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타다 금지법 넘어 반택시 금지법

박홍근 의원 : 2차관님, 오늘 통과될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타다 금지법입니까?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 : 저희는 타다와 택시 모두를 위한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홍근 : 엄격히 얘기하면 택시제도를 혁신적으로 개편하고 재편해서 타다와 같은 혁신적 서비스가 택시 안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다고 보여주는 법이라고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김경욱 :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혁신적인 운송서비스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월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두고 박홍근 민주당 의원과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과의 대화내용이다. 여객운수법 개정이 타다를 제도화 하는 법이라는 대화다.

청와대도 비슷한 생각인 듯 보인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한 토크콘서트에서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은 ‘타다’ 같은 혁신 시도를 어떻게 제도화할지 고민하는 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타다를 위한 법이라는데 타다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는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 운영할 수 없다”면서 “타다금지법을 타다금지법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잘못된 법안을 지금이라도 철회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현재 타다 서비스가 의존하고 있는 법 시행령 예외조항을 법률에서 제한했다. 개정안이 본회의 통과되면 현재의 타다 서비스는 명백하게 불법이 된다. 개정안은 대신 플랫폼 운송사업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서 타다를 유인하고 있다.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차량과 택시면허가 필요하고 택시와 함께 전체 총량을 제한받으며 기여금을 내야 한다. 규제를 좀 덜 받는 새로운 종류의 택시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타다 측이 택시 사업을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이재웅 대표는 “왜 김현미장관과 박홍근 의원은 대여자동차로 사회 편익을 증가시키고 있는 타다를 실패한 택시회사가 되라고 하는 걸까”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계속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박홍근 의원도 맞대응 했다. 박 의원은 “타다의 강제배차시스템, 친절청결서비스 등 혁신적 요소는 물론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공유경제나 차량공유서비스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렌터차량과 대리기사에 의한 택시시장 잠식에 불과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타다는 공유경제나 차량공유서비스가 아니어서 금지된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정부와 국회는 앞서 ‘카풀’도 금지시킨 바 있다. 출퇴근 2시간만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당시에도 정부는 “카풀의 제도화”라고 설명했지만, 법이 개정된 이후 카풀 서비스를 하는 회사는 사라졌다. 출퇴근 2시간으로는 비즈니스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카풀 금지법이었다.

카풀 서비스는 명백한 승차공유 서비스다. 흔히 이야기하는 우버 서비스와 다를 바가 없다. 박 의원에 따르면, 타다는 공유경제가 아니라서 금지시킨다는 이야긴데, 카풀은 공유경제인데도 금지됐다. 아, 우버도.

그런 점에서 박 의원 발언의 방점은 “택시시장 잠식에 불과하다”는 표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택시시장을 잠식한 것이 금지의 이유인 것이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수십만 택시 운전사가 입는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솔직해지자. “타다와 택시 모두를 위한 법”과 같은 아무도 믿지 않을 거짓말은 하지 말자.

이번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타다를 위한 법이 아니라 명백히 타다를 금지시키기 위한 법이다. 택시산업의 이익에 반하는 시도는 카풀과 같은 종말을 맞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사례다. 큰 틀에서 반택시 금지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부와 여권은 혁신 친화적 이미지와 전통사업 보호 이미지를 둘 다 가지고 싶겠지만 불가능하다. 지금은 파괴적 혁신시대다. 파괴를 막든가 허용하든가 결정해야 한다.

그 점에서 정부와 여권이 할 일은 “타다를 위한 것”이라는 거짓말 대신 정확한 설명이다. 우리 사회에서 택시산업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 소비자가 다소 피해를 입더라도 택시산업을 지켜야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차라리 “수십만 택시 운전사의 일자리와 생계유지를 위해 혁신을 좀 희생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어떨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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