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 탈(脫) 오라클 바람이 조용히 불고 있다. 오라클 DB 대신 오픈소스나 클라우드DB, 또는 국산DB를 사용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안정성, 무결성이 필수적인 시스템에는 오라클 이외의 대안이 사실상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생각에 조금씩 균열이 일었다.

대표적인 회사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오라클 대신 SAP HANA와 티베로, 오프소스 DB로 오라클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라클 DB 유지관리 서비스도 오라클이 아닌 리미니스트리트에 맡겼다.

전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회사들도 자연스럽게 탈 오라클의 길을 걷게 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사 시스템을 아마존웹서비스(AWS)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DB도 오라클 대신 AWS 오로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기업이 소프트웨어 공급사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다. 과거의 환경에서는 오라클 DB가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었만, 이런 조건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혁신을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뱅크가 국내 금융권 최초로 미션 크리티컬 시스템인 채널계에 오픈소스 DB를 이용하는 것이 그런 모습이다.

그러나 너무 성급한 것은 위험하다. 중요한 시스템일수록 일어날 파장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면밀한 판단 후에 움직여야 한다. 바람이 분다고 해서 깊은 고민 없이 무조건 그 바람을 따라가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남길 수도 있다.

이런 우려가 드는 것은 KT의 탈 오라클 움직임을 보면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KT가 오라클 DB 유지보수 서비스를 써드파티(제3의 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써드파티 유지보수 기업은 오라클의 반값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입장에서는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단순히 유지보수 서비스 업체를 교체해 비용을 절감하자는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은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오라클은 자신들의 유지보수를 벗어나는 업체에 아주 강력한 제재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 DB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교체하는 것은 앞으로 오라클 DB를 사용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지가 있을 때나 해야하는 선택이다. 현대차처럼.

예를 들어 오라클 서포트(유지보수) 정책에 따르면, 오라클과 서포트 계약을 맺지 않은 회사는 다시 오라클 라이선스를 살 수 없다. 보통 기업들은 서버를 교체할 때나 확장할 때 소프트웨어 신규 라이선스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오라클은 유지보수 계약이 되어 있지 않으면 신규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신규 라이선스를 구매하려면 유지보수 계약을 맺지 않은 기간의 유지보수 비용을 1.5배 할증해서 물어내야 한다.

오라클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락인(Lock-In)정책이겠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오라클 DB에서 한 번 떠나면 다시 되돌아 올 수 없는 정책을 만든 셈이다.

또 오라클은 시스템별로 유지보수 계약을 맺지 않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오라클 DB를 이용하는 전체 시스템과 유지보수 계약을 맺든지, 아니면 전체를 맺지 않아야 해야 한다. 패치 하나를 다운로드 해서 전체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을 종합하면, KT가 오라클이 아닌 써드파티 유지보수 계약을 맺을 때 향후 모든 DB를 오라클이 아닌 다른 소프트웨어로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는 KT라는 회사의 시스템을 넘어 국가기간통신서비스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예를 들어 KT는 지난 해 SKT와 함께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사업자로 선정됐다. 2020년까지 구축될 예정이다. 만약 KT가 이번에 국가재난안전통신망에 오라클 DB를 사용하고 향후에 서버 연한이 끝나서 교체할 때 오라클 DB 라이선스를 활용할 수없다면 어떻게 될까?

KT 측이 이런 오라클의 무시무시한 유지보수 서비스 정책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클라우드가 등장한 이후 오라클은 위기상태다. 오라클은 줄어드는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라이선스 및 유지보수 정책을 들이밀 것이다. 전후사정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판단이 큰 손해를 불러올 수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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