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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글로벌 대유행을 겪으면서 우리는 국내 방역 시스템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들이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재난이나 위생에 관한 한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철저히 준비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일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울 리더십이나 인프라가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지난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사건에 이어, 우리가 일본의 진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일본에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라는 IT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염종순 대표는 일본에 대해 매우 냉정하게 비평한다. 그는 “한국의 현재(As-Is)가 일본의 미래(To-Be) 모델”이라고 말한다.

염 대표는 30년 동안 일본의 민·관에서 활동한 일본 전문가다. 그는 일본 사가현의 정보기획감과 아모리시청의 정보정책조정감을 역임했다. 일본 총무성의 전자정부추진원이었으며 성누가국제병원의 IT고문, 메이지대학 겸임 교수이기도 하다.

염 대표는 재일교포가 아니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오리지널 한국인이다. 어쩌면 일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유일한 한국인일 것이다. 한국의 그 누구보다 일본의 내면을 가장 깊숙하게 들여다 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왜 한국이 일본의 미래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염 대표는 최근 ‘일본 관찰 30년<토네이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염 대표는 일본의 아날로그 문화가 과감한 혁신을 필요로 하는 현 시대와 맞지 않다고 분석한다. 우스갯소리로 “모 아니면 도”라고 이야기 하는 한국인들은 디지털 시대와 적합하지만, 혁신보다는 개선을 좋아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이 디지털 시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염 대표는 대표적 사례로 한국과 일본의 기차역 개찰구를 비교했다. 일본은 기차역에서 단기간에 많은 사람이 통과할 수 있도록 큰 돈을 들여 최첨단 개찰구를 개발했다고 한다. 표 검사 과정에서 시민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개찰구의 성능을 높이는데 주력한 접근이다.

그러나 한국은 개찰구 자체를 없애버렸다. 대신 승무원들이 모바일 디바이스를 보면서 표가 판매되지 않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을 확인한다. 한국의 접근은 표검사 프로세스 자체를 혁신한 것이고, 일본은 프로세스를 그대로 둔 채 성능만 개선했다.


염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전자정부도 비교했다. 한국은 전국 어디에서나, 집에서도 주민등록등본을 뗄 수 있는 전자정부 시스템을 갖췄지만, 일본은 관할지에서만 뗄 수 있다고 한다. 전자정부는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는데 지금까지 전자정부에 투자한 돈은 일본이 한국보다 20배 많다고 한다.

염 대표는 이를 정보화와 전산화의 차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은 IT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이나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는 정보화를 이루는데, 일본은 방식은 그대로 둔 채 성능이나 생산성만 개선하는 전산화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염 대표가 한국 사람 기분 좋으라고 일본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책을 쓴 것은 아니다. 그는 한국의 IT기업에게 일본이 기회의 땅이라고 설파한다. 그는 한국 IT기업의 선진적인 경험이 일본에서 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에서 정보화 담당 공무원으로 일해 본 경험상 한국 IT제품의 품질이 낮다는 것도 편견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IT기업들이 일본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염 대표의 주장이다. 일본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일본 시장 공략을 제대로 세우고 그들에게 한국의 기술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염 대표는 후지쯔나 히타치, NTT 등 일본의 IT기업과 손잡고 일본 시장을 두드리는 한국 IT기업의 전략이 성공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파트너십으 맺으며 함께 사진은 찍어주지만 실제로 그들이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일본 IT기업은 인력을 파견해서 하드코딩 하는 비즈니스를 펼치는데, 한국의 제품을 이용하면 용역 매출이 줄 뿐만 아니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파트너 기업과의 관계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염 대표는 대신 한국의 선진적인 정보화 경험을 엔드유저에게 직접 어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미리 경험한 미래를 보여주면, 그들도 움직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염 대표는 책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일본을 제대로 알자, 그리하여 일본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지 않은가”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