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록 DT 담당 부사장이 말하는 SK하이닉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SK하이닉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을 시작으로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 기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데이터레이크·인공지능(AI)을 통한 데이터 저장·분석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와 챗봇 활용 기반의 디지털 업무환경 구축 프로젝트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혁신과 변화를 이끌고 있다.

송창록 SK하이닉스 DT 담당 부사장은 한국HPE가 22일 개최한 ‘디스커버 모어(Discover More) 2019 서울’ 컨퍼런스에 나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와 전략, 방향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송창록 부사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상향식(bottom-up)이 아니다. CEO의 강력한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절대 진행할 수 없다”라면서 “기술에 연연하지 말고 왜 필요한지, 문제점이 무엇인지, 디지털 기술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정의하고 필요한 기술을 찾아야 한다. 그 다음엔 비즈니스 관점에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선택해 필요한 분야에 정확하게 적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기호 대표와 대담 형식으로 송 부사장이 전한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DT의 정의와 추진방향 : 조직개편과 운영 최적화

함기호 대표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은 어렵다. 전사적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해야 해 과거처럼 빅뱅 형태의 차세대 사업으로 진행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DT 로드맵을 어떻게 가져가고 있고 어떠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나.

송창록 부사장 – 2년 전 최고정보책임자(CIO) 조직에서 DT를 추진하려다 보니 난감했다. 당시에는 주로 소비자 대상 사업을 하는 B2C 기업 위주로 파괴적 혁신이 추진되는 사례가 많이있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제조기업이다. B2C 컨슈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아니라 B2B 제조기업에서의 DT를 먼저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고객은 누구이고 누가 주인인가. 그래서 우리 구성원을 고객으로 정했다. 주체는 기업이 돼야 한다. 의사결정권자인 최고경영자(CEO) 레벨에서 DT를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3년 전부터 이대로 가다가는 급사(Sudden Death)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겼다. 대담한 변화(Big Change)가 필요하다고 계속 강조했다. 비즈니스 사이클이 짧아지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도 점점 다양해지고 구성원 요구도 다양화되고 있다. 라이프사이클도 짧아져 모든 걸 대응하는데 전통적인 IT, 즉 시스템통합(SI) 방식으로 개발해 제공하다보니 한 번의 요구사항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할 때까지 9개월에서 12개월이 걸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개발이 이미 끝나버린다. 구성원들이 더욱 활발하게 많은 일을 하는데 있어 병목이 걸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디스럽션(Disruption)을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하는 것, 조직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개편을 추동하는 역할로 봤다. 컨슈머 기업들처럼 비즈니스 차원이 아니라 구성원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DT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다. 재료는 데이터다. 하지만 그 자체가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이를 소재로 바꾸는 기법을 디지털 기술이 담당한다. 디지털 기술을 재료와 결합하는 도구로 사용하고자 한 것이다.

가트너의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 프레임의 도움을 받았다. B2B 회사라는 점에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이 아니라 운영을 최적화하는 차원으로 진행했다. 매출을 올리고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 경험을 바꾸고 자산을 최적화하고 유지보수와 운영을 극대화하는데 디지털 자원을 쓸 수 있다.

B2B 기업의 CIO 조직은 대개 IT 딜리버리만 생각하지 트랜스포메이션하거나 리컨스트럭션(reconstruction)을 생각하지 않는다. DT를 추진하기 위해 먼저 컨설팅 받았다. 이를 기초로 우리 보다 3년에서 5년 먼저 추진한 반도체 기업의 사례를 연구했고, 우리의 로드맵 만들었다. 아마도 2023년은 돼야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들어올 때 기존 조직, 리더부터 구성원들의 문화와 마인드셋이 함께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신기술이 정착되지 않는다. 구성원들은 기존 시스템에 극도로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이를 바꿔나가지 않으면 효과를 내지 못한다.

컨설팅 받은 후 작은 규모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했다.

