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기사의 고민 중 하나는 음식배달업의 유휴시간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음식’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점심과 저녁시간, 특히 저녁시간에 주문이 몰리는 것은 자명하다. 평일 아침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대표적인 음식배달 일거리가 없는 유휴시간이고, 이 시간에 배달기사들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배달기사의 고객사는 상점(음식점)이다. 상점에도 고민은 있으니, 음식을 만들기 위한 ‘식자재’공급이다. 대형 F&B 프랜차이즈 업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대량 식자재 구매로 ‘구매력’을 만들었고, 별도의 유통망 또한 이미 구축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민인 곳은 ‘중소 상점’이다. aT 농식품유통교육원의 연구 결과(B2B를 활용한 우리농산물 거래 확대 방안, 김용한 교수, 2017)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음식점(90% 가량)은 종업원 5인 미만 100제곱미터 이하 규모의 영세 음식점이다. 이들은 일명 ‘나까마(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등지에서 물건을 떼 오고 지역 상점에 영업, 판매하는 개인, 혹은 도소매상)’라 불리는 이들로부터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식자재를 구매하는 ‘1회성 수시구매’ 행태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소형 음식점들은 비교적 비싼 가격에 식자재를 납품 받는 일이 잦다는 연구 결과다.

또 다른 문제는 물류였다. 식자재 도매업체들이 특별히 음식점이 요구하는 시간에 정확히 맞춰서 배송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형업체의 식자재 물류는 통상 도심 새벽배송을 먼저 돌고, 시 외곽으로 빠져서 배송을 마무리 하는 구조다. 상점마다 오픈 시각이 각각이기 때문에 배송기사가 방문하는 시간과 맞으면 대면배송을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매장 문 앞에 식자재를 두고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흔한 식자재 할인 마트 광고. 술집을 운영하던 기자의 지인은 동네 슈퍼마켓에 직접 방문하여 식자재를 구매하기도 했다. 이 또한 사실 소상공인들이 식자재를 구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실제 인천 인하대 앞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또한 도매상을 통해 식자재를 공급받았다. 도매상은 주 3회(월, 수, 금) 그의 가게까지 식자재를 배송해줬는데, 타이밍이 맞으면 직접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가게가 열리지 않은 시간에 배송이 도착하면 그의 가게 뒤편 주차장에 식자재를 놔두고 갔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장 후면에 주차장이 있어서 그나마 불안이 덜했지만, 다른 음식점이라면 식자재 배송 구조 때문에 불안한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 말했다.

‘식자재 공급’의 고민, 마이크로 물류가 해결할까

음식점과 배달기사의 고민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업체가 있다. 업체의 이름은 플리즈. 2015년 1월 법인을 설립한 이 업체는 전라남도 광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달대행 프로그램 업체다. 플랫폼 가입기사는 300여명으로 광주와 여수 지역 전역을 담당할 만큼의 배달대행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플리즈는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배달기사를 활용한 ‘식자재 공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요한 식자재 물량 확보는 삼성웰스토리와 제휴를 통해 해결했다. 플리즈는 삼성웰스토리가 판매하는 1만여개의 식자재 중 5000여개를 우선 지역 음식점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음식점들이 이용하는 식자재 공급 서비스와 차별점이 있다면 ‘대면배송’이고, ‘시간지정 배송’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플리즈가 가지고 있는 배달대행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음식점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춘 식자재 배송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 방법은 이렇다. 플리즈의 식자재 공급 서비스를 이용하는 지역 상점은 오후 5시 주문마감 시간까지 다음날 필요한 식자재를 플리즈에 주문한다. 삼성웰스토리는 전국 6개 지역 거점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3개(광주, 김해, 용인 물류센터)의 물류센터에서 플리즈의 지역 거점(SP-Sorting Point라 부른다.)까지 음식점이 주문한 물량이 내려온다. 그 시간이 새벽 2시부터 오전 7시 사이다. 플리즈 SP(광주 세 곳, 서울 세 곳 존재)에는 냉장, 냉동고가 비치돼 있는데 그곳에 도착한 식자재들이 최종 목적지별로 분류, 보관된다. 이 식자재가 하루에 두 번 음식점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서 배송된다.

