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뭔 미친 소리냐고 할 수 있겠는데 진짜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물류센터는 커지면서 작아진다. 풀어서 말하자면 외곽 지역의 허브 센터는 통합, 거대화되고 있고 소비지와 가까운 도심 물류센터는 점조직처럼 펼쳐진다. 택배업체들은 너도나도 ‘메가 허브 터미널’을 만든다고 하는데, 배달의민족의 B마트는 도심지에 마이크로 물류거점을 늘리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거대화’의 이유는 물류센터의 생산성과 연결된다.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수요는 미친 듯이 치고 오르고 있는데 그 수요를 처리할 만큼의 B2C 물류센터의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작은 업체의 일이라고? 글쎄.

최근 국내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을 이용하고 있는 화주사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게 뭐냐면 “CJ대한통운이 느려졌다”는 거다. 출고만 제때하면 당연히 내일 도착한다고 생각됐던 허브앤스포크 프로세스가 맛이 갔다. 집하는 오늘 해 가는데 내 상품은 허브터미널에 며칠을 잠긴다. 체감상 CJ대한통운을 이용하면 2~3일은 기본으로 걸리고 있다는 게 여러 이커머스 화주사 대표들의 증언이다.

CJ대한통운을 이용하고 있는 한 화주사 대표가 기자에게 분노하며 전달해준 송장추적 내역. 28일에 집하된 상품이 30일에 배달됐다. 대전허브에서 이틀을 머무는 이유는 폭발하는 물량을 처리할 만큼의 물류업체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류업체의 생산성 부족을 증명하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지난해 우체국 집배원들의 파업으로 인해 우체국택배 물량 처리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있었다. 그 때 우체국택배는 대형 택배업체 여러 곳에 물량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긴급히 요청했다. 물류업체에게 ‘물량’은 돈이니 당연히 받지 않았나 싶었는데 곳곳에서 거절당했다. 그 이유는 택배업체들도 그들 고객사 물량을 쳐내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한 수요 증가를 물류업체의 생산성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박종일 메이트플러스 물류전략팀장은 6월 30일 한국부동산금융투자포럼이 개최한 웨비나에서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한 소비 패러다임 변화가 현시대 물류센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트렌드”라며 “과거 오프라인 시절에는 물류센터보다는 매장에 재고를 쌓고 판매를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과거 창고는 단순한 보관 부동산 역할을 했다면 온라인 시대인 최근 가장 화두가 되는 개념은 풀필먼트”라 설명했다.

그는 “이커머스 업체의 상품 가짓수는 무수히 많다. 쿠팡과 같은 경우 600만종이 넘는 가짓수를 각 물류센터에 재고로 보관하고 수많은 온라인 소비자에게 배송하는데 그야말로 ‘다품종 대량’의 시대”라며 “이런 시대에는 최적의 유통을 위한 물류센터 대형화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최근 1~2년 동안 공급된 물류센터 규모가 대략 60~70만평 정도 되는데 앞으로 현재 25~26% 수준인 온라인 침투율이 더욱 늘어난다면 수요 성장 대비 물류센터의 공급은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라 예측했다.

필연처럼 다가오는 ‘자동화’

생산성을 올리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인력 채용을 늘리는 거다. 혼자서 까대기 하는 것과 100명이 까대기 치는 건 분명히 생산성에서 차이가 난다. 굳이 물류센터의 대형화를 하지 않더라도 열심히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생산성을 감당할 수 있지 않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로 물류센터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는 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됐다는 거다. 사실 원래부터 물류센터 일자리는 전통적인 3D 일자리로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허구한 날 어디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했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얼마 전 기자와 만난 한 물류업체 대표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얼마 전 보니까 우리 물류센터 인당 생산성이 늘어난거예요. 뭔 일이 생겼나 싶어서 확인해보니까 사람이 하도 없으니까 기존 직원들이 다들 이 악물고 일해서 인당 생산성이 올라간 거더군요. 코로나19 이후로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졌어요. 저희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건”

웃픈 현실은 뒤로 하고, 그래서 ‘자동화’는 필연처럼 다가오고 있다. 최저임금은 해마다 오르고 있고, 물류현장에서 사람 구하는 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종전까지 사람을 갈아 넣으면 어느 정도 만들어졌던 ‘생산성’이 갈아 넣을 사람이 없다는 난관에 부딪혔다. 종전에 높은 투자비 때문에 쳐다보지 않았던 ‘로봇’이란 녀석이 보이기 시작한다.

