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온다는 ‘온다택시’ 불러보니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티머니와 함께 28일 론칭한 택시 플랫폼이 있으니 ‘온다택시’다. 등록된 택시는 총 4000대 규모(개인택시 2000대, 법인택시 2000대)로, 서울에서만 호출 가능하다. 서울 시외에서 온다택시를 이용할 경우 목적지가 서울시내인 경우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서울택시조합측에 따르면 온다택시라는 이름은 ‘승객이 부르면 반드시 온다’는 의미를 담았다. 택시기사에게는 목적지를 미표출하고, AI 자동배차 시스템을 통해 골라 태우기를 사전에 방지하여 승객 중심의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만들었다는 서울택시조합측 설명이다.

부르면 온다는 온다택시. 결과부터 말하자면 부르면 안 올 때도 있다.

온다택시는 정말 승객이 부르면 반드시 올까. 그래서 불러봤다. 12월 2일부터 9일까지 네 번 온다택시를 호출해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두 번은 왔고, 두 번은 오지 않았다. 그 경험을 정리하여 공유한다.

<호출 성공>

(1) 12월 2일 오후 10시 30분경 : 서울 합정 출발 – 인천 계양구 도착

(2) 12월 3일 오후 9시경 : 서울 혜화 출발 – 서울 연신내 도착

<호출 실패>

(1) 12월 4일 자정 서울 서울역 출발 – 서울 남부터미널 도착

(2) 12월 9일 오후 10시30분경 서울 당산 출발 – 인천 계양구 도착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에선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목적지와 출발지를 입력하고, 승차 요청하기를 누르면 근방에 있는 온다택시가 자동 호출된다. 카카오택시의 그것과 흡사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결제 연동 기능을 제공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큰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사항은 아니었다.

앱에서는 호출 위치 근방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다택시 등록 택시들의 위치가 노출된다. 티머니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능은 승객에게 주변에 온다택시 차량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차원으로 설계됐다.

이렇게 주변에 운행 가능한 온다택시 빈 차들이 노출된다.

온다택시가 자랑하는 기능은 ‘AI 자동배차’다. 이 기능이 무엇이냐면 승객이 온다택시를 호출했을 때 반경 1km 이내에서 직선거리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차 한 대에만 주문을 배차하는 방식이다. 현재 온다택시의 자동배차에 들어가는 변수는 ‘직선거리’ 하나다.

온다택시 기사에게는 승객의 목적지가 노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목적지가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 합정에서 인천 계양구까지 이동하는 온다택시 호출을 받은 한 택시기사는 “원래 목적지가 안 보여야 되는데 이상하게 보였다”며 “계양구로 이동하는 오더가 보여서 주문을 잡은 것”이라 말했다.

온다택시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서울시를 넘어가는 주문이 들어왔을 때는 ‘목적지’가 노출된다고 한다. 티머니 관계자는 “서울 택시기사들에게 있어 서울 외곽으로 이동하는 것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어서, 시외 이동은 목적지를 노출시키고 있다”며 “택시기사들이 가까운 거리의 이동을 승차 거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온다택시를 시작한 것”이라 설명했다.

서비스

두 번 타본 온다택시, 두 번 다 통상의 택시기사와는 다른 서비스를 경험했다. 이 서비스라는 것이 별 것은 아니다. 친절한 말투와 이용하는데 어디 불편한 것은 없느냐는 한 마디, 끝나고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 한 마디가 서비스를 만든다. 서비스 품질의 측정기준을 ‘친절함’으로 본다면 기자가 타본 온다택시는 타다의 그것과 비교해서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온다택시가 타다처럼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진 않지만 말이다.

