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소액결제 시장 문 열렸다…하지만 레드오션?

20년 동안 소수의 몇몇 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의 문이 열렸다. 휴대폰 소액결제 특허권 기간이 종료된 것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특허 ‘이동통신 전화번호를 이용한 신용결제시스템과 승인방법(특허등록번호 359270호)’가 올 4월 만료됐다.

지금까지 전자결제대행사(PG)인 KG모빌리언스, 다날,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구 인포허브), 페이레터가 이 특허권을 행사해왔다. 특허권 분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만 이 특허를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었다.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는 2000년대 초중반 온라인 게임의 성장세에 힘입어 시장이 커졌다.  공인인증서 등 다른 결제시스템이 복잡한 상황에서 휴대폰 소액결제는 간단한 인증만 하면 쉽게 결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신용카드가 없는 청소년들도 휴대폰 소액결제를 주로 이용했다.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은 KG모빌리언스와 다날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며,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자신이 시장의 리더라고 주장할 만큼 매출 면에서 비슷한 규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4년 두 업체 모두 나란히 코스닥 시장에 안착하기도 했다.

KG모빌리언스의 2017년 매출액은 1706억원, 2018년 2030억원, 2019년 1922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2017년 약 278억원, 2018년 221억원, 2019년 348억원을 보였다. 다날은 2017년 매출액 약 1730억원, 2018년 1817억원, 2019년 1912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017년 약 173억원, 2018년 60억원, 2019년 109억원을 보였다. 두 업체 모두 꾸준히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특허권 종료됐지만, 신규 도전자는 없어

휴대폰 소액결제 사업 특허권이 종료된 지 약 3개월 정도 지났지만, 아직 다른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간편결제사나 여타 PG사들은 “진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간편결제 등 휴대폰 소액결제보다 편리하고 한도도 많은 결제수단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이제와서 굳이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아울러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의 사업 특성상 현금유동성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있어 조심스럽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7월 1일 모바일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휴대폰 소액결제를 했다고 가정하자. 이용자의 구매대금은 통신비에 청구되기 때문에, 8월 말쯤 수납이 이뤄진다. 이때 PG사는 가맹점의 정산이 늦어지는 것을 고려해, 돈을 받기 앞서 가맹점에 먼저 정산을 해준다. PG사는 9월 초에 이용자의 구매대금 수수료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금이 부족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다날 관계자는 “휴대폰 소액결제는 매출액이 들어오기까지 약 두 달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기존 업체들은 지금까지 쌓인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지만 노하우가 없는 기업은 현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수익구조

수익구조의 복잡성도 신생업체 등장에 장애가 된다. 휴대폰 소액결제는 수수료가 10~15% 정도로 간편현금결제 방식 가운데 수수료가 가장 비싸다. 상품권·포인트가 7~9%, 신용카드가 2.5~3%인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으로 수수료율이 높다.

이유는 복잡한 서비스 구조에 있다. 사용자가 온라인 상점에서 휴대폰 소액결제 주문을 하면, PG업체에 결제요청이 들어간다. 사용자가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콘텐츠 제공자(CP)는 PG업체를 거쳐 통신사에 사용자 정보, 결제금액을 전달한다. 통신사의 본인인증 등 인증을 거치면 결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통사는 청구 및 수납대행을 한다. 기존 간편현금결제와는 달리 얽혀있는 참여자가 많다.

아울러 약 10~15% 가량 되는 수수료가 오롯이 PG사의 몫은 아니다.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수수료의 약 60~70%는 통신사가 가져간다. 따라서, PG사들이 가져가는 몫은 약 30~40%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수수료율은 높지만 수익성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신흥강자 간편결제의 추격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장에 등장한 휴대폰 소액결제는 전체 지급결제 사업자들과 함께 꾸준히 시장 확대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2016년 11조7810억원에서 2018년 80조1453억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 사이에선 아직까지 시장의 니즈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다날 관계자는 “최근 간편결제 보안 문제를 볼 수 있듯, 휴대폰 소액결제 방식은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선호하는 사용자 층이 꽤 있다”고 전했다. 또 사용자층도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울한 전망은 피할 수 없다. 최근 핀테크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성을 무기로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의 올 1분기 결제액은 5조2000억원,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는 송금과 결제액을 합친 14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지급결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