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이 뭐길래 퇴출까지 시키나

미국에서 행정명령을 통해 이미 알려진 틱톡과 더불어 위챗까지 퇴출되게 됐다. 이에 중국인과 중국계 미국인 대다수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위챗이 중국인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위챗의 시작

이미 메신저 QQ를 서비스하고 있던 텐센트에서 2010년 10월, 모바일 전용 메신저로 내놓았다. 2011년 1월 1.0버전이 출시됐고, 같은해 6월 QQ와 친구연동을 시작했다. 한국으로 치면 네이트온이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연동한 셈이었다. 이때 많은 사용자가 유입된다. 8월에는 지리적으로 근처에 있는 사용자를 찾고 추가할 수 있었다. 즉, 모르는 사람도 추가할 수 있다. 10월에는 홍콩, 대만, 오세아니아 대륙, 미국, 일본 5개국으로 확장했다. 이것이 모두 1년만에 벌어진 일이며 위챗은 한국인 수만큼 많은 5000만 사용자를 보유하게 됐다. 현재 사용자는 12억 명이 넘으며 월 활성 사용자 역시 6억5000만명을 넘는다. 중국에서는 명함교환 대신 서로의 위챗 QR로 친구맺는 것이 보편적인 수준이다.

위챗페이

위챗이 중국인의 삶에 초 밀착한 계기 중 하나다. 현금결제를 대체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중국에서는 신용카드 보급이 지지부진한 편인데, 신용카드 발급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빠르게 대중화되었다. 중국 현지 은행에서 발급한 통장만 있으면 쉽게 개설 가능하다. 오프라인 결제는 QR코드를 스캔해서 하게 되는데, 이 간편성이 중국 전체의 결제 방식을 바꾸었다. POS기는 물론 구멍가게나 노점 등에서도 판매자가 QR을 생성해 소비자가 스캔하면 바로 결제된다. 택시, 공과금 납부, 비행기와 기차 예약, 길거리 공연이나 구걸 등도 QR을 사용하는 등 광범위한 활용처를 자랑한다. 심지어 설날 용돈(홍바오)도 위챗으로 보낸다. 중국 게임인 경우 게임머니 충전도 가능하다. 다만 외국인의 경우 위챗 결제가 상당히 까다롭거나 불편하다.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중국에서는 위챗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나 마케팅 역시 발달해 있다. 워낙 많은 사용자가 몰리는 앱이다 보니 공식 계정을 통해 기업 소식을 전하고 홍보하는 데 익숙하다. 모멘트는 카카오 스토리와 유사한 기능으로, 개인이 사용할 수도 있지만 웨이상청이 사용하기도 한다. 위챗 내에 개설할 수 있는 쇼핑몰을 말하는 것으로, SOHO 비즈니스 사업가 5000만명이 상품 사진과 영상을 제작해 모멘트에 업로드해 판매활동을 한다. 이벤트, 공구, 판매촉진행사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메신저 기반이므로 위챗 친구들끼리 홍보해주는 경우가 많다.

미니 프로그램

위챗의 미니 프로그램은 구글의 인스턴트 앱이나 애플의 앱 클립과 유사한 앱 내 앱이다. 플랫폼 내에서 실행되는 만큼 iOS 앱 클립과 더 유사하다. 생산성이나 재미 위주의 앱도 있지만 앱 클립처럼 사용자에게 바우처나 쿠폰을 주고 자사 소식을 전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설치 과정은 특정 브랜드 매장에 갔을 때, 미니 프로그램 설치를 독려하고 위챗 계정으로 가입한 뒤 이후 쿠폰이나 소식 등을 발행하는 식이다. 지난해부터는 별도의 웹페이지도 미니 프로그램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이키, KFC, 월마트, 스타벅스 등 중국에서 인기 있는 미국 브랜드들도 미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 결제, 송금, 게임, 화상통화가 모두 가능한 전천후 앱

이외에도 위챗은 대부분의 모바일 정보 창구로 작용하고 있다. 뉴스를 보거나 스타 소식을 보는 건 가벼운 기능에 해당한다.

디디를 통해 택시를 부르고, 따종디엔핑을 통해 레스토랑 평점을 보거나 예약을 하고, 메이투안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킨다. 기차나 비행기 예약, 영화 티켓 구매, 호텔 예약 등 우리가 인터넷에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이 위챗에 들어있다. 자사 서비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분야 1위 업체와 연계하고 있다.

즉, 위챗은 페이스북, 링크드인, 페이팔, 벤모, 스카이프, 우버, 지메일, 이베이가 모두 합쳐진 앱에 해당한다.

본국에서 활발히 사용하는 만큼 해외에 있는 중국인이나 중국계 미국인들 대부분도 위챗을 사용한다. 한국 교포 사회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중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한다?

사실이다. 약관에 이미 중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또한, 국가정보법에 의해 중국 서비스들은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있다.

해외사용자의 경우 중국법을 적용받지 않으나 중국에서 발급받은 번호로 해외에서 위챗을 계속 사용하는 자의 경우 검열 시스템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며, 미국 서비스들 역시 미국 정부에 협조하고 있다. 구글은 투명성 보고서에서 자사가 미국 정부의 데이터 요청에 응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위챗과 구글의 다른 점이라면, 중국 정부는 영장 없이 열람이 가능하다는 정도다.

위챗 전체를 퇴출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것처럼, 미국에 있는 중국인들은 본국과의 연락을 위해 위챗을 사용한다. 미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은 틱톡처럼 미국 법인 거래를 금지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본국 사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현재 텐센트는 12억명의 위챗 사용자 중 국가별 사용자 수 자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일부, 아프리카 일부 국가 외에서는 존재감이 없으며, 중국 내에서도 위챗은 내수용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미국 사용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중국계 미국인 대부분은 중국을 대표하는 방화벽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도 뚫을 수 있는 VPN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방법은 있겠지만, 정보 취약계층에게는 분명 문제가 된다. 다만 미국 회사들의 스토어에서 위챗이 퇴출될 가능성은 있으며, 현재 시장을 좌우하는 두 스마트폰 OS는 모두 미국산이다.

위챗 퇴출은 애플에게도 위기로 돌아온다

화웨이의 미국 퇴출 이후 중국 시장 점유율 9%로 선방하고 있는 애플은 위챗 퇴출에 대한 직격탄을 맞을 예정이다. 불매운동까지 가지 않더라도,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퇴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퇴출된다면 아이폰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인에게 위챗은 삶과 너무 밀접해서, 위챗을 사용할 수 없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니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중국 내 미국 브랜드에게도 위협일 수는 있으나 위챗 미국 법인과의 거래만을 금지하는 형태라 중국 내 서비스 중인 미국 브랜드는 미니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스타벅스, 나이키, KFC 등은 미니 프로그램을 통해 위챗페이 결제를 지원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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