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도 위의 전동킥보드는 환영 받지 못한다. 특히나 공유 전동킥보드는 더하다. 대부분 25km 이내로 속도가 제한됐기에 느린 속도를 참지 못해 앞지르기 하는 수많은 자동차, 버스를 만난다. 안전한 주행 환경을 찾아 자전거 도로가 놓인 갓길을 이용하더라도 불법이다.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하기에 자전거도로 통행이 불가하다.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원동기장치자전거를 탑승하는 것 또한 불법(도로교통법 제50조제3항)이다. 사실상 우리가 강남 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2 전동휠,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퍼스널 모빌리티)는 현행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 원칙적으로 차도로 통행하여야 하고 자전거도로 및 보도 등을 통행할 수 없다. 이에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개인형 이동장치를 새롭게 정의하고, 특례를 마련하여 개인형 이동장치도 자전거도로 및 보도 등을 통행할 수 있는 등 통행방법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6월 8일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이다.

나인투원(일레클), 더스윙(스윙), 매스아시아(고고씽), 빔모빌리티코리아(더빔), 지빌리티(지바이크), 피유엠피(씽씽)까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SPMA) 소속 6개 전동킥보드 공유 모빌리티 사업자가 17일 한 자리에 모였다. 도로교통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공유 모빌리티 사업자들의 공론은 전동킥보드로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싶다는 거다.

현장에 모인 6개 공유 모빌리티 업체 대표자들. SPMA는 국내 운영팀이 있고 법인세를 내고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스타트업 중 시민안전 등에 관한 운전자 확인 , 보험 가입, 시속 25km 이내 속도제한 , 단말기 당 1개 기기 대여제한 등에 관한 협의회의 자율규제에 준하는 기준을 준수하는 기업이 가입할 수 있다. 현재 11개 기업이 협의회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당장 위험한 차도로 인해 인도로 튀어 나온 전동킥보드가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새로운 이슈를 맞았다. 보행자들을 가로지르며 이동하는 전동킥보드에는 도로의 고라니처럼 불쑥 튀어나와 당황스럽게 한다는 뜻에서 ‘킥라니’라는 별칭이 붙었다. 당연히 전동킥보드의 인도 주행 또한 불법이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전동킥보드 운영 사업자들의 공론이다.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와 보행자의 안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관련 입법이 시급하다는 업체들의 강조 사항이다.

진민수 매스아시아 CMO는 “사업 초기 지자체와 이야기를 나눌 때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보수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최근에는 많이 열렸다는 생각을 한다. 지자체 공무원들 중에서도 공유 모빌리티를 활용한 도시 기반 마련과 이용자 및 보행자의 안전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며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가 빠르게 입법화가 돼 많은 이들이 보다 안전하게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우리나라가 (법적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됐던) 전기자전거에 대해 여러 안전 기준을 확립해서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허용했듯, 전동킥보드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 수단도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동시에 시민 안전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헌데, 이 개정안이 아무런 쟁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과가 안 되고 있다”며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하지 않으면 사실상 법안이 폐기가 될 상황이고, 길게는 1년 이상 시민 안전이 방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

해당 법안이 계류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자전거도 아닌 애매모호한 새로운 운송수단이 등장했는데, 이 운송수단을 어디에 포함시키고 관리하는 부처는 어디가 될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11월 20일 진행된 행정안전소위 제3차 법안심사소위원회의록을 보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녹취록의 내용을 일부 발췌해 풀어보면 이렇다.

임호선 경찰청 차장 : 전반적으로 저희들이 윤재옥 의원님안을 기준으로 법에 담아 주시면 어떨까 하는 건의 말씀을 드립니다.

홍익표 소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것은 아직 부처간 합의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네요?

임호선 경찰청 차장 : 예, 아시다시피 안전기준은 자동차 안전규격을 담는 국토부 주관 업무기 때문에 국토부와 협업을 통해서 풀어 가야 될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홍익표 소위원장 : 아직 부처 간 의견이 마무리가 안 됐기 때문에 이 내용은 보류하겠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국토부에만 넘기지 마시고요. 경찰 쪽에서도 의견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있고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될 시장 영역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이것 외에도 세발형 운송수단도 있어요. 지금 두발형만 퍼스널 모빌리티로 나왔는데 이게 자동차도 아니고, 자전거도 아니고 묘한 법적 지위에 있는 것도 있기 때문에…(중략) 경찰 측도 사례 조사나 해외 입법례 같은 것을 참조해서 입장을 정해 주십시오. 빨리 좀… 국토부에만 넘기지 마시고요.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법통과가 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서 많이 물어봤는데, 일단 현장에서 느끼는 상황과 국회에서 입법하는 분들의 생각이 다른 것 같다”며 “단속 주체인 경찰청은 조금 적극적으로 하는 상황인데, 이게 법제화되는 과정에서 주무부처가 국토부가 돼야 하는지 다른 부처가 돼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법을 근거로 해야 하는지 합의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아있는 과제들

