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ZOOM)은 오라클 클라우드를 일으킬 수 있을까

오라클은 지난 몇년동안 메이저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려왔다. 그러나 상황의 여의치 않았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클라우드 시장의 리더로 잡리잡는 동안 오라클은 여전히 틈새업체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오라클에 뜻밖의 기회가 될 듯 보인다. 클라우드 기반의 화상회의 서비스 업체 ‘줌(ZOOM)’이 새로운 클라우드 인프라로 오라클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줌’은 지난 4월 자사의 화상회의 서비스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오라클 클라우드를 더한다고 발표했다.

줌은 아마존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사용하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오라클 클라우드를 신규 클라우드 인프라로 도입했다. 줌에서만큼은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함께 오라클 클라우드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셈이다.

이는 오라클 입장에서 세 가지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한다.

우선 줌은 오라클 클라우드의 확장성을 증명하는 기회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줌 이용자는 하루에 1000만 명 정도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하루에 3억 명으로 이용자가 늘었다. 한달 정도의 기간동안 이용자가 30배 늘어난 셈이다. 줌 측은 이런 폭발적인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추가 인프라로 오라클 클라우드를 선택했다. 오라클이 더해진 이후에도 줌은 아무런 문제없이 서비스 되고 있다.

또 멀티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오라클도 하나의 후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보통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를 놓고 멀티 클라우드 구성을 고민하는데, 오라클은 이제 “줌처럼 오라클 클라우드도 멀티 클라우드의 하나로 도입하세요”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보안이 취약하다는 공격을 받던 줌이 오라클을 선택했다는 점은 오라클 클라우드의 큰 셀링 포인트다.

지금까지 오라클은 자사 클라우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성능과 보안을 내세워왔다. 오라클의 타깃 고객인 대기업들이 보안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오라클 클라우드는 이용자의 워크로드와 관리 영역을 분리해 특정 워크로드가 보안위협에 노출돼도 다른 워크로드는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이처럼 보안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오라클 클라우드에 보안 강화가 절실했던 줌이 찾아왔다는 것은 오라클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보안역량을 증명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줌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기가 급상승 했지만, 잇단 줌바밍(ZOOM Bombing)으로 인해 난처한 처지였다. 줌 입장에서도 보안을 강화했다는 명분이 필요했는데 보안을 내세우는 오라클과 서로 필요가 맞은 셈이다. 줌의 에릭 위안 CEO는 “업계 최고의 보안, 뛰어난 성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원수준”을 오라클 클라우드 선택 이유로 꼽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 말고도 줌의 경쟁 상황 때문에 오라클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클라우드 업계의 리더 기업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모두 줌의 경쟁사이다. 아마존은 차임,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즈, 구글은 행아웃 미트 등 줌과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줌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경쟁사에 자사 IT인프라를 맡기기 보다는 경쟁관계가 없는 오라클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오라클은 올해말까지 36개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리전을 설립할 예정이다. 2018년에 4개밖에 없던 글로벌 리전이 불과 3년 사이에 9배 늘어난 것이다. 오라클이 클라우드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오라클은 국내에서도 5월까지 춘천에 새로운 데이터센터 리전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해 이미 서울에 하나 설립했는데, 1년만에 추가하는 것이다. 서울과 춘천은 상호간 백업 및 DR(재해복구) 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

탐 송 한국오라클 사장은 “오라클의 차세대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는 자율운영 기술과 강화된 보안을 중심에 두고 구축되었으며, 이는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오라클 클라우드만이 보유한 차별화된 장점이다”라며, “서울 리전과 춘천 리전의 복수 운영을 통해 국내 기업고객과 파트너들이 재해 복구 역량을 기반으로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비즈니스 핵심 워크로드를 운영 및 보호하고, 나아가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r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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