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그거 아세요? 쿠팡이 제주도에 물류센터를 오픈했어요. 저도 쿠팡에서 주문을 해봤는데 바로 내일 상품이 오더라고요” 제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한 물류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제주도 물류업계에서 최근 단연 화두는 쿠팡이 지난 2월 제주시 오등동에 구축한 정체불명의 건물이다. 대형마트 이상의 크기를 보이는 이 건물 앞에는 로켓배송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쿠팡이 제주시에 새로 오픈한 건물과 앞에 줄지어 늘어선 로켓배송 차량의 모습. 사진을 보내준 관계자는 이 건물이 ‘쿠팡의 물류센터’일 것이라 추측했다.

제주도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이 건물을 쿠팡의 물류센터로 추측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출고시점 기준으로 D+1 택배가 당연한 육지와 다르게 택배 배송속도가 느리다. 육지의 화물이 제주로 이동하는 과정, 그러니까 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배로 이동하는 시간만 보더라도 육지에서 제주까지 적게는 3시간 정도(완도 기점)에서 많게는 13시간(인천 기점)이 소요된다. 더군다나 제주와 육지를 잇는 배편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제주도민들은 통상 택배 화물은 출고일 기점 D+2일을 기준으로 받는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형 TV나 가구 같은 소위 ‘똥짐(예쁜 말로 이형화물)’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본다. 통상 도서산간지역으로 취급되는 제주도이기 때문에 높은 물류비를 이유로 제주까지의 택배 배송을 거부하는 판매자들도 많다.

그런데 물류센터처럼 생긴 이상한 쿠팡 건물이 생겼고, 로켓배송을 주문하니 내일 도착한다. 이러면 당연히 쿠팡이 이 건물에 상품 재고를 선입고 시키는 방식으로 육지에서 제주까지의 배송 속도를 절감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제주도 로켓배송 진출썰의 근원이다.

옛날부터 있었던 제주 로켓배송

먼저 밝히자면 이 정체불명의 건물은 물류센터가 아니라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이 건물은 쿠팡의 ‘캠프’다. 캠프란 로켓배송의 지역 거점이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재고로 매입돼 보관된 상품들이 간선차량을 통해 ‘당일배송’, ‘새벽배송’, ‘익일배송’ 일정에 맞춰서 전국 캠프로 전달된다. 이후 캠프에서 다시 세부지역별로 상품을 분류하여 쿠팡의 배송인력(쿠팡맨)들이 배송에 나선다. 쉽게 말해 택배업체의 ‘허브터미널’ 역할을 쿠팡의 물류센터가, 택배업체의 ‘서브터미널’ 역할을 이 캠프가 한다고 보면 된다.

쿠팡 관계자는 “2월달에 제주시(일부지역 제외)에 캠프를 오픈해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서귀포시 배송까지 가능한 것은 아니라서 그곳은 쿠팡 캠프를 통한 배송이 아닌 종전 방식처럼 지역 물류업체와 협력을 통해 배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측의 말마따나 쿠팡의 로켓배송은 옛날부터 제주도에서 가능했다. 예부터 제주도는 쿠팡의 로켓배송 지역에 포함돼 있었고, 제주도민들은 로켓배송을 이용해 왔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면 제주 지역 물류업체와 제휴를 했기 때문이다. 쿠팡이 육지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출고한 상품을 선편에 실어 출고하여 제주도까지 보내면 현지 물류업체가 이를 분류하여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요컨대 제주 물류업체가 쿠팡 캠프 역할을 대체했다.

일반적인 로켓배송과 달랐던 점은 제주 로켓배송은 D+1일 익일배송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편 이동의 시간상 제약으로 제주도의 경우 D+2일 로켓배송을 제공했다. 쿠팡이 배송하지 않았기 때문에 쿠팡 랩핑된 차량이나 쿠팡맨을 제주도에서 볼 수는 없었다. 쿠팡 관계자는 “제주도민들은 원래부터 로켓배송을 꽤나 좋아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배송비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제주도의 경우 택배를 이용하더라도 추가 배송비를 내거나 배송기간도 1주일이 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는 D+2일을 보장한 것(도 한 몫 했다)”이라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3월 쿠팡 사이트에서 제주도를 주소로 로켓배송 상품을 검색해 본 결과. D+1일이 아닌 ‘D+2일 배송 예정’으로 노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컨대 쿠팡이 제주도에 캠프를 오픈하면서 없던 로켓배송이 새로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제주도에서도 ‘쿠팡맨’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쿠팡이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쿠팡플렉스’를 모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주도민이 자가용을 가지고 쿠팡 캠프에 방문하여 물량을 픽업하고 건당 1000원 정도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주도 전체가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플렉스는 제주도민의 부업 수단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D+1일 배송의 비밀

