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졌다” 이재웅 쏘카 대표 사임

“저의 사임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반대로 제가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제는 다음세대에게 문제 해결을 맡겨야할 때입니다”

이재웅 대표가 쏘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대표이사 자리에는 지금까지 쏘카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을 함께 맡아온 박재욱 VCNC대표가 앉는다. 박 대표는 쏘카가 VCNC를 인수하며 이 대표가 영입한 젊은 창업자다. 쏘카에 합류하면서 데이팅 앱 서비스를 했던 VCNC를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로 바꾼 경험이 있다.

쏘카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로 박재욱 COO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VCNC 대표를 겸직하며, 이재웅 대표이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4월 쏘카의 대표직을 맡아 2년간 회사를 이끌어 왔다. 박재욱 대표가 창업한 VCNC를 인수해 ‘타다’라는 서비스를 내놓고 유니콘의 꿈을 키웠으나 택시 업계의 반대와 국회의 타다금지법(여객운수법 개정안) 입법으로 좌절했다.

 

(왼쪽부터)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

이재웅 대표는 이날 대표이사 사임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찌되었든 저는 졌습니다.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라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혁신을 꿈꾸는 후배 앞을 열었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다 못하고 떠나게 되어서 면목없다”라며 “하지만 사회는 언제나 혁신해왔다. 언젠가는 기득권도 물러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다음 세대에게 짐만 드려 면목없지만 다음 세대에서는 지속가능한 혁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저도 온 힘을 다해 옆에서 돕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타다 서비스를 막은 정부에 대해서도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다른 여러나라처럼 모빌리티 혁신을 과감하게 허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제도권내에서 하는 타다 같은 시도는 부족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고 규제할 부분이 있으면 규제하면 될텐데 가장 나쁜 입법으로 금지시키는 선택을 한 정부는 혁신을 꿈꾸는 많은 이들은 물론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아주 나쁜 메시지를 줬다”고 토로했다.

포털 다음 창업자로, 벤처 1세대로 평가받는 이 대표는 앞서 사회적 기업 ‘소풍’과 모빌리티 서비스 ‘쏘카’의 대표를 맡으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었다. 이 대표는 쏘카의 경영에서 손을 떼고 당분간 소풍 등 사회적 기업 운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사회는 타다(VCNC)도 쏘카에서 분할해 독립 기업으로 출범하다는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국회의 ‘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 통과로 지금까지와 같은 타다 베이직의 운영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독립을 위한 별도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반영됐다.

쏘카 측은 이와 관련해 “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이 6일 국회에서 통과돼 타다의 사업확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사 측은 지난 12일, 파견회사를 통해 간접 고용했던 VCNC의 직원 중 타다 운영 관련 파견직 직원의 30%를 감축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타다 관계자는 “투자 이야기가 철회됐고 서비스가 중단이 되니까 운행이 어려워 결정이 된 것”이라며 “(인력의) 70% 정도는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되, 어렵게 안 되는 부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타다측은 지금까지 주력으로 운영해왔던 베이직 서비스를 4월 11일부터 잠정 중단하지만, 프리미엄, 에어, 프리이빗 등의 서비스는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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