습니다.
사실 네이버는 2분기에 들어서기전 위기감이 팽배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마케팅 예산이 줄어들면 광고 매출에 타격이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 채널의 성과형 광고 덕분에 네이버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은 역사상 가장 큰 분기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네이버는 성과형 광고가 효과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현재는 네이버 모바일 앱에만 적용돼 있는 스마트채널을 밴드와 같은 다른 앱으로도 확장시킬 계획입니다. 밴드를 통한 매출도 커지겠죠.
여기에 네이버웹툰이 글로벌에서 급성장 하고 있다는 점도 네이버 미래를 밝게 전망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MAU)가 7월 기준 65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유료 콘텐츠 하루 거래액 3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북미 시장 1위 플랫폼이 됐고, 이 영향력이 유럽까지 전이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온라인 만화플랫폼 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국내 온라인 서비스 사상 최초로 글로벌 시장을 평정할 서비스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네이버웹툰과 V라이브 등 네이버의 콘텐츠 사업은 아직 분기 매출 350억원에 불과하고 지금까지의 성장세도 더딘 편이었지만, 퀀텀 점프도 가능한 영역으로 보입니다.
카카오의 미래
아마 카카오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사실에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카카오는 포털 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영역이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카카오톡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핵심인 톡보드는 더욱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광고 시장의 온라인화는 가속화될 것이고, 톡보드는 이 환경의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카카오가 가진 앱은 카카오톡만이 아닙니다. 카카오는 성과형 광고를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나 다음 포털 프리미엄 지면 등에도 적용할 방침입니다. 광고를 게재할 채널이 늘어날수록 카카오의 광고 매출도 향상될 전망입니다.
이뿐 아니라 카카오의 신사업이 대부분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카카오의 미래를 밝게 전망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카카오의 미래 성장동력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픽코마) 등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선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평정했습니다. 타다라는 경쟁자가 있었지만 현재 법규제로 사라졌습니다. 이제 누구라도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려면 택시를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택시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카카오의 절대우위 아래에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제 구축해놓은 영향력을 이용해 수익화를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리운전 정도만 수익성이 있었다면 이제는 가맹택시 등에서도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카카오페이 역시 친숙한 금융플랫폼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2분기 거래액은 전년동기 대비 67% 성장했습니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머니 2.0 증권 계좌는 현재까지 약 170만 이용자가 계좌를 개설했고, 펀드 투자는 7월 기준 월 300만건 이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시장은 앞으로 네이버, 토스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불가피해 보입니다.
카카오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은 콘텐츠입니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2021년에는 한국 포함 글로벌 전체 거래액이 1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보고 있다”며 “2022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해외 거래액만 1조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는 지금까지 국내에 갇혀있는 서비스였습니다.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 시장 개척을 위해 적지 않은 투자를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픽코마가 터졌습니다. 픽코마는 7월 기준 일본 양대 앱 마켓에서 비게임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카카오 서비스가 해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처음있는 일입니다. 카카오는 픽코마의 성공을 일본뿐 아니라 다른 국가까지 이어가겠다는 포부입니다.
양사는 만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기업이지만 사업분야가 크게 겹치지는 않았습니다. 네이버는 검색을 중심에 두고, 카카오는 모바일메신저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두 회사가 돈을 버는 영역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릅니다. 이제 두 회사는 핀테크와 커머스, 콘텐츠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입니다. 현재 체중은 네이버가 훨씬 많이 나가지만, 카카오의 성장세는 무섭습니다. 두 회사가 새로운 영역에서 어떤 경쟁을 펼치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기자님~~ 제목 오타났어요~~
카카카오 –> 카카오
카카오가 다음이 아닌 네이버를 인수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