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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울고 싶은 배민 뺨 때리는 이재명(?)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 배달앱 개발이 현실화될 듯 보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산의 배달의명수를 성공 레퍼런스로 삼아 각 지자체가 공공 배달앱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천에 배달서구라는 앱이 나와 있고, 제천시, 서울 광진구 등도 공공 배달앱을 준비중입니다. 앞으로 지역 배달앱은 우후죽순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는 IT 스타트업 업계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배달의민족은 이 사안에 대해 철저히 말을 아끼는 모습입니다. 자신들의 정책 변경이 예상치 못하게 큰 사회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유력 정치인이 참전한 논쟁이기 때문에 최대한 몸을 낮추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읊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배달의민족의 지금 속마음은 어떨까요? 이재명 지사와 일부 지자체에 대한 분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까요?

공식·비공식적으로 아무말도 안 하니까 ‘관심법’을 좀 동원해봐야 할 듯합니다.

어쩌면 배달의민족은 지금 속으로 웃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억울하다는 생각은 하겠지만, 이재명 지사를 필두로 한 공공 배달앱의 등장이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의민족이 현재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독점’에 대한 비판입니다. 배달의민족이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을 하면서 국내 시장 1, 2, 3위가 한솥밥을 먹게 됐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시장의 99%를 차지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독점이 이슈가 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인수합병 거래를 승인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배달의민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가 아마 이것일 겁니다.

인수합병 발표 보도자료에서 뜬금없이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라는 표현이 나왔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의 일환입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배달통의 운영사가 합병해도 쿠팡과 같은 큰 경쟁사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까 공정위는 합병을 승인해달라’는 속마음을 표현한 것이죠.

이처럼 경쟁구도를 최대한 과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 배달앱의 등장은 어떻게 받아들여 질까요? ‘이제 배달의민족은 공공 배달앱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시장에 퍼지면 어떨까요?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없은 배달앱”에 이어 “지자체가 수수료도 없이 운영하는 배달앱”과도 경쟁을 해야한다면 공정위의 칼날이 조금 부드러워 질지도 모르죠.

그런 점에서 이재명 지사는 울고 싶은 배달의민족의 뺨을 때려주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와 같은 관심법의 또다른 근거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과 같은 협회가 이 사안에 대해 의외로 조용하다는 점입니다. 지자체가 스타트업 서비스와 경쟁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라면,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협단체가 나서서 비판 성명이라도 하나 발표하게 마련인데, 아직 조용합니다. 발표 안 하는 게 오히려 회원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배달의민족이 두려워하는 건 독점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이지 공공 배달앱 자체는 아닐 겁니다. 배달의명수에 무너질 배달의민족이라면 이미 요기요에, 배달통에, 쿠팡에, 카카오에, 위메프에 의해 무너졌을 겁니다.

이재명 지사는 “배달앱은 기술혁신이 아닌 단순플랫폼에 불과하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만, 이 지사가 모르는 게 있습니다. 기술혁신보다 배달의민족처럼 단순하지만 지배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게 훨씬 어렵습니다. 선도업체의 기술을 따라잡는 것보다 지배적인 플랫폼이 있는 시장구도를 뒤집는 것이 훨씬 더 힘든 도전입니다. 통신3사나 삼성전자가 카카오의 기술력을 못 따라잡아서 카카오톡한테 깨진 게 아닙니다.

아무리 단순한 플랫폼이더라도, 그걸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글. 바이라이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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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1. 흠.. 기본적으로 왜 배달중계앱 개발에 공공의 자본을 투입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기존에 있는 배달의 명수만 보더라도 “수수료”와 “광고료”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그건 자영업자들의 장점일테고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뭐가 있는지?
    자체배달 안하고 배달오토바이 중계하는 업체를 끼면 배달료는 당연히 또 붙을테데.

