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함께 해달라”는 홍콩 시민들의 메시지를,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오는 25일까지, 온라인에서는 ‘홍콩, 봄’이라는 이름으로 초단편 만화 전시회가 열린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의 만화가 17명이 지금 홍콩을 바라보는 시선을 아주 짧은 만화로 그려냈다. 서너장 분량의 만화에서, 이들은 각기 자신의 방식대로 바다건너 홍콩의 현재를 임팩트 있게 전달한다.

출처= 불키드 작가의 <누구라도, 그 누구라도> 중 한 장면. 홍콩, 봄 전시회의 홈페이지에서 가져 옴.

홍콩의 시위는 지난해 6월, 중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추진하면서 일어났다. 중국 지도부의 홍콩 통제 강화 시도로 인한 법이 부당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돼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강제 송환하는데 쓰일 것을 우려한 일이었다.

시위는 지난해 8월, 경찰의 실탄 발사 이후 더욱 격화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홍콩 민주화 운동 시위에 ‘홍콩 국가보안법’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이 법은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리즘을 위한 조직 결성이나 활동을 예방하고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그 핵심은  ‘반정부 활동의 전면적 금지’이다. 송환법 반대를 위한 대규모 집회 같은 것이 아예 원천 차단될 수도 있는 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단편 전시에 올라온 만화들은, 보는 이에게 각자의 메시지를 던진다. 예컨대 Mae 작가의 작품 ‘나쁜 날씨’에서는, 우산을 준비하는 청년이 나온다. 궂은 날씨에는, 그에 맞는 옷을 입고 대비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다. “날씨는 매일 변하기 때문에 날씨”라고 말하는 이 청년은, 2014년 ‘우산혁명’의 기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열일곱명의 작가가 열일곱개의 작품으로 홍콩 시민에 연대하는 마음을 그렸다.

수많은 이들의 참여가, 결국에는 희망을 현실로 이뤄낼 것을 암시하는 작품도 있다. 진정 작가의 ‘떠오르는 것들의 장례식’은, 누군가의 끝없는 방해 속에서도 하늘로 풍선의 띄워올리려는 여럿의 시도가 결국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대사 한 마디 없이 강렬하게 전달한다.

불친작가는 일명 ‘맥난민’으로 대표되는 홍콩의 빈부 격차를 만화를 통해 지적한다. 맥난민은 집 대신 맥도날드에서 먹고 자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만화 ‘엔드게임’에서 작가는 “이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아님을 누가 장담하나”라며 지금 홍콩과 우리의 현실을 교차해 생각할 지점을 제시한다.

전시는 만화를 그리는 성인수 작가와 평론하는 이재민 웹툰인사이트 에디터가 기획해 텀블벅 후원을 받아 진행했다. 전시 자체가 ‘참여’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것 또한 눈여겨 볼 부분이다. 전시된 작품들의 메시지도, 전시 자체도 결국은 ‘참여와 관심’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참여와 관심은, 어떤 현상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 그리고 전시 참여 작가들은 홍콩의 상황을 우리 역사와 겹쳐 본다. 1980년 5월의 광주나 2016년 광화문 촛불 시위 등이 그것이다. 이재민 평론가는 전시 기획 후기에서 “출근길 스크롤을 내리다 본 사진 속 ‘홍콩 편에 서달라’며 공항을 점거한 시민들의 눈빛이 결연했다”며 “이 이미지는 내게 2016년 광화문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출처= 홍콩, 봄 초단편 만화 온라인 전시회

한국어 전시는 오는 6월 25일까지, 영어판 전시는 홍콩의 중국 반환일인 7월 1일까지 계속된다. 열일곱편의 만화를 다 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들지 않으나, 그 여운은 길게 간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