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펀드는 왜 중국의 틱톡에 투자했을까
마미손이 ‘소년점프’로 메가히트를 기록한 바탕에 ‘유튜브’가 있었다면, 올초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열풍은 ‘틱톡’이 주무대가 됐습니다. 아무노래는 음원이 발매된지 열흘만에, 틱톡에 관련 동영상이 10만건 이상 올라왔고 해당 영상들의 조회수가 1억뷰를 넘겼었죠(최근에는 8억뷰가 넘었다고 하네요). 우연하게 아무노래가 빵, 하고 터진 것은 아닙니다. 지코는 챌린지를 위한 무대를 아주 현명하게 골랐습니다. ‘인터넷 밈’을 생산하기 가장 좋은 곳, 바로 틱톡이죠.
틱톡이 아니라면, 이렇게 빠르게 아무노래 댄스 챌린지가 확산될 수 있었을까요? 틱톡의 콘텐츠 확산 양식은 유튜브와는 다릅니다. 마미손이 유튜브에서 빠르게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영상 콘텐츠에 집중한 누적 재생수의 폭발적 증가였습니다. 마미손은 음원을 멜론 등 여타 스트리밍 사이트에 내지 않았고, 유튜브에 집중했습니다. 몇 가지 요인에 의해 입소문을 탄 소년점프 뮤직비디오는 빠르게 1000만뷰를 찍었죠.
그러나 틱톡은 태생이 유튜브와 다릅니다. 일단, 영상 자체의 길이가 15초로 한정됩니다. 사람들은 유튜브에처럼 공들인 영상을 틱톡에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유행하는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따라 만들어 내죠. 그렇게 이용자들은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틱톡에 입장합니다.
지코는 아무노래를 발매한 뒤 틱톡 계정을 팠습니다. 그리고는 영상에 “여러분과 원활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죠. 이어서 마마무의 화사, 청하, 장성규 등 10대들에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들과 같이 아무노래 춤을 추는 짧은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후 열흘만에 챌린지에 동참하는 영상 10만건을 이끌어내죠. 틱톡에서 올라온 영상은 틱톡에만 머무르는 게 아닌데요. ‘아무노래 챌린지 댄스 모음’은, 편집되어 유튜브에서도 유통되고요. 유튜브를 보고서 재미를 느낀 이용자가 다시 틱톡을 찾는 순환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아무노래의 인터넷 밈이 생겨났네요.
물론 아직 영상계의 절대 강자는 유튜브입니다만, 틱톡의 성장세를 무시할 수는 없죠. 유튜브 이용자 수는 20억명, 틱톡은 10억명으로 추정됩니다(세계 인구수가 77억명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둘 다 경이로운 숫자죠). 유튜브가 틱톡 이용자의 두 배이긴 하지만, 틱톡이 세상에 나온 것이 4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입니다. 틱톡이 탄생한 것은 2016년, 유튜브는 2005년이거든요. 유튜브 입장에서 틱톡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풋내기죠. 그런데 그 어린 것이 이제 유튜브를 위협하는 가장 큰 경쟁상대가 되고 있습니다.
틱톡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죠. 틱톡은 2012년 설립된 ‘바이트댄스’라는 회사가 두번째로 만든 서비스입니다. 부모는 ‘장이밍’이라는 중국 사람인데요, 1983년생입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을 전공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중국 지사에 입사했다가 1년을 안 채우고 사표를 던졌죠. 그리곤 창업합니다. 여행정보회사, 소셜미디어 회사, 부동산 정보회사를 순차적으로 거의 매년 연쇄창업을 했습니다. 뭐, 잘 안됐죠. 그리고 만든 것이 바이트댄스입니다.
■될놈될, 바이트댄스
바이트댄스가 제일 처음 유명해진 사건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틱톡의 성공이요? 아닙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 이전에도 히트 상품을 꽤 냈습니다. 그런데 바이트댄스를 애초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배짱 큰 거절이었습니다. 사업초기, 텐센트가 투자 제안을 했었지만 보기 좋게 걷어찼습니다. 독자 노선을 걷겠다, 이거였죠.
