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10일) 미국 세일즈포스의 시가총액이 17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세일즈포스의 시가총액이 오라클의 시가총액(1760억 달러)을 넘어서게 됐다. 기업의 주가는 오르거나 떨어질 수 있고, 시가총액 역시 그때그때 변동적이지만, 세일즈포스의 시가총액이 오라클을 넘어선 것은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있다.

세일즈포스는 SaaS(Software as a Service)의 선구자다. SaaS는 소프트웨어를 기업의 자산인 컴퓨터에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빌려쓰는 방식이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한 모습으로, 현재는 SaaS 형태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일즈포스와 오라클을 비교하는 것은 두 회사가 각각 한 시대를 상징하는 동시에 인연이 깊은 사이이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가 SaaS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기 전 오라클은 메인프레임 이후의 개방형 컴퓨팅 시대를 이끌었다. 오라클은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로서 가장 성공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였다.

사실 오라클과 세일즈포스는 긴밀한 관계였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는 오라클 출신이다.  26세에 최연소 부사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가 인터넷으로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오라클 재직시였다.

당시에는 자크 넬슨과 에반 골든버그(이상 넷스위트 공동창업자)도 오라클에 재직하고 있었다. 어느날 래리 엘리슨, 마크 베니오프, 자크 넬슨, 에반 골든버그 등이 포함된 미팅이 열렸다. 이 미팅에서 에반 골든버그는 시벨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온라인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당시 시벨은 세계 최대의CRM 소프트웨어였다. 이 아이디어를 들은 래리 엘리슨은 “흥미롭다”고 평하면서도 “회계 시스템이나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과 같은 백오피스를 먼저 구축한 후 다른 시스템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반 골든버그는 래리 엘리슨의 의견에 동의했고, 넷레저(NetLedger)라는 이름으로 SaaS형 ERP 회사를 창업했다. 조언을 했던 래리 엘리슨은 이 회사에 투자했다. 넷레저는 이후 넷스위트로 이름을 바꾸었다.(2016년 오라클이 인수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함께 있던 마크 베니오프는 래리 엘리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백오피스 시스템이 먼저라는 래리 엘리슨의 의견을 무시(?)하고 세일즈포스를 창업했다. 세일즈포스는 시벨과 같은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를 SasS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으로 시작했다. 래리 엘리슨은 넷레저에 자금을 지원한 것처럼 세일즈포스에도 자금을 지원했고, 초기에는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세일즈포스 창업 초기 래리 엘리슨은 마크 베니오프의 멘토였다. 두 회사는 사이가 좋았다. 세일즈포스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였고, 마크 베니오프는 오라클 오픈월드에서 참석해서 기조연설을 했다.

그런데 오라클이 2005년 시벨시스템즈을 인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오라클은 애플리케이션 영역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는 시기였고, 무수히 많은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이 중 가장 큰 딜이 시벨 인수였다. 세일즈포스 입장에서는 오라클의 시벨 인수가 선전포고와 같았을 것이다. 이레 따라 두 회사의 관계는 멘토-멘티에서 경쟁자로 바뀌었다.

세일즈포스가 적이 되자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독설가 래리 엘리슨의 입에서 거친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다. 래리 엘리슨는 “오라클 기술(DBMS∙미들웨어) 기반으로 보잘 것 없는 애플리케이션을 올려놓았다”고 세일즈포스를 비난했다.

2011년에는 오라클 오픈월드에 마크 베니오프의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었는데, 오라클이 이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마크 베니오프는 “오라클이 예정된 나의 연설을 취소했지만, 쇼는 계속돼야 한다”면서 오픈월드 행사 기간에 행사장 근처에서 독자적으로 마크 베니오프 강연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래리 엘리슨과 마크 베니오프는 기술적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래리 엘리슨은 “세일즈포스닷컴은 모든 고객의 데이터가 같은 플랫폼에 섞여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면서 “만약 이것이 다운되면, 모든 고객이 다운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일즈포스의 멀티테넌트는 끔찍한 기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마크 베니오프는 “멀티 태넌트가 아닌 것은 가짜 클라우드”라며 “클라우드를 시작할 때는 100만 달러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오라클을 비판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이 논쟁들은 세일즈포스의 승리로 결론이 나왔다. “멀티 태넌트는 끔찍하다”던 오라클도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라클은 기존의 애플리케이션 제품을 모두  세일즈포스처럼 SaaS로 공급하고 있다. 넷스위트를 비롯해 SaaS 회사를 다수 인수하기도 했다.

물론 세일즈포스의 시가총액이 오라클을 넘었다고 해서 세일즈포스가 현재 시점에서오라클을 넘은 것은 아니다. 오라클은 2019년 39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세일즈포스는 170억 달러에 불과했다. 주당 수익도 오라클은 99센트이며, 세일즈포스는 15센트다.

이는 역으로 투자자들이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나타낸다. 매출과 이익 면에서 아직 큰 차이가 있음에도 세일즈포스의 시가총액이 오라클을 넘어섰다는 것은 오라클보다 세일즈포스의 매래를 높이 평가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오라클도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 오라클은 지난 몇년동안 클라우드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늦었지만 앞서간 경쟁자를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세일즈포스는 SaaS와 PaaS(플랫폼 서비스)에만 머물러 있지만, 오라클은 SaaS, PaaS, IaaS(인프라 서비스), DaaS(데이터베이스 서비스) 등 전방위적으로 클라우드 시장에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