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7일 16시 기준 코로나19 확진환자는 1766명, 사망자는 13명으로 증가 추세다. 지역사회 전파가 현실화됨에 따라 감염병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대책과 함께 업계에서도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재택근무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한 편에서 사람이 몰리는 오프라인 매장, 음식점 방문을 꺼리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는 때 아닌 특수다. 마스크, 손세정제와 같은 위생용품뿐만 아니라 식품, 생필품 카테고리의 주문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관련 품목의 가격 폭등과 품절, 배송지연이 업계 곳곳에서 관측된다.

일례로 쿠팡은 신규 환자가 몰린 대구·경북지역의 주문량이 19일 이후 평소 대비 최대 4배까지 늘어 조기 품절과 극심한 배송 인력 부족 현상을 겪었다. 쿠팡은 20일부터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물류 처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고객과 배송인력의 안전을 위해 당분간 모든 쿠팡 주문 물량은 ‘비대면 배송’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보이지 않는 물류 노동자들

이커머스 업계의 특수 한 편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물류 노동자들이 있다. 접촉점을 아무리 없애더라도 로봇이 배달을 하지 않는 한 우리집 앞까지 물건을 전달하는 누군가는 있다. 이들이 감염병 안전 대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라이더유니온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정부와 방역 당국이 감염병 확산을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한 편에서 택배, 배달 노동자들의 감염병 예방과 확산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은 찾아보기 힘들다. 노동자를 위한 대책을 내는 업체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있다 하더라도 고객 접촉 감염을 막기 위한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지급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물류 노동자들이 특수형태근로자로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수형태근로자인 택배기사, 화물운송기사, 음식배달 라이더들은 법적으로 개개인이 사업주, 사장님이다. 물론 이들이 일거리를 받는 업체는 존재하지만, 업체가 이들에게 특별히 무엇인가를 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 예컨대 물류 노동자들은 혹여나 감염병 의상 증상을 보이더라도 유급휴가를 받지 못한다. 쉬는 것은 자율이지만 그 기간 동안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알아서 해야 할 일이 된다.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27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병 확산에 따라 배달 및 물류 운송노동자의 안전 대책을 논의했다. 라이더유니온과 공공운수노동조합은 이 자리에서 1) 배송 노동자 안전지침 마련, 2) 비대면 배달 전면 시행, 3) 노동자 생계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현장에서 공유된 이야기를 전달한다.

배송 노동자 안전지침 마련

쿠팡 양주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정진영 쿠팡맨은 코로나19 여파로 쿠팡 주문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한 편에서 쿠팡맨의 근무환경 개선과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회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엄청나게 늘어난 물량처리에만 급급하고 배송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이라며 “누구든 개인 건강을 유심히 관리해야 하는 시기임에 불구하고 우리는 평소보다 적게는 20~30%,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어난 물량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휴식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회사는 최근 쿠팡플렉스의 건당 단가를 대폭 올리고 쿠팡맨 추가 채용계획을 캠프 관리자들에게 공지했는데 혹여 우리 중에 감염자가 있거나, 배송 중에 감염자를 만난다면 어떻게 할지 걱정된다”며 “(쿠팡맨 안전 관리에 대한) 회사의 구체적인 운영 지침이 마련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송업체에서 배송 업무를 하고 있는 김한별씨는 명확한 주소 전달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DHL익스프레스, 페덱스, UPS 등 특송업체들은 특성상 병원 배송이 잦은데 배송지가 병원 안에 어디인지 정확하게 명기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배송 노동자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배송지 주소가 명확하게 명기돼 있지 않으면 우리는 수령인을 찾아서 코로나 19 확진자나 접촉자가 오고 가는 병원 곳곳을 배회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불안한 상황에 불구하고 회사는 마스크 지급 같은 기본 방식 외에 별도 지침을 주지 않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업종 특성상 최악의 경우에는 배송 노동자들이 코로나를 함께 배송하는 슬픈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적절한 조치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천안에서 일하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근원씨 또한 회사 차원의 개인 위생용품 지급을 요구했다. 그는 “현재 동료 택배기사들은 개인 사비로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며 “사측에 차량 방역과 마스크 및 손세정제 지급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대면 배달 전면 시행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배달 노동자 A씨(라이더유니온 부산 조합원)는 배달 플랫폼에 ‘비대면 배달 환경 마련’을 요구했다. 배달 노동자와 고객이 동시에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는 고객 대면 카드/현금 결제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하고 있는 배달대행지점에선 오늘부터 100% 선결제 주문만 받도록 조치했지만, 아직 대부분의 배달대행사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라이더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슈퍼 감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라이더 개인 안전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코로나19 위기 종식을 위해서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대행업체 배달은형제들의 김용훈 대표가 A씨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김 대표는 비대면 선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배달 플랫폼들이 앞서 현장결제 금지 등의 환경 등을 조성하면 자연스럽게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이 따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탰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주문 소비자들이 먼저 문 앞 배달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더 많은 분들이 이런 상황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알리고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우체국 집배원인 최승묵씨 역시 비대면 배달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재중 고객이 많은 한국 환경상 고객 대면이 많지 않은 택배나 일반우편과 달리, 특별송달이나 내용증명과 같은 기록우편물 배달은 대면배달을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인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는 “관공서와 국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기록우편물까지 비대면 배달을 할 수 있게끔 가능한 모든 조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노동자가 조금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동시에 국민들에게도 보편적인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동자 생계대책 마련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라이더가 격리 되는 등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됐을 때의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경상도 지역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따라 가게가 휴업에 들어가 배달 자체를 못하게 된 이가 있다”며 “이 분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인지라 휴업수당, 생계대책을 보장받을 수 없다. 마스크나 손세정제와 같은 위생용품도 개인이 책임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배달 등 물류 노동자는 대부분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하루하루 일을 해서 건당 돈을 번다. 이들이 자가 격리 등으로 인해 업무를 못한다면 당장 생계 대책이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감염 의심 증상이 있어도 생계 대책이 없어 현장에 나가는 라이더들도 있다는 게 라이더유니온측 설명이다. 이는 물류 노동자뿐만 아니라 물류 노동자와 접촉할 수 있는 불특정다수의 대중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라이더가 의심 증상을 보여서 자가 격리를 하더라도 이에 대한 휴업 수당을 지급해야 라이더 안전은 물론, 음식점주, 국민의 안전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라이더들은 몸이 아파도 쉬지 못했다. 이번 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몸이 아픈 배달 노동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배달 라이더들은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닌지라 정부의 산업안전 대책 적용 대상에서 사실상 빠져있다”며 “배달 노동자들이 알아서 자신의 안전을 챙겨야 하는 것이고, 회사의 선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회사가 해주면 고마운 것이고, 안 해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업체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선제적으로 배달 노동자의 생계 지원에 나선 업체들도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격리 조치되는 라이더에게 주당 50만원 상당의 생계 보전비와 바이크 렌탈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라이더가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지정 의료 시설에 격리될 경우 최저 시급 기준으로 2주 동안 수입을 보전하기로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