당장 공유 모빌리티 업계가 맞이한 쟁점은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 허용’ 법안을 조속 통과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허용이 되더라도 산적한 과제는 있다. 개정안 통과로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이 허용 되더라도, ‘자전거 도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선 여전히 전동킥보드 인도 주행 등 불법이 자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탑승하는 사용자들도 이번 이슈와는 별개로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여기선 현장에 나온 공유 모빌리티 업체 대표자들의 의견을 정리하면서 마무리한다.

이승건 나인투원 이사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따릉이’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 따릉이 또한 처음 레저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점차 생활 이동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시는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자전거 도로의 어느 부분에서 단절이 생기고, 병목이 생기는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서 마포구는 자전거 도로가 잘 구축돼 있는 편인 지역인데, 끊어진 부분 또한 많다. 나인투원과 협업하고 있는 세종시는 우리 요청에 따라 인프라를 확충한 경우도 있다.

현재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운송수단은 자전거밖에 없는데 전동킥보드 역시 자전거 도로 이용이 우선 허용된다면, 우리는 그 법안 아래에서 몇 년 뒤 더 많은 것을 요청하고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성민 씽씽 CMO

안전모 착용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이동 구간이 짧은지라 이용자가 안전모를 소지하거나 착용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전동킥보드를 원동기장치가 아닌 전기자전거 장치로 보는 것이 더 맞는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형산 스윙 대표

우리 또한 안전장비 고민이 많았다. 인식의 문제를 푸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예를 들어서 해외의 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스핀)는 안전모를 킥보드에 연결해두고, 전동킥보드 잠금 해제를 통해 헬멧을 탈착해야 출발할 수 있게 했다. 근데 인식 개선이 안 되면 정작 사용자가 안전모를 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손에 들고 탄다. 반면 프랑스와 같은 국가에서는 단 5분을 타더라도 반드시 안전모를 쓰고 간다. 스윙은 현재 쿠폰 지급이나 할인 등의 혜택을 유인으로 사용자가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모 착용 캠페인도 강남구를 중심으로 일찍이 시작했는데, 이 또한 우리 맘대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처음 들어가는 동대문구의 경우 전동킥보드를 탈 것이라고 보는 인식조차 없다. 동대문구를 가면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 그러니까 원동기로 분류된다. 근데 동대문구 가로수 정비과에서는 적치물로 취급하고 전동킥보드를 수거해 간다. 인식 개선을 위한 시도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진민수 고고씽 CMO

안전모는 정말 치명적인 이슈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여러 지자체와 일하면서 결국 ‘인식’과 ‘문화’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우리가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들어갔을 때 접이식 안전모를 프로모션으로 배포한 적이 있었다. 미리 전동킥보드에 안전모를 걸어놨는데 그날 바로 비가 왔다. 이렇게 위생과 연결된 문제가 발생하면 사용자는 그 헬멧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모 공유, 혹은 안전모 위생관리 등을 지적하지만, 정작 사용자는 안전모를 함께 쓰는 것을 불편해하고 그래서 비치돼 있어도 안 쓴다. 서울시의 따릉이, 대전시의 타슈와 같은 공유 자전거 서비스 사례를 보더라도 안전모 공유 시도는 성공한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전동킥보드 보호 장구 착용은 개인의 역할이라 본다. 서비스 업체들은 최대한 사용자들이 안전모를 쓰도록 인식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각 업체들이 안전모 착용을 끌어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개정안 통과의 의미

공유 모빌리티 업체들에게 이번 개정안 통과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법제화를 위한 하나의 시작점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당장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 허용이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대대적인 활성화를 끌어오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주무 부처도 명확하지 않은 애매모호한 퍼스널 모빌리티 운송수단을 기존 법망 안에 넣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를 시발점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에 산적한 다양한 이슈들을 하나둘 풀고 싶은 것이 업체들이 갖고 있는 공감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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