그러니까 음식점 입장에서는 D+1일 식자재 배송을 받을 수 있다. 대면배송과 시간지정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선도 관리가 되지 않는 거리에 식자재가 방치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유휴시간’ 활용한 식자재 배송

기본 원칙은 플리즈의 식자재 배송시간과 배달기사의 배달 피크타임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리즈는 식자재 배송으로 인해 배달기사들이 주문이 많지 않은 유휴시간에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플리즈 배달기사들은 하루 두 번 식자재 배송을 나간다. 1차 배송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2차 배송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다. 이 시간은 배달기사의 일거리가 떨어지는 유휴시간이다. 이 시간은 배달기사에게도 유휴시간이지만 지역 음식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유휴시간이다. 음식점들은 당일 장사, 혹은 저녁 장사를 위한 식자재를 그 시간에 공급받는다.

배달기사들은 기존 일거리가 없었던 시간을 활용해서 식자재를 배송하고 배달대행 단가 수준의 돈을 추가로 벌 수 있다. 플리즈는 장차 배달하는 상품의 부피까지 고려하여 단가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모든 배달기사들이 유휴시간 식자재 배송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박순호 플리즈 대표는 “배달 라이더들은 에이스 기사, 중간 수준 기사, 매일매일 바뀌는 초짜 기사가 다이아몬드 구조로 분포돼 있다”며 “여기서 에이스는 대부분 젊은 라이더들로 모바일 디바이스로 빠르게 주문을 잘 잡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음식 배달만으로 높은 수익을 만들고 있기에, 우리가 어떤 형태로 물량을 주더라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플리즈가 식자재 배송 물량을 주고자 하는 이들은 배달기사 중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는 ‘중간층’이다. 이들은 에이스가 좋은 주문을 다 잡아가는 와중, 똥콜까지 처리하는 이들”이라며 “중간층 배달기사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유휴시간에 주문을 주는 방식을 고민한 것”이라 설명했다.

‘반품’의 영역까지

플리즈가 2020년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영역은 ‘이커머스 반품’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반품 수거의 영역이다. 이 또한 배달기사의 유휴시간을 활용한 ‘시간 지정’과 ‘대면 수거’가 핵심 경쟁력이다.

고객 입장에서 택배 반품의 단점은 언제 올지 모르는 택배기사다. 택배기사 입장에서 반품은 한 고객을 방문하여, 하나의 상품을 수거하는 C2C택배의 영역이다. 건당 돈을 받는 택배기사 입장에서 돈이 되는 주문이 아니기에,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배달기사의 유휴시간을 통해 처리한다는 게 플리즈의 계획이다. 식자재 배송과 마찬가지로 아침(오전 9시부터 11시까지)과 오후(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여기에 추가로 음식배달 주문이 점점 줄어드는 오후 9시 이후의 시간을 반품 수거 시간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현재 한국 시장에서 반품은 여전히 공급자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방문, 수거하지 못한다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며 “고객의 수거 요청 당일 방문하는 반품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도 혁신이 만들어질 것”이라 밝혔다.

플리즈는 현재 롯데닷컴 반품 서비스의 우선 협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2020년 예정된 롯데 이커머스 통합이 끝나면 배달기사의 유휴시간을 활용한 반품 수거 모델을 실제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배달기사가 반품 한 건당 받는 단가로는 2000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플리즈측 설명이다.

박 대표는 “플리즈는 쉽게 말해 배달대행이라 불리는 근거리 배송망이라는 근간에 식자재 배송이라는 부가가치 서비스를 올렸다”며 “그 위에 커머스라는 부가가치 서비스까지 올리는 게 플리즈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모델”이라 밝혔다. 점차, 배달대행과 퀵서비스, 그리고 택배까지. 라스트마일 물류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