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만 10년 넘게 만들다 보험 앱 만드는 사람들

10년 넘게 게임사에 몸을 담은 직원들이 금융 보험 앱 서비스 회사 보맵에서 일을 한 지 약 3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 모두 보험에 대해 잘 몰랐을 뿐더러, 경험해 본 적 없는 산업군이라고 한다. 세 직원 모두 지금 보맵에서 품질관리(QA), 고객 서비스(CS) 리더를 맡고 있다. 게임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이야기이다. 게임산업과 금융 앱 서비스 간에 어떤 공통점이 있어서일까?

지난 7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보맵 사옥에서 최지원 보맵 운영실 실장, 황현필 운영실 QA팀 팀장, 김일형 운영실 CS팀 팀장을 만났다. 공교롭게도 세 직원의 특징은 모두 게임사 출신이라는 것. 이들은 보맵에 입사하기 전, 길게는 15년 넘게 여러 게임사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보맵에서 앱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운영실과 CS라는 두 축을 책임지게 됐다. 이들 모두 오래 종사했던 게임 산업을 뒤로 하고, 어떻게 보험 앱 서비스에 몸을 담게 됐는지, 두 산업 간의 어떤 업무 연속성이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2 왼쪽부터 김일형 CS팀 팀장, 황현필 QA팀 팀장, 최지원 운영실 실장

게임사에서 근무하다가 보맵으로 이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최지원 보맵 운영실 실장(이하 최지원 실장): 게임 업계에서 소프트웨어(SW) QA만 약 15년 정도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여러 회사에서 이직 제안이 왔다. 그 중 보험이 생소하지만 살면서 꼭 알아야 할 분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서비스를 IT로 풀어낸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약 2년 전 보맵에 합류하게 됐다. 운영적인 측면에서 앱의 새로운 기능이 잘 배포됐는지, 사용에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황현필 운영실 QA팀 팀장(이하 황현필 팀장): 경영진 면접이 가장 컸다. 면접을 보고 회사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면접관들이 긴장하지 않고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당시 한 면접관의 “우리는 가족같은 분위기 필요 없다. 편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한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게임 산업의 빠른 업무 패턴에 지쳐있기도 했고, 경영진 면접을 통해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어서 이직을 결정했다. 지금은 만족하며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또 QA 직군이 넓게 봤을 때 SW든, 금융이든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이직 결정에 한 몫 했다.

김일형 운영실 CS팀 팀장(이하 김일형 팀장): 9~10년 정도 게임사 CS 일을 하다가, 사업을 했다. 부상을 입어서 보험사에 청구를 요청했는데, 보험이 가입할 때는 쉽지만 청구받기 어렵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우연히 구직 사이트에서 보맵의 CS 구인 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고, 곧장 지원했다. 당시 채용공고에 “60대 할머니한테도 친절하게 알려드리면서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CS 업무가 단순히 고객응대를 넘어, 상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자들과 함께 게임 출시 전 백오피스 페이지를 만드는 일 등 다양한데, 보맵에서도 개발실과 고객들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었다.

앱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앱 체류 시간이 중요하다. 사용자경험(UX), 사용자인터페이스(UI) 측면에서 게임앱과 금융앱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최지원 실장: 앱이 개발부터 배포되기까지의 주기는 비슷하다. 앱의 대상이 누군지, 목표치는 얼마인지, 주기를 얼마나 빠르게 가져갈지 등의 기준이 다를 뿐이다. UX, UI 측면에선 게임 앱과 금융 앱 모두 직관적이다. 사용하기 편해야 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하며,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게임은 재미 위주이다 보니, 스토리라인이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촘촘한 스토리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편안하게 게임할 수 있도록 과금을 유도한다. 게임 중간에 팝업을 띄운다던지, 잘 보이는 곳에 상품 구매 아이콘을 띄운다. 반면, 금융앱은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가 편하게 써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앱에서 빠르게 필요한 것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게임앱보다 훨씬 직관적이다.

