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택시, 동종 모빌리티 업계로부터 삼중 압박을 받고 있는 ‘타다’가 사실상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선언을 했다. 정부의 택시제도개편안에 구애받지 않고 계획대로 해보겠다는 것이다.

타다를 운영하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VCNC는 7일 운영 중인 타다 차량을 내년까지 전국 1만대로 확대하고, 드라이버 역시 5만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재욱 VCNC 대표는 ‘타다 론칭 1주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얼마나 많은 분이 저희 서비스를 원하는지에 따라 확장 계획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면서 이같은 수치를 언급했다.

박재욱 VCNC 대표. 박 대표는 “총량제를 하고 만약 회사가 잘 안 돼서 망할 경우 그 경영권을 국가에서 사줄 것인지 등에 대한 법적인 것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총량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타다는 왜 지금 ‘1만 대 확충’ 카드를 꺼냈을까

타다 1주년이라는 시의성도 있지만,  VCNC 측이 간담회를 가진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이달 내 ‘ 택시제도개편방안(일명, 상생안)’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입법 절차를 밟길 원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타다로서는 상생안 논의를 하면서, 한 편인 줄 알았던 스타트업 업계도 이해관계에 따라 뜻이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에 속한 다수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정부안을 받아들이고) 일단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더 크다. 타다가 반대하더라도 국토부의 뜻을 받아들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즉, “국토부 안이 확정되면 규모의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판단한 타다가, 다른 플레이어들이 구체적 실행안이나 요구사항을 발표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선제공격한 게 아닐까, 하는 추론이 가능한 상황이다. 1만 대 차량을 운영하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없었다. 타다에 대한 소비자 브랜드 인지도도 좋은 편이다. 타다가 적극적인 사업 확대안을 발표하고 마케팅을 한다면 국토부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국토부가 발표한 ‘상생안’은 택시와 타다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타다 측은 보도자료에서 “지난 1년 동안 드라이버 9000명에게 일자리 새로운 일자리 제공했다”면서 “드라이버를 5만 명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로 읽힌다.

실제로  박재욱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국토부안을 놓고 “충분한 논의가 많이 안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타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수많은 모빌리티 스타트업 중 타다의 영업 형태를 굳이 분류하자면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업체’다. 국토부는 택시제도개편방안을 내놓으면서 모빌리티 플랫폼의 형태를 ‘운영/ 가맹/ 중개’로 분류했다. 타다가 속한 플랫폼 운영을 ‘타입(type) 1’이라 칭했는데, 골자는 “국토부가 관리하는 면허의 총량 안에서 택시가 감차하는 만큼 기여금을 내고 면허를 사서 사업을 운영하라”다. 기업에 돌아가는 당근은 ‘규제 완화’이며, 가능한 기업이 원하는 만큼 감차 대수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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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타다 측은 차량의 종류와 상관없이 대수만큼 기여금을 내는 것이나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차가 아닌 국토부의 관리 아래 운영되는 면허 공급 등이 사업 확장 가능성을 줄인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과거 콜버스나 카풀 사례를 봐서 알겠지만, 현재 상태로 법안이 올라갈 경우 실질적인 서비스 운영이 어려운 상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공급을 맞출 수 있어야 하며, 기여금도 택시 감차에 쓸 것이 아니라 생태계 발전에  쓰였으면 한다”고 국토부와 다른 입장임을 명백히 밝혔다.

■ 1만대로 늘릴 현실적 가능성

일단, 타다가 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는지 동기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두 번째 궁금증은 ‘1만 대 증차’의 현실적인 가능성이다.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도 “1만 대 증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혀달라”로 쏠렸다.

박재욱 대표가 이날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타다의 총 운행 대수는 1400대 규모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1년간 현 운행 대수의 7배 이상의 증차를 해야 한다. 박 대표는 “사용자 수요에 맞는 공급 확충을 계산해 1만 대라는 숫자를 냈다”고 말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토부나 업계의 시선은 반신반의다. 동원 가능한 자금력 때문이다.

현재 타다는 11인승 카니발로 운행 중이다. 1만 대 확보를 위해서는 앞으로 8400대를 더 확보해야 하는데, 차량 한 대 당 3000만 원으로 계산할 경우 2500억~3000억 원 수준의 현금이 필요하다. 지난해 쏘카는 409억 원의 순손실을 봤고, 연말께 1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한 상태였다. 올 초 알토스벤처스로부터 500억 원의 투자를 받았으나, 보유한 자금만으로는 내년까지 이같은 재무 상태를 뒷받침하기 어렵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해 “타다는 차량을 리스하고 있고, 차량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현재 수익이 조금씩 나고 있는 데다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 외부 자금을 수혈해야 할 것”이라고 자금의 마련 방안을 설명했다. 그러나, 외부 투자 유치도 아주 밝은 상황만은 아닐 수 있다. 만약 국토부가 타다를 제외하고 개편 방안을 강행한다면 타다의 서비스는 불법이 된다. 안심하고 거금을 선뜻 내놓을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 국토부, 스타트업 업계의 반응

발표 직후 국토교통부에 연락해봤다. 국토부 측은 “본인들(타다) 계획이므로 현시점에서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박준상 국토부 신교통개발과장은 “내부적으로 (타다의 발표가) 어떤 메시지인지, 어떤 의미인지 일단은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면서 “(타다의 발표안에 대해) 택시나 플랫폼 업계의 의견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타다의 발표에 의문도 감추지는 않았다. 예컨대 박준상 과장은 “제도라는 것이 타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크고 작은 플랫폼 기업이 있는데, 제도가 특정 기업에 특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만 대 증차와 관련해서도 “현실적으로 타다가 가능한 숫자를 이야기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만약 1만 대를 조달할 만큼 자금이 충분하다면 타다가 역으로 다른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리는 것은 아닌가”라고도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도 마음이 복잡해 보인다. 코스포 측은 최근까지 모빌리티 업계의 의견을 모아 국토부에 전달할 내용 마련을 조율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타다의 이날 간담회로 인해 ‘합의안’ 마련은 또다시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국토부와 구체적 내용을 갖고 협의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초기 스타트업이 사업을 시작하고 공정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업데이트: 기사 송고 이후 국토부 공식 입장 발표 내용

국토부도 타다 발표 이후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사회적 대타협 및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따라 새로운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화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타다의 1만 대 확장 발표는 그간의 제도화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사회적 갈등을 재현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조치”라는 것이다.

국토부 측은 현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예외 규정에 기반한 타다 서비스가 법령위반이라는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추가적인 서비스 확대는 새로 마련될 제도적 틀 안에서 검토되어야 할 문제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아울러 국토부가 진행 중인 플랫폼 운송사업의 제도화를 위한 법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국토부 측은 ” 논란이 되고 있는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예외적인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