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를 통칭하는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진입했다. 그동안 가상자산은 자금세탁 등의 문제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규제를 받게 되면서 가상자산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적의원 182명 전원 찬성으로 이견없이 통과했다. 특금법 개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VASP)에 자금세탁방지행위 방지를 위한 의무를 부과하고, 금융회사가 가상사업자와 금융거래 할 때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규정했다.

특금법 개정안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하위법규를 마련하고,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준비 기간을 고려한 결정이다. 금융당국은 하위법규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업계, 민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개정안이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개정안 이행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가상자산 거래소는 무엇?

가상자산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포함해, 블록체인 서비스 등을 통칭해 말한다. 개정안에서는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가치의 전자적 증표”라고 명시했다.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가상자산을 사고 팔거나,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거나, 보관·관리 등을 영업으로 하는 곳을 말한다. 하위법규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를 포함해 암호화폐 지갑, 블록체인 프로젝트 사업자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특금법, 뭐길래?

특금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4가지다.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취급업소를 정의하고,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내년 9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신고 사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FIU의 허가요건 가운데 핵심은 가상자산 취급업소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획득 여부다. ISMS는 특정 조직에 맞는 정보보호 정책을 만들고 여러 보안 대책을 유기적으로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다. ISMS 인증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들의 기본적인 사이버보호조치로 여겨진다.

또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금융회사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해야 하며, 대표자가 범죄경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아울러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불법재산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나 고액 현금거래를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별 거래내역을 분리하고 관리해야 한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하는 금융회사에도 의무를 부여했다.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취급업소와 금융거래를 할 때, 해당 업소가 신고의무를 이행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금융 거래를 거절해야 한다.

예상되는 것은?

특금법 개정안 시행으로 자연스럽게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금융회사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금융회사 자체적인 기준으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해줬는데, 특금법 개정안 시행령에는 이 조건이 명시될 예정이다.

현재 실명계좌 계약이 완료된 곳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총 4곳뿐이다. 주로 대형업체다. 그밖에 가상자산 취급업소들은 법인계좌 아래 여러 명의 개인 계좌를 두는 ‘벌집계좌’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정안 시행 이후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운영이 불가능해져 자연스럽게 퇴출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ISMS 획득을 위해선 최소 1000만원 이상의 심사 수수료, 각종 보안솔루션 도입 등으로 인한 비용을 내야 한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가상자산 취급업소들의 운영중단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반응은?

업계에서는 특금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반기며, 제도권 안착을 위해 금융당국과 적극적인 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특금법 개정안 통과는 가상자산이 제도권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며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전체적인 핀테크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도 “가상자산 시장과 블록체인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금융기관과 활발히 소통해 실질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