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아이폰 SE는 아이폰 8 부품을 공유한다

[바이라인 웨비나]

우선 아이폰 11 시리즈에도 탑재된 A13 바이오닉은 아이폰 11과 거의 동일하게 구성돼 있다. 기가비트급 LTE, 블루투스 5.0. NFC를 포함한 와이파이의 최대 사양은 802.11ax로, 아이폰 8의 802.11ac와 다르다. 이론적으로는 아이폰 8은 최대 1Gbps 이상의 속도, 아이폰 SE는 최대 10Gbps의 속도를 지원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와이파이 6를 지원하므로 와이파이 6 라우터와 함께 사용하면 와이파이 속도가 매우 빠르다.

1334 x 750 해상도 4.7인치 레티나 HD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부품은 아이폰 8과 동일하다. 따라서 아이폰 SE를 사용하다 디스플레이가 고장 나면 아이폰 8의 부품을 끼워서 사용할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는 동일하지만 3D 터치 구성 부품은 없다. 애플은 아이폰 11 시리즈부터 3D 터치 부품을 완전히 빼버렸다. 이후 화면을 누를 때 느껴지는 진동 피드백은 햅틱 터치로, 아이폰 XR에서부터 도입한 것이다.

배터리는 외관은 동일하지만 의외로 호환되지 않는다. 이유는 로직보드(CPU 등이 모여있는 메인보드)와 커넥터가 다르다. 아이폰 11과 SE의 커넥터는 동일한데 어차피 연결되도 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정품이 아닌 배터리를 사용하면 정품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뜬다. 종단간 암호화처럼 애플이 원하는 고유 키가 있는 배터리만을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폰 8 배터리를 사용할 수 없거나, 애플 공식 서비스 센터만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에는 원래 마이크로컨트롤러가 있는데, 이 부품은 원래 배터리 온도나 용량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을 매우 애플답게 활용한 사례다.

배터리의 경우 고속충전이 가능하지만 동봉된 5W 충전기로는 고속충전을 할 수 없다.

카메라 부품 역시 동일하거나 호환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에 700만화소 카메라, 후면 1200만화소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후면에는 위상차 검출 AF가 탑재돼 있다. 카메라 외형은 아이폰 8과 동일하며 부품도 호환된다. 최근 제품 중 카메라가 하나인 아이폰 XR보다는 센서 크기가 작다. 그러나 이 카메라의 존재는 매우 놀라운 일이다.

가장 오른쪽의 센서는 아이폰 XR의 것이고 나머지 두개는 SE와 8인데 어느 쪽인지는 알 필요도 없겠다(출처=iFixit)

이유는 애플이 아주 기본적인 하드웨어 사양만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소프트웨어로 때워서 인물사진 모드를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위상차 검출 AF는 렌즈 하나로 가까운 곳에서 먼 곳의 깊이 차이를 감지하는 기본적인 방식이다. 아이폰 8과 SE 외에도 대부분의 폰 후면 카메라에 탑재돼 있다. 그러나 아이폰 XR이 배경과 피사체 하나 정도의 층만 감지할 수 있는 데 반해, 아이폰 SE의 카메라는 두 개 정도 혹은 그 이상의 피사체 깊이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아이폰 SE의 카메라는 거의 소프트웨어만으로 피사체와 배경을 분리해내는 것이다. 이 방식은 카메라 렌즈가 아닌 머신러닝이 배경과 상을 분리해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애플이 그동안 학습해온 머신러닝+CPU 성능으로 구동되는 것이다. 머신러닝 학습 결과야 모든 폰에 사용할 수 있지만 CPU는 신형 폰이 더 좋으므로 애플이 구형 폰에 이 기능을 탑재하지 않을 좋은 핑계가 되기도 한다.

자세한 내용은 카메라 앱을 만드는 HALIDE의 벤 샌더프스키(Ben Sandofsky)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ALIDE는 아이폰에서 RAW 파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앱으로, 그림에서처럼 깊이 층을 판단해볼 수 있는 기능이 들어있다. 게시물 중상단에 있는 강아지 사진 깊이 데이터 이미지를 참고하자. 아이폰 XR이 배경과 상을 겨우, 그것도 완전히는 분리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아이폰 SE의 카메라는 완전 분리 및 깊이를 한층 더 파악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디스플레이 모듈, 카메라 정도만 아이폰 8과 호환된다. 배터리 등 모양이 같지만 호환되지 않는 품목도 있다.

아이폰 SE는 4월 29일부터 온라인 주문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5월 6일부터 판매한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입장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