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 전 세계 1위의 부자, 그리고 자선사업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전 회장이 회사 이사회에서 내려왔다. 1975년 친구 폴 앨런과 함께 회사를 설립한 지 45년만의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사직도 내려놓았다. 그는 링크드인 게시물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여담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6년 30조원에 링크드인을 인수한 바 있다.

빌게이츠는 앞으로 자선 활동에 집중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세계 보건과 개발, 교육, 기후변화 대응 등의 자선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빌게이츠가 이사회에서 떠난다고 해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의 1.3%를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가치만 160억달러에 달한다.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빌 게이츠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다.

게이츠 전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에서 내려온다고 해서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와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항상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있을 것이고, 사티아 나델라 회장과 함께 회사의 비전을 만들고 진취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기술 리더십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빌게이츠 전 회장이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에서 떠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그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용 컴퓨터 산업을 형성하고 성장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컴퓨터의 부속물로 취급됐던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산업으로 만든 것도 그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친구와 함께 창업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어린시절 친구였다. 그들이 함께 어울리던 1960년대후반~1970년대 초반은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접하기 어려운 시기였지만, 그들은 이미 컴퓨터 ‘덕후(Geek)’였다.

창업초기 빌게이츠와 폴앨런

둘은 수업을 땡땡이 치고 컴퓨터실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빌게이츠는 좋아하는 여학생과 같은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 컴퓨터를 해킹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들의 컴퓨터 실력을 인정한 학교 측으로부터 컴퓨터 성능 향상이라는 미션을 부여받았고, 이를 위해 컴퓨터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빌과 폴은 고등학교 시절 ‘Traf-O-Data’라는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들은 교통량 계산을 위한 컴퓨터를 시애틀 시에 판매하기도 했다.

1975년 폴은 ‘파퓰러 일레트로닉스’라는 잡지에 실린 ‘알테어 8800’라는 마이크로컴퓨터 기사를 읽고 복사해서 빌에게 보여줬다. 당시 빌은 하버드 법대 대학생이었고, 폴은 허니웰이라는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할 때였다.

알테어 8800이 소개된 파퓰러 일레트로닉스

 

기사를 본 빌은 알테어 8800 제작사인 MITS에 전화를 걸어 알테어를 위한 베이직 언어 인터프리터를 제공하겠다고 공언을 했다. 그들은 8주후 개발한 프로그램을 MITS에서 시연했다. MITS는 빌과 폴이 만든 프로그램을 ‘알테어 베이직(Altair BASIC)이라는 이름으로 배포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다.

이 사건은 빌과 폴에게 큰 영감을 줬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회사를 설립해도 되겠다는 경험을 얻은 것이다. 결국 1975년 4월, 뉴멕시코의 앨버커키에서 자신들만의 회사를 설립했고, 빌은 CEO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이름은 ‘마이크로컴퓨터’와 ‘소프트웨어’라는 단어를 합성해서 만들었다.

MS-DOS와 IBM

회사 설립 초기 그들은 처음으로 만든 베이직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선하고,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러던 1980년 여름, 그들은 IBM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당시 IBM은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를 구동시킬 운영체제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IBM은 CP/M이라는 운영체제를 만들던 ‘디지털 리서치’와 협상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대안이 필요한 상태였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에까지 연락이 갔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기회를 잡았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를 개발해본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QDOS라는 운영체제를 알고 있었다. QDOS는 CP/M과 유사한 운영체제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QDOS를 만든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트’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IBM PC를 위한 QDOS를 개발했다. 1981년에는 QDOS를 아예 인수했고, 이를 MS-DOS로 재탄생시켰다. MS-DOS 1.0은 QDOS를 기반으로 했다.

IBM PC에 설치된 DOS

이 과정에서는 빌게이츠 사장은 소프트웨어 산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IBM이 MS-DOS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지 않도록 요구한 것이다. 저작권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당 사용권을 받는 라이선싱 방식을 요구했다. 당시는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부속물로 취급됐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요구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IBM은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계약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후 40년간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지배하게 만든 근간이 됐다. IBM 경쟁사들은 IBM PC와 유사한 컴퓨터를 금방 만들어냈고, IBM과 마찬가지로 운영체제를 필요로 했다. IBM과 비슷한 컴퓨터를 만드는 모든 회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라이선싱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이외에 애플 컴퓨터도 운영체제를 만들었었다. 그러나 애플은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판매할 계획이 없었다. 자신들이 만든 운영체제는 자신들이 만든 컴퓨터에만 사용됐다. 이 차이로 인해 애플은 아이폰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서지 못했다.

 

애플과의 합의

1983년 애플은 ‘리사’라는 컴퓨터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탑재한 컴퓨터의 등장이었다. 이를 본 빌 게이츠 사장은 시장에 ‘뻥(?)’을 쳤다. “우리도 GUI 운영체제를 개발 중이다”라고.

마이크로소프트는 1985년이 되어서야 겨우 GUI 운영체제를 탑재한 ‘MS WINDOWS(윈도우)’를 선보였다. 하지만 윈도우 1.0은 리사의 카피캣에 지나지 않았고 시장에서도 실패했다. 이때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무시했는지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애플의 존 스컬리 CEO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CEO는 애플이 무상으로 엑셀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했다.

이 합의는 이후 애플의 발목을 잡았다. 1987년 윈도우2.0이 나오자 참을 수 없어진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존 스컬리와 빌 게이츠의 합의는 윈도우 1.0에 국한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CEO 사퇴

윈도우는 3.0, 3.1이 버전이 나오면서 크게 인기를 끌었고, 연이어 윈도우95가 초대박 성공을 거두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됐다. 이는 빌 게이츠를 세계에서 가장 부자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회사는 또다른 위기를 맞았다. 운영체제 시장에서 독점이 심해지면서 회사를 분할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

2000년, 빌 게이츠는 초창기 마이크로소프트 멤버이자 친구인 스트브 발머에게 CEO직을 물려줬다. 여러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CEO에서 물러났지만 빌 게이츠는 2006년까지 최고소프트웨어아키텍트를 맡았고, 2008년까지는 이사회 의장직도 유지했다.

빌 게이츠(왼쪽)와 스티브 발머(오른쪽)

어쩌면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잘못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스티브 발머가 지휘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와 같은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IBM과 함께 PC 시대를 연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애플의 재도약, 구글의 화려한 등장을 지켜보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저 그런 회사가 되는듯 보였다.

그러나 2014년 사티아 나델라 CEO가 부임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되살아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의 성공이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와 클라우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스티브 발머는 미국 프로농구 NBA 소속 팀 LA 클리퍼스의 구단주로 변신했다. LA클리퍼스는 올해 NBA 우승 후보팀 중 하나다.

 

빌&멀린다 재단 설립

2000년 빌 게이츠는 CEO를 사임하면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설립했다. 빈곤, 질병 퇴치 등 글로벌 난제 해결에 목적을 두고 있다. 포춘에 따르면 게이츠 재단은 1995년 1월부터 2017년말까지 455억달러(약 55조원)를 기부했다. 대부분의 금액이 에이즈, 말라리아, 독감 등 질병을 예방하고 퇴치하는 데 쓰였다.

빌앤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2017년 세계 각지의 자선단체들과 손잡고 ‘전염병 대비 혁신 연합’(CEPI)을 출범시켰다. 전염병 백신을 개발하고 비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2020년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창립이래 세번째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했다. 게이츠재단은 1억달러를 기증했다. 가정용 코로나19 진단 키트 보급 운동에 적극 나섰다.

2020년 3월 13일 빌게이츠는 45년 동안 몸담았던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났다. 아듀.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