SDDC 인프라스트럭처, D램 위주의 데이터 레이크, 제조기술 엔지니어를 위한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로 만드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데이터 분석 플랫폼, 이를 조합해 사용하는 모바일 플랫폼에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한 번에 50개 시스템을 끼워넣지 말고 하나의 채널로 얘기할 수 있게 하는 챗봇, 일상 반복 업무도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로 바꾸는 것까지 동시다발로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 모든 구성원이 아니라 3만명의 구성원 가운데 200-300명이 대상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현…데이터 레이크부터 시작

함기호 대표 – HPE는 DT를 위해 집중하는 세가지 영역이 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Cloud-Enabled),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 엣지 센트릭(Edge-Centric)이다. SK하이닉스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은 무엇인가.

송창록 부사장 – 나는 비IT 출신 DT 담당이다. IT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위치가 바뀌었다. 초기에 퍼블릭 클라우드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것보다 보안이 더 낫다고 해 데이터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안했다. 반도체 데이터는 해외로 못나간다.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해 DT를 수행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DT 일환으로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큰 이유는 애플리케이션과 분석의 민첩성 때문이다. 데이터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없게 된 이후 가장 먼저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를 만들어 데이터를 모았다.

모든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SW)를 직접 개발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마침 전사적자원관리(ERP)를 S/4 HANA로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정보를 한 곳에 모을 수 있었다.

이후 경영진을 위한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도구를 찾았다. SAP 디지털 보드룸이 있는데,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동작한다. HANA DB에 데이터 넣어두면 퍼블릭에서 필요한 프레임을 짜서 만들어두고 실행한다.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프레임이 내려오고 우리가 가진 데이터와 만나 화면에 올라온다. SW와 프레임은 퍼블릭 클라우드를 쓰고 데이터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두고 쓰는 구조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구현했다.

데이터 애널리틱스(분석) 역시 그에 필요한 함수와 도구는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내려받는다. 데이터와 결합해 결과를 내는 방식이다. SW나 분석만을 퍼블릭 클라우드에 두고 내려받아 쓰는 방식은 수시로 오르내리게 되는 데이터에 비해 비용이 절감된다. 그 점에서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은 직접 만들지 않고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소싱한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만들고 데이터 사이언스 임원조직 구성

함기호 대표 – 자연스럽게 데이터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4차산업혁명을 데이터 혁명이라고들 한다. 데이터 드리븐 개념에서는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송창록 부사장 – 제조업의 강점은 자동화가 극도로 진행돼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환경에서는 자동화된 장비를 제어하기 위해 측정되는 데이터가 매우 많이 발생한다. 이같은 데이터를 간추려 통제 처리하면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일류 메모리 국가로 바꿀 수 있었다. 앞으로 문제는 데이터가 더욱 방대해지고 있고, 기존 방식으로 분석하면 보이지 않는 데이터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평균은 더이상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데이터를 구성원이 다룰 수 있는 방법과 툴이 없었다. 따라서 ‘데이터 드리븐’이 중요하다.

방법이 없어 분석할 수 없는 데이터는 포기했다. 하지만 고통은 포기할 수 없는 것에서 발생한다. 라인에서 이벤트가 발생하면 처리해야 한다. 한 팹에서 한 달에 200만건의 이벤트가 발생한다. 500-600명 엔지니어가 처리할 수 없다. 분석·처리하지 못하고 무시하고 넘어가게 되는 데이터가 너무 많아진다.

그 이유로 ‘이벤트 드리븐 의사결정(Event-driven Decision Making)’이라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 만들고 분석 결과로 이벤트가 들어오면 바로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받아 분석 처리하기 때문에 데이터 사이언스가 매우 중요하다.