    또 다른 한가지는 수수료와 광고료가 없다면 당연히 수익이 나지 않을텐데(뭐.. 나도 문제일것 같고)
    수익이 안나면 그 서비스를 유지하는 유지비는 오롯이 세금으로 충당해야 되는데
    과연 이것이 맞는가 하는 점도 고민이 되야할텐데. 군산이 아니라 광역단위의 경기도에서 한다면
    그 규모가 클텐데 과연…..지속가능할 것인지 이것이 맞는지도 의아합니다.

    일례로 울산시의 경우는 공공배달앱을 만드는것에 대해 시자체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는데
    울산시의 입장이 어떻게 보면 타당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서 계곡에 노점 철거하는 이재명식 행정력(?)에 칭찬을 한다지만
    가끔은 행정을 추진할때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하고 추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달까요.(그가 대권을 정말 도전할 사람이라면 말이죠)
    이렇게 흔히 말하는 막가파식 추진은… 세금걷어 어플운영/유지/보수만 해주는 꼴인데 과연 이게 맞을까요?

  2. 배민편을 들자는게 아닙니다. 어쨌거나 한 정치인이 많은 시간과 자본과 아이디어로 만든 사업의 성장과정을 거리낌없이 폄하하고 위협하는 마인드로 과연 산업을 육성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글로벌경쟁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키울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법과 제도로 질서를 잡아야하고 법이 없으면 서둘러 법을 만들도록 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배달앱은 누구나 써야하는 공공재도 아닐뿐더러 세금이 끝없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배달과 상관없는 사람이 자영업자 수수료를 내주는 꼴입니다. 또 배달을 하지 않는 업종의 자영업자에게는 차별이 되는 정책이기도 하여 불만이 우려됩니다.

  3. 이재명 지사의 여론몰이가 제대로 성공한 모양 ㅋㅋㅋ

    배민에 대한 사안은 결코 단순하게 정리될 수 없는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배민이 모바일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기업이라는 것
    그리고 그 플랫폼의 영역에 공공이 들어오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 것

    요 2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거고 팩트인 부분입니다.

    근데
    그런 배민이 DH와 합병하게 되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고
    그 이후에 과금체계를 변경하면 독과점의 폐혜가 나타날 것이고
    게다가 배민은 정액광고제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정률제로 요번에 바꿨으니
    반드시 배민은 나중에라도 횡포를 부릴 것이다
    그러니 그걸 막기 위해서는 수수료가 없는 공공앱을 개발해서
    배민의 횡포를 막고 치킨값에서 중간상이 개입하는 걸 막자

    요부분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히 자영업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자
    배민에 반감을 일으키는 부분이겠죠

    거기에 대해서 배민은 깃발꽂기라는 폐혜를 개선하기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여론을 설득시키기에는 부족했던 것이고 심지어 자기네들이 약속했던
    정액제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본인들이 뒤집었으니 뭐…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정리없이 한꺼번에 이야기가 되다 보니
    정리는 안되고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만 하는 모양새입니다.

    심지어 그런 걸 정리해서 알려주는 언론은 하나도 없고
    전부 각자의 이야기만 해서 여론몰이에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모양새이니….

    배민의 플랫폼이 민간의 영역이고
    가장 잘 할수 있고, 또 잘해왔다고는 하지만
    이미 배민이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스러운 부분은 언급도 없이

    그저 정치인이 공공앱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단순히 냉소적인 논조로 까대기만 하면서
    왜 공공앱에 대해서 여론이 동조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는 것인지…

    이쪽이고 저쪽이고
    공생이나 대안에 대해서는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 작금의 상황이 참 안타깝습니다.

    1. 저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공공의 영역이 지배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펙트인냥 가정하는건 좋지 않습니다.

  4. 플랫폼으로 국민의 편의와 사업주의 매출상승에 효과를 더한것 좋다. 하지만 그런 한국인들이 키워준 기업을 외국기업에 팔아먹는것이 질못된거라고 본다. 조금만 더 천천히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토종 한국기업으로 거듭날수 있을탠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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