실제 최근 물류센터 안에 로봇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얼마 전인 5월 텐바이텐이 물류센터에 AGV(Automotive Guided Vehicle) 도입을 발표했고, 신상마켓 또한 하반기 신규 구축한 동대문 물류센터에 AGV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 물류업체 대표는 “AGV 로봇 대당 가격이 2000만원 이하로만 떨어져도 엄청난 변화가 시장에 불어 닥칠 것”이라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박 팀장은 “과거 물류센터 하면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작업을 하는 노동집약적인 환경이 맞았다”며 “하지만 앞으로 높아지는 인건비, 바이러스 영향으로 결국 물류센터에는 자동화 설비와 시스템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류센터는 자동화를 넘어 첨단화를 향해 갈 것”이라며 “최근 로봇, 자동 분류기, 디지털 피킹 시스템 등 자동화 장비를 도입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물류센터가 첨단산업의 집약 공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물류센터’의 확산

물류센터의 ‘대형화’, ‘자동화’는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물류센터의 ‘소형화’ 또한 트렌드로 관측된다. 법적으로 ‘물류창고업’으로 분류되지도 않는 수십평짜리 창고가 도심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종전 사무 혹은 주거공간으로 임대했던 도심 부동산에 냉장고가 들어가고 화물을 보관할 수 있는 랙이 깔린다. 그래, 요즘 핫하다는 B마트 이야기다. 다크스토어가 물류센터가 되고, 여기에 택배가 아닌 도심형 이륜차 ‘즉시배달’망이 결합되고 있다.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항에 따르면 물류창고업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전체 바닥면적의 합계가 1000미터(302.5평), 전체면적 합계가 4500제곱미터(1361.25평) 이상인 보관장소가 필요하다. 마치 물류센터처럼 쓰이는 많은 도심 마이크로 물류센터는 법적으로 물류센터가 아니라는 거다.

마이크로 거점의 확산은 기존 이미 도심 안에 존재했던 오프라인 거점이 이끌고 있다. 오프라인 거점의 유휴공간이 온라인을 위한 물류센터가 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까지 대형마트 3사가 모두 그들 매장 공간을 온라인 고객 대응을 위한 ‘물류센터’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 3사는 이 거점을 입을 모아 ‘풀필먼트 센터’라 부른다.

얼마 전인 6월 10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마트 온라인 스토어(EO.S.) 청계천점에 방문하여 “이마트 온라인스토어와 같은 빅데이터 접목, 온오프라인 통합 등 물류혁신, 로봇 등 첨단기술 활용한 신고객 서비스 제공시스템은 비대면 시대 글로벌유통의 주요 선도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으니 말 다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매장형 풀필먼트 센터 중 하나다. 이마트만 하는 게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비대면 신유통서비스 개념도. 뭔가 있어 보이는 게 다 붙었는데, 그걸 얘네는 ‘첨단 풀필먼트 센터’라 부른다. 여기도 풀필먼트다.

대형마트뿐일까. 고객 주문에 따라 배달기사가 지역 편의점, 슈퍼마켓에 방문, 픽업하여 고객에게 전달해주는 개념의 비즈니스가 확산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배달통)가 열심히 하는 영역이다. 주유소도 물류 거점이 됐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주유소 유휴 공간이 라스트마일 택배 거점으로 활용된다. 차량기지를, 서울지하철 유휴상가를 물류센터로 만들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는 또 어떠한가. 심지어 배달대행 사무실, 공유오피스 유휴공간에까지 물류센터가 들어선다. 바로고, 카페24 창업센터, 무신사 스튜디오 사례다.

바로고 강남 사무실에 들어간 냉장고. 온라인 편의점 나우픽이 도심 배달 거점으로 이 공간을 활용한다.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브랜디의 물류센터는 애초에 도심지인 동대문 도매상가 맥스타일 중간층에 마련돼 있다. 과거 신상마켓 성수 물류센터 역시 도심 빌딩에 있었다. 여긴 같은 건물에 뜬금 없이 페라리, 마세라티 중고차 매장이 있었다.  이 또한 도심형 물류센터다.

박 팀장은 “앞으로 물류센터는 라스트마일 배송 강화를 위해서 점점 고객과 가까워 질 것이라는 게 많은 물류업계 실무자들의 의견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사방에 물류센터를 구축하려는 계획들이 온라인 업체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며 “비대면 배송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인접한, 사실 가장 좋은 건 시장 안에 물류센터를 까는 것”이라 밝혔다. 그는 “도심형 마이크로 거점은 단순히 장기재고와 대량재고를 보관하는 용도의 물류센터가 아니다”라며 “외곽 대형 DC(Distribution Center)에서 소비지 인근 마이크로 거점까지 상품이 공급되면 이후 여러 가지 모빌리티 수단으로 배송이 시작되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 말했다.

요컨대 박 팀장에 따르면 물류센터는 점차 소비지에 위치한 ‘작은 거점’으로 분산 배치된다. 작은 거점의 인근에는 RDC(Regional Distribution Center)라고 불리는 지역 물류 최적화를 위한 중간 거점이 마련된다. 마지막으로 소비지 외곽에는 ‘메가허브’라고 불리는 자동화 시스템이 깔린 초대형 물류센터가 입지한다.

그래서 물류센터는 커지면서 작아진다. 동시에 작아지면서 커진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