이미지 데이터, 케이블 데이터, 텍스트 데이터 등을 분석해야 하는데 기존 구성원들을 재교육시키는 것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데이터 사이언스 임원조직을 만들었다. 처음엔 30명 정도, 2년에 걸쳐 100여명 추가돼 현재 13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가 투입되니 첫 해부터 수율이 2~3% 올라가고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도 90% 이상 줄이면서 엄청난 혁신이 일어났다. ‘프로’를 투입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이제는 구성원들도 바뀌고 있다. 스스로 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허브앤스포크(Hub&Spoke)’ 구조로 바뀌고 있다. 제조기술 엔지니어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장으로 내려가 현업에서 발생하는 짧은 타임 프레임 과제는 바로 처리해 지식(Knowlege) 기반으로 허브로 올린다. 허브에서는 전사 가치체인에서 벌어지는 일을 분석하고 처리해 이벤트 드리븐 구조로 바꾸고 있다.

자율 AI 분석 목표, 현업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교육

문제는 있다. 싱글 AI라는 점이다. 모든 프로세스가 연결돼 있는 환경에서는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중간에 AI가 들어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기존 자동화된 환경과 동기화된 AI가 필요하다. 결국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하기 때문에 자율주행(Autonomous) AI 기반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분석이 자율로 수행돼야 한다.

학습된 데이터 이벤트뿐 아니라 학습되지 않은 데이터도 올라오게 되는데, AI가 사망하면 라인을 세워야 한다. 문제 생기면 안되니 모든 데이터를 다 처리하는 자율 플랫폼을 프라이빗 클라우드 플랫폼에 구성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시티즌(Citizen)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활동하게 될 것이다.

가트너는 제조 분야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스 시대가 오는 2025년에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때까지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교육을 진행할 것이다. 시티즌 사이언티스트들이 맘껏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시던트 기반 데이터는 실시간 처리해야 한다. 이 데이터는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담당하고, 비즈니스 드리븐이나 전사 경영상의 의사결정은 허브에서 진행한다. 이게 구현돼 허브앤스포크 구조가 된다.

함기호 대표 – IDC에 따르면, 향후 3년 안에 데이터의 70%가 엣지단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HPE도 엣지 컴퓨팅 관점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송창록 부사장 – 이미지 검사((Visual Inspection) 과제다. 한 공장에서 50개의 과제 나오고 있다. 50개 각각을 AI로 수행하려다보니 가뜩이나 장비가 많은데 더 많아지겠다 싶어 엣지 클라우드 형태로 내려보낸다. 학습은 메인 클라우드에서 하고 엣지는 처리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분리했다. 자원이나 운영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퍼블릭 클라우드, 프라이빗 클라우드 전문기업들과 함께 엣지 클라우드를 공동 연구하고 있다. 향후 어떻게 운영할지 연구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강력한 CEO의 의지와 지원 중요

함기호 대표 – 과제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프로세스 변화관리도 중요하다. 어떻게 하고 있나.

송창록 부사장 – 이와 관련 컨설팅을 받고 있다. ‘휴먼 센터드 디자인(Human Centered Design)’이라고 위디엑스 이종원 대표가 제시했다. 현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무슨 문제가 있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중요하다.

먼저 현업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물어보면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문제는 DT가 아닌 방식으로 90%는 풀릴 수 있다. 10%는 DT가 필요한 영역이다. 사이클이 빨라지고 있다. 데브옵스 사이클이 문화가 된다.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필요한 사람과 과제부터 시작하고 있다.

함기호 대표 – DT에 대한 제언을 한다면.

송창록 부사장 – DT는 상향식(bottom-up)이 아니다. CEO의 강력한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절대 진행할 수 없다. 기술에 연연하지 말고 왜 필요한지, 문제점이 무엇인지, 디지털 기술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정의하고 필요한 기술을 찾아야 한다. 그 다음엔 비즈니스 관점에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선택해 필요한 분야에 정확하게 적용시켜야 한다.

기술만 좋다고 다짜고짜 집어넣으면 말발굽에 장화 신은 격이다. 이것이 바로 ‘휴먼 센터드 디자인’ 사고이기도 하다. 실현하는 C레벨, 비즈니스 C레벨, DT C레벨 간의 소통을 위한 수평적 채널 뚫는 것이 미션이다. C레벨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그저 기술로만 전락하게 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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