게임 업계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지금 업무에 도움이 되나?

최지원 실장: 게임앱과 금융앱은 싸이클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싸이클이란 앱의 업데이트를 위해 준비하고 배포하는 기간을 말한다) 게임 앱은 빨리 개발해서 여러 번 배포해야 한다.

반면 금융앱은 빠르면 한달 혹은 두 세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게임사의 빠른 싸이클 경험을 보맵에 적용해 재편성했다. 덕분에 단 시간에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개선, 고도화해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가 많은데 이를 즉각 반영할 수 있다.

황현필 팀장: 게임산업에 오랫동안 몸 담아서 그런지,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느껴진다. 너무 급해서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최지원 실장: 품질은 항상 예외라는 것이 있다. 극단적으로 싸이클이 빠를 경우 ‘출시’만 생각하며 달리는데,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금융 쪽에서는 여러 예외사항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고, 품질관리에 더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다.

사진2 왼쪽부터 김일형 CS팀 팀장, 황현필 QA팀 팀장, 최지원 운영실 실장

보맵에서의 근무, 어떤 점이 가장 매력이 있나?

최지원 실장: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은 폐쇄적인 성격이 있는데, 디지털로 풀어나간다는 점이 재미있다. 관련 기능에 대한 테스트, 품질에 대한 프로세스를 통해 하나씩 알아간다는 것이 흥미롭다.

CS 측면에서 금융업, 게임업의 사용자 층이 달라서 전혀 다른 문의가 들어올 것 같다. 어떤가?

김일형 팀장: 게임 CS의 경우, 상담원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진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응대가 어렵다. 무엇보다 문제가 생겨서 오는 문의가 많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감정적이거나 극단적인 민원이 많다. 실제로 한 글로벌 게임사에서 근무했을 때 흉기를 들고 민원을 하러 온 사람도 있었다.

반면 보험의 경우 사용자들이 주로 정보를 얻기 위해 문의하는 일이 많아서, 게임산업과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오히려 “이런 것까지 알려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다. 그동안 게임산업에서 일하면서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어려움 없이 일하고 있다.

게임사라고 하면 사내문화가 자유로운 분위기일 것 같다. 보맵도 스타트업으로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일 것 같은데. 게임사와 이곳의 기업문화에 차이가 있나?

황현필 팀장: 많은 사람들이 게임사가 수평적인 문화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외부에서 볼 때는 자유로워 보이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직적인 문화다. 직무, 사람간 성향이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산업은 치열하다. 전쟁 치르는 것처럼 앞만 보고 달리기 바쁘다. 게임업계보다는 오히려 이곳이 더 수평적이다. 직급, 직책이 아니라 ‘OO(이름)님’이라고 부르는데, 구성원들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최지원 실장: 보맵은 수평적이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일의 과정 속에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구성원들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김일형 팀장: 보맵은 경영진이든, 나보다 나이가 적든 많든 ‘OO님’이라는 호칭을 붙인다. 저도 입사 당시엔 나이가 있어서 당황했지만, 지금은 적응했다. 보맵 이전의 회사에서는 대표님과의 미팅이 1년에 한두번이었다면, 이곳에선 입사 때부터 대표님을 ‘준우님’이라고 부르며 만날 수 있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서로 다른 직군에서 인력 충원이 이뤄지고 있다. 경험자로써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나?

김일형 팀장: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앱을 운영하는데, 앱을 만들고 배포하기까지의 과정은 비슷하다. 특히 CS는 어느 산업이든, 결국 사용자의 불편함, 개선사항을 모아서 회사에 전달하고, 회사는 이를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렸다.

최지원 실장: QA도 마찬가지다. 산업군에 따라 목표가 다르지만, 좋은 품질의 앱을 만드는 것은 동일하다. 다양한 환경을 경험했던 사람들을 그룹화한다면, 더 좋은 앱을 만들 수 있다. 식견이 넓어진 사람들이 모인 만큼 기능, 품질 등의 측면에서 더 많은 시너지가 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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