온다택시 기사가 별도의 서비스 교육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온다택시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지난 11월 한 달 동안 택시기사 대상의 서비스 교육을 진행했고, 앞으로도 장기적인 교육 과정 수립 계획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업 취지 및 서비스 소개’, ‘사용법 안내’, ‘콜수락 당부’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 중에는 정식 커리큘럼에 포함돼 있지는 않았지만, ‘서비스 개선’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티머니 관계자는 “온다택시는 타다와 카풀 서비스들이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드는 한 편에서 택시업계 내부에서 자정적인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라며 “두 개의 서울택시조합이 함께 하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우리앱이라는 주인의식이 강하다. 카카오택시만큼은 아니지만 그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의식도 있어서 서비스를 친절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서비스 교육도 커리큘럼에 도입될 예정”이라 설명했다.

온다가 안 오는 이유

부르면 오는 택시를 표방하는 온다택시지만 부르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기자가 호출한 네 번 중 두 번은 호출을 거절당했다. 기자는 온다택시 배차에 실패하고 각각 대체재인 카카오택시와 우버택시를 불러서 목적지까지 이동했다. 이게 참 야속한 것이 주변에 빈 차가 돌아다니는 것이 앱상에는 명백하게 보이는데 잡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속한 배차 실패 화면. 타다나 웨이고블루는 ‘차’가 없어서 배차가 안 되는 것이라면, 온다택시는 기사의 자율 의지로 배차가 안 될 수 있다. 스크린샷은 9일 서울 당산에서 인천 계양구 가는 온다택시 배차가 실패하고 노출된 화면인데, 이후 카카오택시를 불러서 목적지까지 잘 갔다.

그 이유는 온다택시가 택시기사에게 ‘강제 배차’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승객의 출발지에서 가장 가까운 택시기사에게 목적지가 가려진 주문이 전달되기는 하지만, 그것을 수행할지 안할지 결정하는 것은 택시기사의 선택으로 남겨졌다. 강제 배차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웨이고블루나 타다와는 다르다. (또 하나 다른 점은 타다와 웨이고블루 기사는 일반 택시기사와는 달리 고정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티머니 관계자는 “서울시에 택시가 7만2000대가 있는데, 우리가 도입한 4000대는 전체와 비교하면 5% 수준밖에 안 된다. 절대적인 택시 숫자가 부족해서 배차가 잘 안될 수도 있다. 4000대 운영이 안정화되면 차차 운행대수를 늘리고자 한다”며 “(강제배차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는 택시업계와의 상생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강제적으로 배차를 하거나, 배차를 받지 않으면 패널티를 주는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다. 택시기사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온다를 오게 하려면

아무래도 ‘목적지가 안 보이는 주문’은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받기 꺼려진다.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되지 않는 주문, 그러니까 ‘똥콜’을 잡을 수 있게 되는 위험을 껴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기자가 불렀던 온다택시가 배차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택시의 피크타임인 심야시간에 더 좋은 주문을 수행하여 더 많은 시간당 수익을 만들고 싶은 것이 택시기사의 욕심이다.

그래서 온다택시는 택시기사가 굳이 목적지가 안 보이는 주문을 받도록 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온다택시는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6~8시) 주문수행에 건당 1000원, 심야시간대(오후 11시~새벽 2시) 주문수행에 건당 2000원의 인센티브를 택시기사에게 지급한다. 이 인센티브 구조는 12월까지 적용되며, 이후에는 서울택시조합과 협의를 통해서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티머니측 설명이다.

더 많은 승객을 플랫폼으로 유인하기 위한 차원의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온다택시 첫 탑승객에게 토스머니 5000원을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강남, 홍대, 종로 등 심야시간에 택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지역에 방문하여 온다택시 탑승을 독려하는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다.

티머니 관계자는 “과거 콜택시 앱이 없던 시절, 그러니까 승객이 길거리에 나와 손을 흔들어서 택시를 잡던 시절에는 손님에게 먼저 목적지를 물었던 택시기사가 없었다. 그러나 콜택시 앱이 등장하고 이들이 택시기사들을 빠르게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목적지를 노출시키기 시작했다. 이것은 택시기사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며 “온다택시는 옛날 택시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고자 한다. 승객 위주의 사고로 탑승해야만 목적지가 나오게끔 하는 프로세스를 양조합과 협의하여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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