그럼 제주도에서 D+1일 쿠팡 로켓배송을 받은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의 제주 캠프가 물류센터처럼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다면, D+1일 배송은 어렵다. 추측컨대 쿠팡이 새롭게 오픈한 제주 캠프에 일부 상품이나마 ‘재고’로 보관하고 있다는 이야기일까. 더군다나 제주도에 있는 쿠팡 캠프의 사이즈는 꽤 큰 편이다. 웬만한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물류창고 크기는 된다는 이야기고, 재고가 들어와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에 대한 쿠팡의 답은 “아니다”다. 새롭게 오픈한 쿠팡 캠프 또한 다른 캠프와 동일하게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 분류 및 배송 거점으로 활용된다는 쿠팡측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예전에는 소규모로 캠프 구축을 많이 했는데, 제주도는 처음으로 들어가는 거점이다 보니 크게 지은 것 같다”며 “캠프의 역할 중에는 화물 소팅(분류)도 있기 때문에 점점 그 크기가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 제주도에서 로켓배송 상품을 주문하여 바로 내일 받은 사람은 거짓말을 한 것일까. 그 또한 아니다. 답은 ‘운이 좋았다’에 있다. 제주도로 향하는 완도, 여수, 목포발 선편 중에는 자정부터 새벽 2시 30분 사이 야간 출항하는 배들이 있다. 이 배들이 육지를 나서 제주에 도착하는 데 3~6시간이 걸린다. 이 말인즉, 쿠팡이 고객 주문을 받아 간선차량에 출고하고 항만까지 시간에 맞춰 보낼 수만 있다면 배송 다음날 D+1 배송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세스를 따를 경우 오늘 자정에 주문한 고객 주문까지 내일 배송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쿠팡은 제주 캠프 오픈 이후에도 D+1일이 아닌 D+2일 보장을 제주도 고객들에게 표출한다.

쿠팡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서 제주도에서도 D+1일을 로켓배송을 받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배편으로 육지에서 제주로 물건을 나르는 상황에서 D+1을 보장했는데 안 지켜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제주 물류를 시작한 이유

마지막으로 쿠팡이 제주도에 ‘캠프’를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제주도는 전통적인 물류의 불모지다. 특히나 B2C 택배 측면에서도 소외 받는 지역이었다. 그 이유는 단순한데,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제주도의 주민등록 인구수는 2월 기준 67만876명이다. 서울시 면적보다 3배는 더 큰 제주도인데, 인구수는 서울시의 그것(973만6962명)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밀도’와 ‘규모’ 효율이 나올 리가 없고, 이는 수도권인 인천(295만4955명)과 경기(1326만5377명)의 인구를 포괄하면 더 하다. 새벽배송이 뜬다고 하지만 서울경기인천을 넘어서는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거의 없는 이유와 상통한다.

실제 쿠팡이 ‘시장성’을 보고 제주도에 캠프를 만든 것은 아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들이 동일한 로켓배송 서비스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쿠팡은 도서산간지역과 제주도까지 포함한 모든 로켓배송을 D+1로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또한 쿠팡맨이 들어감으로 서비스 측면의 차이도 발생할 것”이라 제주 물류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쿠팡은 장차 어떻게 제주도에 D+1일 배송을 보장한다는 것일까. 현재로써 당장 생각나는 방법은 쿠팡이 제주도에 ‘재고’를 비치하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제주 캠프가 ‘물류센터’ 용도로 전환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일까.

쿠팡 관계자는 “여러 가지 테스트를 진행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시간이고 그 다음은 지역”이라며 “이 중 지역에서 중요한 것은 캐파(물류 처리량)의 증가 속도를 보는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물류센터 효율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류센터에 재고 보관을 한다면) 관리할 재고가 생기고, 만약 재고를 보유한 상태에서 수요가 없다면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다”며 “제주 D+1 배송을 목표로 테스트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제주 캠프가 물류센터 개념으로 확장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요컨대 쿠팡은 제주도의 ‘수요 증가’ 추이를 바라보면서 점차 배송지역을 확장하고, 물류센터 구축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파악된다. 배송지역 확장은 ‘수요의 밀도’와 연결되는 부분이고, 물류센터 구축은 ‘수요의 규모’와 연결된다. 현재 아웃소싱하고 있는 서귀포시도 장차 규모와 밀도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쿠팡이 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제주도에 충분한 규모가 나온다면 그 때는 쿠팡이 제주도에도 만들고 싶다는 D+1일 보장 배송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