그런 바이트댄스에 2018년 놀라운 투자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와 알리바바, KKR 등이 우리돈으로 약 2조 8000억원을 바이트댄스에 집어 넣었다는 이야기였죠(물론 첫 투자 유치는 아니었습니다. 시리즈C를 받은 상황이었거든요). 왜 놀라운 이야기냐면, 이때 바이트댄스가 받은 기업가치가 750억달러, 우리 돈으로 87조원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초, 초, 초, 울트라 특급 유니콘인 셈이죠. 텐센트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지 않은 것이, 오히려 바이트댄스에 큰 도움이 되었겠군요. 역시 될놈될인가 봅니다.
■비전펀드가 본 두 가지
제가 흥미롭게 본 것은, 바이트댄스가 비전펀드의 투자 경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입니다. 비전펀드는 왜 바이트댄스에 투자했을까요? 크게 두 가지 때문으로 보입니다.
첫째, 시장 지배력입니다. 2018년이면 이미 틱톡이 유튜브 저격수로 꼽히고 있던 시절입니다. 비전펀드는 지금까지 각 시장에서 가장 지배력이 큰 플랫폼을 선택해 투자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존의 시장을 가장 파괴적으로 침투해낼 수 있는 플랫폼이죠. 대표적으로는 쿠팡이 있겠네요. 쿠팡은 국내의 이커머스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리딩 사업자입니다. 커머스만 놓고 보더라도, 쿠팡 외에 인도의 그로퍼스, 인도네시아의 토코피디아 등 세계 각 지역의 1등 사업자나 혹은 1등이 가능해 보이는 혁신 사업자들에 투자해왔습니다. 틱톡은 아주 훌륭하게 파괴적인 영상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 아니 되었습니다.
둘째, 인공지능(AI)이죠. 비전펀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대규모 펀드입니다. 손정의 회장이 최근 가장 꽂혀 있는 부분은 누가 뭐래도 AI 입니다. 지난해 한국에 방문,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AI 투자를 강조했죠. 127조원으로 구성된 ‘비전펀드 2호’의 목표도 역시 AI 스타트업 육성입니다. 지금 당장은 비전펀드의 수익성에 의문을 구한다고 할지라도, 앞으로는 AI가 모든 화두의 중심이 될 것이고,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가진 플랫폼이 모든 사업을 재정의하게 될 것이라는 게 손정의 회장의 비전이죠.
그런데 AI랑 바이트댄스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바이트댄스는 원래 AI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창업 후 첫 서비스가 AI 뉴스편집 앱 ‘진르토우탸오’였습니다. AI로 개인에 맞춤한 뉴스를 편집해 앱으로 전달해주는 서비스였죠. 처음에 나왔을 때만 해도, 저렇게 짧은 뉴스를 누가 소비하냐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그런 비판을 우습게 넘어섰죠.
바이트댄스는 AI 기술을 물론 틱톡에도 적용합니다. 지난해 AI 음악 스타트업인 ‘쥬크텍’을 인수했는데요,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AI가 만들어 제공하는 곳입니다. 사실 음악을 기반으로 영상을 공유하는 사이트들이 가장 애를 먹는 것이 저작권입니다. AI로 음악을 만든다면, 이 부분을 피해갈 수 있을 거고요. 아마도 틱톡에서 노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영상을 생산해 확산할 수 있게 되겠죠.
게다가 바이트댄스는 곧 스트리밍 음원 시장 진출도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트댄스가 곧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 유료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한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었는데요, 12월에는 바이트댄스가 계열사를 통해서 리얼타임 오디오-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나왔었습니다. 유튜브도 ‘유튜브 뮤직’을 통해서 국내 음원 사업자인 멜론이나 지니를 위협하고 있는데요, 틱톡도 그 시장을 안 바라볼 이유가 없긴 하겠네요.
바이트댄스는 올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죠. 연내 바이트댄스에 관심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아시겠지만, 틱톡의 짧은 영상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훌륭한 광고 마케팅 공간이기도 하죠. 이 성공한 플랫폼이 사업 모델을 얼마나 더 다각화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기업 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다른 동영상 기업들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더 알고 싶으시다고요? 바이라인비즈니스네트워크 ‘유니콘 스터디’에 함께 하세요. 이제 자리가 몇 남지 않았습니다. ㅎㅎ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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