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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계 글로벌 물류업체 리너스(Rhenus Logistics)가 11일 2020년 아태 지역에 영향을 줄 물류 트렌드를 발표했다. 얀 하르니쉬(Jan Harnisch) 리너스 아시아태평양 COO가 8개의 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했다.

리너스가 꼽은 2020년 아태지역 물류 트렌드

1) M&A Booming

2) Collaboration

3) E-commerce

4) Infrastructure

5) Innovation and IoT

6) Sustainabillity

7) Supply Chain

8) Ripple Effect of China-US Trade War

의역을 섞어서 리너스가 꼽은 물류 트렌드를 해석하자면 2020년에는 물류업계에 ‘폭발적인 M&A’가 이어지며 ‘이종간 협업’이 가속화된다. 여전히 ‘이커머스 물류’가 중요한 역량으로 대두되며, ‘물류 인프라’는 한 단계 더 진화한다. ‘사물인터넷 기술 확산’에 따른 공급망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며, ‘지속가능한 물류’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물류 플랫폼’이 확산될 것이며, ‘공급망 위기관리’가 핵심역량으로 나타난다.

물류업체가 꼽은 물류 트렌드지만 역설적으로 IT와 관련된 트렌드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재밌다. 이종과의 융합도 당당한 한 꼭지를 차지했다. 아래는 리너스의 이번 트렌드 발표를 정리한 내용이다. 그냥 정리하면 재미없으니 한국의 상황을 좀 섞어봤다. 먼 나라의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M&A 빅뱅(M&A Booming)

M&A는 물류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이다. 리너스는 2020년에도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M&A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히 네트워크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축뿐만 아니라, 디지털화 추세에 따라서 IT 영역의 통합 역시 가속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리너스에 따르면 M&A의 목표는 엔드투엔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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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떤 물류업체라도 ‘모든 물류’를 잘 할 수는 없다. 각자 잘 할 수 있는 특화된 지역 네트워크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UPS는 북미, DHL은 유럽 네트워크에 강한 회사라 평가 받는다. 리너스 역시 아시아와 남미 지역에서 강한 업체로 평가 받는다. 물류업체가 모든 지역과 역량을 통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종기업, 혹은 동종 물류기업과의 합종연횡이 필수적이다. 물류기업들이 M&A에 집중하는 이유다.

비단 글로벌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CJ대한통운이 지난 4일 출범을 발표한 ‘CJ로지스틱스아메리카’가 CJ대한통운이 2018년 인수한 미국 현지 물류기업인 DSC와의 통합법인이다. CJ대한통운은 1960년 설립 이후 북미시장에서 주력으로 활동한 DSC의 영업망과 인적네트워크를 흡수했다. DSC의 망에는 CJ대한통운이 갖춘 물류와 기술 역량이 결합돼 M&A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이다.

물론 많은 경우 M&A는 1+1=2로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조직이 융합됨으로 발생하는 문화 차이와 중복되는 인력과 네트워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은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으로 평가된다. 많은 물류기업들이 예부터 겪었던 일들이고, 2020년도 아마 그럴 것이다.

이종간 협업(Collaboration)

물류는 연결이 만든다는 뻔한 이야기를 리너스도 한다. 리너스에 따르면 2020년에는 화주(Shipper)와 3자 물류업체(3PL)간의 더욱 많은 협업이 예상된다. 화주와 물류업체는 비용 감축과 서비스 개선 측면에서 상생을 만들 수 있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리너스의 예측이다. 특히나 화주사의 물류자회사(2PL)와 3PL이 만나 협력하는 추세를 리너스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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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물류 대세는 2PL이다. 현대글로비스와 삼성SDS, CJ대한통운, 판토스,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익스프레스, BGF로지스, GS네트웍스 등등. 모회사 물량 비중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두 계열 화주사의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한 물류업체들이다. 스타트업계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도 2PL이고, 마켓컬리의 물류자회사인 프레시솔루션도 2PL이다. 후자의 두 업체에선 자체 물류 역량을 외부로 공유하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겠다.

하지만 2PL 기업이라 할지라도 모든 모회사 물량을 혼자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쿠팡의 로켓배송 물량을 물류업체 한진이 일부 처리하는 것처럼,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가 지난해 파업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해서 KGB택배 대리점과 제휴해 물량 위탁을 결정한 것처럼. 2PL과 3PL은 많은 경우 협업하고, 그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모든 물류를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 아마존이 직접물류 비중을 늘리고 있더라도 여전히 USPS와 UPS는 아마존의 파트너인 것처럼 말이다. 괜히 최근 페덱스와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는 아마존이 생각난다.

