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는 어떻게 ‘온라인’을 맞이하는가

최근 필자는 한 대형마트 운영사의 차세대 업무 개선 프로젝트에 자문역으로 참가했습니다. 오늘 기고에선 조금 욕심을 부려 필자가 자문 과정에서 느꼈던 대형마트의 고민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 또한 과거 오프라인 유통업에서 일을 시작했고, 많은 변화를 맞았지만 요즘은 참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게 유통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부분의 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매 유통업계는 확실한 위기 상황을 맞이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곳곳에서 잿빛 미래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하는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지수(RBSI)를 보면 업계의 어려움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RBSI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표로 100을 기준치로 초과시 경기 호전을 전망하는 사람이, 미달시 악화를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2020년 1~3분기 RBSI 변화 추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2분기 RBSI(66)와 비교하여 3분기에는 침체가 다소 둔화되며 긍정적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대한상의측 분석이다. 대한상의는 3분기 RBSI가 일부 개선된 이유로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한 점을 꼽았다.(자료: 대한상공회의소)

2020년 1분기, 2분기 RBSI에 따르면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전망하는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전반적으로 호조라고 느꼈던 온라인 유통업계 또한 2분기부터는 RBSI 지수가 10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전반적인 유통업계 경기 침체의 장기화가 예측됩니다.

유통업 경기 침체의 대표적인 원인은 ‘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19가 한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기점인 2020년 1월과 다음달인 2월의 상품별 소매판매액 지수를 보면 가전과 식료품, 의약품 등 몇몇 특정 카테고리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마이너스 지수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 됩니다.

상품별 소매판매액 지수 증감(자료: 통계청, 필자 가공)

감염병 확산에 따라 소비자의 행태 또한 변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까지는 악화된 소매판매액 지수를 보였던 ‘오락·취미·경기용품’ 카테고리가 2월을 기점으로 크게 오른 것이 하나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면 접촉을 꺼리는 소비문화 확산은 기존 오프라인 기반 대형 유통기업의 빠른 전략 변화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또한 그렇습니다. 2020년 대한상의의 RBSI 발표에 따르면 대형마트 업계는 코로나19 이후의 유통업종 중에서도 최악의 경기전망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형마트 업체들은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과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입니다.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요.

1.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거점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물류 서비스’ 확보입니다. 온라인 유통 특성상 필연적으로 고객까지의 물류가 연결되는데, 최대한 고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게 현재의 추세입니다.

특히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 ‘물류’에 대한 관심이 돋보입니다. 여러 대형마트 업체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선식품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당일 입고와 당일 배송 비율이 95%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매출 증가에 따라서 신선 물류센터 규모의 지속적인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나 신선식품은 입고 이후 다시 고객 주문 단위로 소분하는 과정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배송차량은 고객에게 약속한 배송시간을 맞추기 위해 주문 단위의 소분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업체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통상 차량 적재율은 60~70%가 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차량에 더 많은 상품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신선식품 배송 비용 증가와 이어집니다. 현재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의 아젠다 중 하나입니다.

대형마트는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거점’을 적극적으로 온라인을 위한 물류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는 일반적으로 반경 10km 이내에 거주하는 고객 유입을 고려하여 매장 입지를 기획합니다. 그렇기에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고객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도심 물류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데 용이하다고 판단됩니다.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사업 확대를 위한 지원 거점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기존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입하는 전략 또한 함께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온라인 물류거점화에 있어서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입니다. 예컨대 거점별 배송을 위한 차량 확보 및 유지, 온오프라인 재고의 명확한 가시성 확보 및 연동, 진열 재고와 오프라인 고객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재고의 정확한 인지로 온라인 고객 주문 시점 결품 방지 등이 향후 온라인 물류 거점화된 대형마트의 서비스 품질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이 과거 판매형 거점에서 ‘물류 거점 및 배송 기지’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흐름입니다.

2. 온라인에 맞춘 매장 운영의 변화

과거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고객 접점에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컨대 고객 유입을 위하여 다양한 상품구색을 확보했습니다. 매장 안에서는 구매를 자극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고객이 장바구니에 편하게 상품을 담을 수 있는 진열을 고민했습니다. 계산원이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주도록 친절함을 강조했습니다.

