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 to the 고]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이벤트들, 참 좋은데...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브리핑, 첫번째 시간으로 CES를 다뤄보겠습니다.

CES 2020의 스타는, 실제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볼리였습니다.

볼리의 등장은, 사물인터넷, CES의 표현으로는 사물지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를 알 수 있는 열쇠에 해당합니다.

IoT의 원래 의미는, 사물끼리 정보를 주고받아서 자기들끼리 가정이나 공공 등의 환경을 스스로 조절한다는 거였는데요. 지금까지 스마트홈 가전들은 통신은 가능하지만 유기적인 자동화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이걸 썼느냐. 폰이나 구글 홈으로 가전들을 켜고 끄는 데 사용했죠. 심지어 비트박스를 해달라고도 했습니다. AI가 하는 비트박스는 사는 데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나까 사물지능 시대가 왔는데도 가전에 스마트한 기능이 많이 탑재돼 있지는 않았죠. 이걸 편의상 1세대 스마트홈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런 문제가 왜 발생했냐면, 가정 기기들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내기업은 TV를 잘하니까 TV에 이걸 탑재하려고 했고요. 구글은 네스트를 갖고 있으니 온도제어기로 이걸 하려고 했고, 아마존은 스피커를 잘하니까 스피커에 화면을 달아서 대시보드를 보여주려고 했죠. 이걸 편의상 2세대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런데 2세대마저도 여전히 TV나 스크린을 보면서 조작해야 했는데요. 그런데 집에가면 피곤합니다. 쉬고싶어요. 스크린을 보기가 싫어요. 그래서 이걸 자꾸 안 쓰게 됩니다.

3세대 스마트홈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해진 건데요. 저는 이미 5년 전에 이 흐름을 파악하고, 로봇청소기에 컨트롤타워를 넣으라고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굉장한 인사이트죠. 그 글을 누가 봤는지 모르겠지만 로봇청소기 원조 기업인 아이로봇에서 2015년과 2017년에 카메라로 집안을 스캔하고 다니는 로봇청소기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제품은 집안의 지도를 그리고 카메라로 장애물을 파악해서 그걸 피해가는 용도로 주로 썼죠. 그러나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볼리는 그 부분에서 청소 기능을 빼버린 제품입니다. 우리가 구글 홈으로 가전제어를 하고 싶어도 구글 홈은 저를 따라오지 못하죠. 그리고 이족보행하는 로봇은 비쌉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못 걸어요. 그래서, 바퀴를 단 제품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볼리는 아직 컨셉 제품입니다. 할 수 있는 건 사람 따라다니는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제품이 집안의 제품을 파악하고, 스스로 가전을 켤 수 있으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죠. 가전끼리 유기적인 기능이 좀 떨어져도, 이친구 하나가 스스로 해결하고 다니면 되는 겁니다. 이 제품은 아직 컨셉 제품이라 실제로 작동하지는 않지만요. 예시 동영상을 보면 카메라를 통해서 집안 상황을 최대한 스스로 판단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좋은 건 이런 제품이 없어도 되는 거지만, 그 전까지는 이런 제품이 집안의 가전들을 제어하고 다니는 것도 괜찮죠. 베이비 모니터나 펫 모니터 IP 카메라로도 쓸 수 있을 겁니다.

이 제품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건 아마도 감성적인 영역일 겁니다. 사람 말에 반응을 하고, 사람을 따라다니는 모습이 마치 동물 같은 느낌이죠. 동물과 다르게 발로 차도 아프지 않겠고요. 대신 여러분의 지갑이 아파지겠죠.

삼성에 의해서 IoT는 완전히 유기적인 작동을 하기 전까지는 컨트롤센터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볼리가 기기 내에서 AI를 다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겁니다. 집안의 정보도 개인정보기 때문에 클라우드에 올리는 건 아마 어려울 것이고요. 온디바이스로 처리하자고 하면, 삼성보다 구글, 아마존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도 있겠죠.

어쨌든 볼리, 흥미로운 제품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이 제품을 리뷰하길 기대하면서 이시간 마치겠습니다.

글.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영상. 박리세윤 PD dissbug@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