크로스보더 풀필먼트(E commerce)

물류는 이커머스의 파생 상품이다. 이커머스가 성장하면 필연적으로 물류도 함께 성장한다. 리너스 역시 2020년 전자상거래의 성장,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 안에서의 거대한 성장을 예측했다. 리너스에 따르면 아마존, 라자다, 쇼피와 같은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지역 확장을 추진함에 따라 물류업계에선 기존 항공 운송을 단거리 해상 운송으로 개편하는 현상이 관측된다. 전자상거래 물류에서 기존 항공운송을 대체하기 위한 ‘속도(Lead Time)’가 중요한 역량으로 대두된다. 전자상거래에 특화된 물류 운영과 시스템 역량이 속도를 만드는 기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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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유행하는 키워드인 ‘풀필먼트’와 관련된 영역이다. 한국 물류업체들이 이커머스에 적합한 운영과 시스템을 갖추고 스스로를 풀필먼트 서비스 기업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마이창고, 위킵, 아워박스, 두손컴퍼니, FSS와 같은 기업들이 ‘풀필먼트 서비스’ 사업자를 표방하는 업체들이다. CJ대한통운과 같은 대형 물류업체 역시 신축 곤지암 메가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풀필먼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B2B 기업물류가 B2C 전자상거래물류로 바뀌고, 소품종 대량 상품이 다품종 소량으로 바뀌고, 그래서 3PL 시스템은 할 수 없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한다. 풀필먼트를 한다는 기업들의 설명에서 찾는 공통점들이다.

여기에 결합되는 것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다. 리너스의 발표 안에서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이 단일 권역을 형성한 것처럼 동아시아 삼국(한국, 중국, 일본)의 이커머스 시장 또한 단일시 경제권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미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전 세계 어딘가에서 공급되는 상품을 한국 오픈마켓에서 소비하고 있음을 생각해보자.

물류 인프라의 진화(Infrastructure)

리너스는 정부와 민간기업의 물류 인프라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 시장의 물류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물류기업들의 인프라 역량은 지속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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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자동화 인프라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물류 자동화 설비 및 시스템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국내업체가 LG CNS인데, 이 업체가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굴러다니는 AGV나 오카도 물류센터에서 굴러다니는 그리드 로봇 같은 걸 본격 공급하고자 영업전에 나섰다. 예컨대 지난해 롯데슈퍼 의왕 물류센터에 도입한 ‘오토스토어(Autostore)’가 LG CNS가 작업한 것이다. LG CNS 관계자의 전언으로는 나름 고객사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롯데슈퍼 의왕센터 내부모습. 롯데는 한국에서 멋있는 물류 투자를 참 많이 하는 기업이다.(사진: 롯데슈퍼 유튜브 캡처)

지난해부터 물류 전시회에서 아마존의 ‘키바(KIVA)’스러운 로봇을 들고 나온 업체들도 참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한 편에서는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단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라스트마일 물류로봇 업체들의 움직임도 관측된다. 이런 추세 속에서 올해야말로 물류로봇 활성화의 원년이 될지 기대해 본다.

사물인터넷 혁신(Innovation and IoT)

리너스에 따르면 화물 위치 추적과 온습도를 측정하는 RFID 태그와 센서에 이르기까지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물류산업 보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사물인터넷 기술 보급으로 화주사는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물류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 시간은 줄어들고 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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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ID부터 IoT, 블록체인까지 이어지는 기술 발전의 맥락은 사실상 하나를 가리킨다. 물류의 영원한 숙제라고 평가되는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궁극체라고 할 수 있는 블록체인만 보자면 삼성SDS가 꾸준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 삼성SDS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통해 납품 일정과 통관 정보 등 여러 데이터의 연계성을 확보했고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통한 위조사기 예방과 같은 성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삼성SDS 외에도 시그마체인, 디카르고, 템코랩스와 같은 업체들이 블록체인 기반 물류 사업을 하고자 하는데 맥은 전부 동일하다.