소비자에게 있어 과거 대형마트는 가족 단위로 매장에 방문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장소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마트는 경쟁사 대비 고객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지역 상권의 우위를 활용하여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방식의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을 지원하기 위한 물류거점으로 변하면서 ‘매장 운영 전략’도 함께 변하기 시작합니다. 소비자의 구매 행태가 과거 오프라인 매장을 돌면서 ‘즐기는’ 형태가 아닌, 가능하면 빠르게 필요한 상품만 구매하고 나가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변화가 ‘무인 계산대’입니다. 무인 계산대는 오래 전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도입됐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확산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은 알아서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는 구매 행태를 보여줍니다. 계산원과 대면하기보다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고객이 늘어서 입니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에는 ‘스마트카트’ 등 고객이 특정 장소에서 계산하지 않고도 더욱 편리하게 비대면 쇼핑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 도입을 고민하고,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기존 대형마트 고객 방문 유도를 위한 행사는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매장 방문 고객이 직접 계산하기 어려운 중량 단위 판매 상품은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하지만 행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상품과 행사 정보의 노출은 오히려 종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온라인에 맞춘 전략적 상품 진열과 구색확충, 그리고 재고관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존 고객 매장 이용 동선을 활용한 진열 전략 또한 온라인에 맞춰 바뀝니다. 빠른 온라인 주문 대응을 위한 상품 피킹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변할 전망입니다. 예컨대 현재 매장에서 온라인 주문 고객의 상품을 확인하고 배송차량 출고 직전까지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30분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이 시간을 어떻게 더 줄이냐가 향후 매장 진열과 구색 전략의 관건으로 보입니다.

3. 데이터 중심 사고 전환

기존 대형마트 고객 접점에서도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데이터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프로세스 도입은 아직 극히 일부에 불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유통현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거 대형마트에서는 상품 발주와 구색 확충, 진열과 행사 전반 의사결정에 있어 데이터가 아닌 사람의 ‘직관적 판단’을 주로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앞으로 변화할 전망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어려웠던 ‘데이터 취합’의 한계를 온라인에서라면 극복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유통의 장점은 고객의 쇼핑 시작 순간부터 결제가 완료되는 모든 순간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통업체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사결정의 근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의 온라인화는 단순히 ‘물류거점’화에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에서 수집한 온라인 고객 행동 분석 데이터를 그대로 오프라인 거점에 반영해야만 더욱 빛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오프라인 매장 역시 데이터에 기반한 다양한 통계 분석과 객관적 판단이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하자면 앞으로 대형마트의 변화는 얼마나 더 ‘온라인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통채널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학습을 하여 얻어진 결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 여기에 대형마트가 앞으로도 살아서 숨을 쉴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유통매장이 살아남기 위한 10가지 제언

1) 매장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주기적인 전문가 판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2) 현상이 파악됐다면 빠른 실행을 통하여 문제점을 개선해야 합니다. 문제점 파악을 위한 시간보다 문제를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3) 전략적 판단을 위한 시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얻어진 결과에 따라 빠른 실행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4) 과거 오프라인 운영 방식은 과감히 버립니다. 온라인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으로 선회해야 합니다.

5) 매장 면적당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효율적인 온라인 지원을 위해선 구조적 변화는 필수입니다.

6)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킵니다. 객관적 판단을 위해 반드시 데이터는 진화해야 합니다.

7) 운영 업무의 세분화를 통해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자동화해야 합니다.

8) 모든 업무의 출발은 고품질의 ‘기준 정보 관리’에 있습니다.

9) 멀리 예측하여 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지 못하는 것만큼 답답한 것도 없습니다.

10) 매장 생존을 위한 여러 변화를 맞이하면서 함께 찾아올 수 있는 ‘외로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외로움은 매우 위험한 마음의 병입니다.

글. 조용석 컨설턴트 <bigman35@naver.com>

WHO? 조용석

(전) (미국) AT&T 통신엔지니어,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CJ올리브네트웍스 유통계열사 담당, 한솔로지스틱스 국제물류 기획담당, 신세계I&C 전략컨설팅 담당, 삼성 S-Core 유통 전략 컨설팅 담당이사, (캐나다) Datametrix SNS 분석 담당 부사장

(현) 프리랜서 컨설턴트(신사업 추진 및 온오프라인 유통 컨설팅 자문), 프리오 수석 고문

New Jersey State University Computer Science 학사,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Information System (AI) 석사

20년 이상 유통업계에서 일했습니다.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시대가 변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유통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다른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싶어 기고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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