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규제개혁당이라는 정당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IT업계 종사자들이 주축이 되어서 만든 최초의 정당일 것 같은데요. “한국의 우수한 기술 인프라와 인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들을 만드는 토대를 닦기 위해”라고 설립목표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고경곤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장, 규제개혁의 전문가 구태언 변호사 등이 일단 정당 설립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정된 선거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규제개혁당이 3% 이상 득표를 한다면 원내진입도 가능합니다. 물론 3%의 득표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입니다.

IT업계에서 직접 정당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겠다는 이유는 정당 이름에서 나타나듯 ‘규제’ 때문입니다. 4차산업혁명의 과정에서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기존의 규제에 의해 혁신에 방해를 받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특히 기술과 4차산업혁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재의 정치인들은 규제를 혁신한다고 말은 하지만, 오히려 규제를 키우는 형국입니다. IT업계 대표로 국회에 들어간 정치인도 있지만, 이들의 활약은 미미합니다. 오히려 앞장서 규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드루킹 사건 이후 포털 규제 관련된 많은 법이 나왔는데,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출신의 김성태 의원이 주도가 됐었죠. 기존 정당의 일원으로는 당의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죠.

그렇다면 규제개혁당은 국회에 들어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규제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분명한데, 어느 방향으로 개혁할 것인지는 이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규제개혁당은 이념적 분포는 어디에 있을까요? 창당선언문을 통해 이를 한 번 살펴보죠.

  1. 작은 정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큰 기준 중 하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느냐, 큰 정부를 지향하느냐입니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작은 정부를, 진보는 큰 정부를 지향하죠.

규제개혁당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듯 보입니다. 규제개혁당은 “규제강화는 공공부문 비대화와 권한집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서 “20세기형 정부와 관료들의 리더십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명시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밝히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힘듭니다. 규제개혁당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효율적인 정부와 혁신에 앞장서는 공무원만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규제하는 공무원 대신 AI 공무원 사회복지 등 실질 민생분야 공무원을 확충하자는 입장입니다.

  1.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제 반대

최저임금제를 바라보는 입장도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이 되겠죠? 규제개혁당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에 비판적인 모습입니다. 창당선언문에 보면 아래와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양대 노총과 적당히 타협해온 기성 정치권과 노동부 관료들 때문에 진정한 노동개혁은 꿈조차 꿀 수 없는 현실이 되었으며, 전 업종 공통 최저임금제 적용과 같은 세계에 유례없는 노동규제를 양산하였습니다.”

  1. 복지 강화

규제개혁당은 복지를 더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보다는 평등과 국가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진보가 복지 정책에 더 많은 투자를 하죠.

특히 규제개혁당은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모든 시민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제공하자는 이 개념은 진보 쪽에서 주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1. 디지털 독점 규제 강화

규제개혁당은 디지털 독점 규제를 강화하자고 밝히고 있습니다. 디지털 산업은 일반적으로 독점화가 쉽게 됩니다. 소비자의 전환비용이 극히 낮기 때문입니다. 또 플랫폼 비즈니스는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올라가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대부분 독점화 됩니다.

이에 규제개혁당은 디지털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독점자가 함부로 자산의 힘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겠죠?

  1. 법인세 인하

앞에서 복지 강화 입장과는 다소 상반되는 듯 보이는데요, 규제개혁당은 법인세 인하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법인세 인하는 보수가, 법인세 인상은 진보가 취하는 정책이죠.

기본소득을 도입하거나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세수를 확충해야 할텐데요, 법인세를 인하하는 대신 어떤 세금을 올려서 복지를 강화할 것인지는 창당선언문에는 힌트가 없었습니다. 공무원을 줄이는 등 정부가 사용하는 비용을 삭감해 복지를 늘리자는 이야기일까요?

  1. 대북정책은?

우리나라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북한에 대한 관점입니다. 진보는 일반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입장인 반면, 보수는 북한은 스스로 변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힘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이죠.

규제개혁당은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은 창당을 선언했을 뿐이니까, 향후 실제로 당이 만들어지고 정강정책을 다듬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입장도 나올 것을 기대해봅니다.

.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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