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태를 방지하지 못하는 ‘n번방 방지법’, 역차별 받는다는 이들이 반대하는 ‘역차별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 사업자에게 디지털 불법 성착취물 유통 방지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 의무와 글로벌 인터넷 회사에 대해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소위 ‘n번방 방지법’과 ‘넷플릭스법’으로 불려온 법 개정안들이다.

n번방 방지법은 인터넷 사업자가 자사 서비스에서 불법촬영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를 지우는 법안이다. 인터넷 사업자는 불법촬영물을 삭제 또는 접속차단 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에 법인이 없는 외국계 인터넷 기업도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 대리인은 이용자 피해 예방에 노력을 해야 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자료를 요구하면 응해야 할 의무를 진다. 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n번방 방지법은 취지와 달리 n번방 사건이 다시 발생해도 막을 수 없다. n번방 사건이 벌어진 텔레그렘과 같은 서비스에 법효력이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은 본사나 서버의 위치가 불명확한 서비스로, 국내법을 따르지 않는다. 결국 불법촬영물 유통방지를 위한 의무는 국내 업체만 지게 될 전망이다.

불법촬영물을 막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불법촬영물의 공유는 공개된 인터넷 게시판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채팅방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법의 효과는 전혀 없을 전망이다. ‘효과는 없겠지만, 좋은 취지의 법이 있어서 나쁠 게 뭐 있느냐’는 식의 입법 만능주의로 인해 국내 기업만 재정적·기술적 자원을 낭비하게 된 셈이다.

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3단체)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n번방 사건과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법안들의 시행으로 동종·유사 범죄가 근절될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면서 “그 동안 각종 사회적 문제를 플랫폼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방식은 사회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았다는 과거의 소중한 경험을 본다면 이번 관련 입법에 있어서도 국회와 정부는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넷플릭스법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CP)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를 의무화하고 있다. ‘서비스 안정수단’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정부와 통신사는 이법을 ‘국내 CP 역차별 방지법’이라고 마케팅 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수백억원의 망비용을 내는데,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해외 업체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어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반면 해외 CP들은 통신사들이 이용자에게 이용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망 이용대가를 받는 것은 이중과금이라고 맞서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국내 CP들이 적극적으로 이 법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법이 역차별 해소는커녕 국내 CP의 망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 법 역시 해외 업체에 실효성이 미칠 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법을 정해 놓아도 한국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에는 강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은 “’서비스 안정성 확보’라는 모호한 용어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관련 시장과 망중립성 원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후에 전개될 논란도 걱정된다”면서 “명분을 앞세우며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에만 집중한 점이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