한 편에서는 블록체인 이전에 사물인터넷부터 잘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물류업계에 RFID 도입이 뜬다고 이야기 된지는 수십년이 넘었고, 사물인터넷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물류 트렌드 보고서의 단골 아이템이다. 혹자는 매년 뜬다고 하는 이 트렌드에 피로감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녹색물류(Sustainability)

리너스에 따르면 2020년은 녹색 물류의 원년이 된다. 최근 다양한 산업군에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물류산업에도 그 여파를 미쳤다는 설명이다. 물류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나 올해 1월 1일부터 IMO 2020의 규제에 따라 세계 모든 해운업 선박에 저유황 연료유(선박 함황유량 3.5% -> 0.5% 감소)만 사용하게 됨에 따라 해운업계는 녹색물류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느낄 것이라는 리너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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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녹색물류 관련 국내에서 주목받는 트렌드는 e모빌리티의 물류 확산 추이다. 지난해 말부터 현대차가 전기트럭인 포터2 일렉트릭을 출시한 데 이어, 기아차 또한 봉고3 EV를 발표하면서 택배업의 전기트럭 활용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곳에서 오고간다. 이미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 쿠팡과 CJ대한통운뿐만 아니라 최근 한진 또한 제주도를 거점으로 한 전기 택배차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실제 전기트럭 구매를 고민하는 택배기사들의 모습도 많은 곳에서 관측된다. 국내에서는 수천만원 상당의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과 부족함 없는 출력과 주행거리(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의 경우 완충시 총 211km 주행가능) 등이 전기트럭 구매를 고민하는 요인이 된다. 물론 아직까지 충전소 보급과 정비의 불편함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있지만, 올해가 전기트럭 도입 확산의 원년이 될지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디지털 플랫폼 확산(Supply Chain)

리너스에 따르면 엔드투엔드 가시성을 갖춘 빠르고 민첩한 공급망이 ‘플랫폼’을 통해 구현된다. 플랫폼은 운임 경쟁 기반의 물류에서 서비스 기반의 물류로 변화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리너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솔루션과 플랫폼을 지향하는 물류업체와 자본과 인프라 집약적인 레거시 물류업체 간의 격차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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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IT 기반의 물류 플랫폼들이 성장하고 있다. 트레드링스나 밸류링크유와 같은 물류 플랫폼 업체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플랫폼을 통해 ‘가시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B2C 서비스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운임’을 손쉽게 조회하게 해주고, 화물의 위치 추적과 상태 파악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와 같은 서비스가 오랫동안 전통적인 물류업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한 편에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는 전통 물류업체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판토스, 퀴네나겔과 같은 전통적인 물류업체들이 IT 역량을 강화하고 물류 플랫폼 사업에 진입했다. 그들의 무기는 오랜 기간 확보한 ‘네트워크’다. 결국에는 디지털로 물류기업의 역량이 집결되는 상황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급망 위기관리 역량 대두(Ripple Effect of China-US Trade War)

2019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물류업계에 미친 악영향이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리너스의 분석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미지와 멀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국가다. 특히 중국 전체 수입 사업의 약 70%를 담당하는 도시 상하이나 홍콩에 대한 투자는 악재에 불구하고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2019년과 마찬가지로 대만, 태국, 베트남 등의 국가가 미중 무역분쟁의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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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한일 무역갈등, 최근의 신종 코로나 사태는 물류 관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정치 환경 변화와 천재지변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위기가 닥친 사례들이다.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따라 미국과 중국 생산기지 투자를 보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는 일본산 원자재 의존율이 높은 국내 반도체 산업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는 중국 공장 가동 중단으로 자동차업계의 생산 차질이 이슈로 부각됐다.

이런 이슈가 일어날 때마다 한국에서 나오는 해법은 ‘공급망 재편’이다. 생산 문제가 발생한 국가에서 여타 국가로 생산네트를 조정하거나 해외 진출 공장의 국내 귀환을 지원하는 ‘리쇼어링’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7일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대응 방안으로 발표한 내용이 정확히 맥락을 같이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응 방안으로 ‘중국 현지생산 조기 재가동’, ‘국내 대체생산 지원’, ‘제3국 대체생산 지원’을 꼽고 생산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공급망 위험 관리’ 역량과 연결되는 이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해 8월 한일 무역전쟁 관련 동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실효적인 공급사슬 위험관리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며 “공급사슬에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자유무역 및 상호 신뢰관계를 전제한 체제가 존재하지만, 이미 공급사슬에 정치적 위험 사례가 발생한 현 시점에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