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배달 시장은 매년 빠르게 크고 있지만, 배달기사 입장에선 점점 더 배달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배달기사는 시간이 돈이고,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주문을 처리해야 되는데 그게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일부 아파트에서는 배달기사 대상의 보안 검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배달기사가 신분증을 맡겨야 아파트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배달기사에게는 일반 엘리베이터가 아닌 화물 엘리베이터만 사용하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성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직접 음식 배달 받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딜리버리셀 이사가 지난 7월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주최한 리테일로지스테크컨퍼런스에서 전한 말이다. 당시 김 이사는 “음식배달 주문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고, 배달을 기피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며 “배달의민족은 장기적으로 이런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올해 안에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 말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지난 7일 공개됐다. 우아한형제들이 잠실 본사에서 자율주행 실내 배달 로봇 ‘딜리 타워’를 시범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이다. 딜리 타워는 쉽게 말해 음식을 싣고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수 있는 로봇이다.

사람 배달기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딜리 타워는 배민라이더스 배달기사에게 음식을 전해 받는다. 딜리타워에게 음식을 전달하기 전까지 라이더는 일반 배달과 똑같이 음식을 픽업하고 배달한다. 다만, 배달기사가 음식을 전달하는 대상이 사람(고객)이 아니라 로봇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우아한형제들 본사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딜리 타워 로봇 두 대. 귀엽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우아한형제들 본사 1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충전소와 딜리 타워 두 대가 보인다. 배달기사는 딜리 타워 상단 패드를 터치하여 주문번호 앞 네 자리와 목적지인 ‘층수’를 입력한다. 입력이 끝나면 딜리 타워 음식칸이 열리는데, 여기에 음식을 넣으면 배달기사의 역할은 끝이다.

딜리 타워에 주문번호 앞 네 자리와 목적 층수를 입력하면 딜리 타워 음식칸이 개방된다. 현재 딜리 타워는 우아한형제들이 배달망을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 주문 건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맘 같아서는 배민라이더스 외 배달주문에도 활용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외부 배달대행업체와 시스템 연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후 딜리 타워는 알아서 엘리베이터를 호출한다. 우아한형제들 본사에는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그 중 조금 더 빠르게 도착하는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도록 설계됐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딜리 타워는 자율주행으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목적 층까지 이동한다. 딜리 타워가 목적 층에 도착하면 알아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서 고객을 호출한다. 호출을 받고 나온 고객은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딜리 타워에 전화번호 뒷자리 4자리를 입력한다. 그러면 딜리 타워의 음식칸이 열리고 음식을 수령받을 수 있다. 배달이 끝난 딜리 타워는 알아서 가장 빨리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충전소가 있는 원위치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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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엘리베이터에 태우는 이유

왜 굳이 로봇을 엘리베이터에 태울까. 배달기사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느냐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측에 따르면 배달기사들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느냐 적게는 5분, 사람이 많이 몰리는 피크타임에는 통상 15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한다. 그리고 대부분 배달 한 건당 돈을 받는 배달기사들에게 있어 이 시간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딜리 타워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배달기사들이 많은데, 그 대표적인 이유는 배달기사들이 대기시간을 줄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가 17일 오후 2시30분 우아한형제들 본사 8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음식배달 테스트를 해본 결과, 엘리베이터 대기시간은 약 4분이 소요됐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피크타임이 아닌 것을 감안해도 이 정도 시간이 낭비된다.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딜리 타워. 우아한형제들은 딜리 타워를 위해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들과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 공개된 제휴 중에는 현대무벡스와의 MOU가 대표적이다. 우아한형제들 본사뿐만 아니라 외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와도 연동할 기술적인 준비가 끝났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측면에도 이익은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에 따르면 비대면 배송을 선호하는 여성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고객들은 배달앱 고객요청 사항에 ‘문앞 배달’을 해달라고 기입하곤 한다. 고객 중에는 호수를 입력하지 않고 로비층과 같은 공용공간까지 배달을 요청하여 직접 음식을 수령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확한 자택 위치 노출을 꺼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 로봇은 고객의 불편함을 제거하고 고객 목적지 앞까지 비대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음식을 받기 위해서 공용공간까지 왕복하는 고객의 수령시간 약 12분을 절감했다고 한다.

2020년 상용화 목표, 과제는?

우아한형제들 로봇딜리버리셀은 딜리 타워를 2020년까지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바로 우리 눈앞에 사람이 아닌 로봇이 배달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남겨진 과제들은 몇 가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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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음식을 주문한 고객이 부재중인 경우 로봇은 어떤 판단을 할까. 음식을 주문하고 집을 비우는 사람이 있나 싶겠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기자도 음식 배달 일을 하면서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

이 때 배달기사는 대개 고객이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확인하고 조치한다. 혹 고객과 전화 통화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문앞 배달을 하고 배달을 제대로 마쳤다는 증빙자료로 배달장소와 음식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촬영하여 남기기도 한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딜리 타워는 고객 부재중 약 10분 정도 해당 층에 대기한 뒤 원래 위치로 복귀한다. 배달되지 못한 음식의 처리 방법은 아직 구체적인 결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별도의 보관 장소를 만드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상용화 이전에 풀어야 할 과제다.

고객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딜리타워. 언제고 기다리지는 않는다. 10분이 지나면 안녕이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몰려 붐비는 상황에 로봇을 어떻게 엘리베이터에 태울지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 그러니까 음식배달 피크 타임과 동일한 점심, 저녁시간은 사무공간의 엘리베이터가 가장 붐비는 시간이다. 이 때 사람은 과연 로봇에게 엘리베이터에 먼저 탈 수 있도록 양보할까.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엘리베이터 앞과 안에 딜리타워가 위치하는 장소를 표기해뒀다. 만약 엘리베이터 내부 딜리 타워가 위치하는 공간에 사람이 있다면 딜리 타워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지 않고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가득 있거나 딜리 타워의 이동 경로를 누군가가 막더라도 딜리 타워는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에 스스로 올라타고 있는 딜리타워. 엘리베이터 안에는 ‘슝’ 마크가, 엘리베이터 밖에는 ‘뿅’ 마크가 있다. 호기심이 발동해 딜리 타워가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하게 열심히 방해해 봤는데, “사람이 가득 차 있어요. 다음에 탈께요!”라는 음성 안내가 나오면서 안탄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된다면 딜리 타워의 배달 속도는 지연될 수 있다. 사실 기술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의 문제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직원들에게 딜리 타워에게 최대한 로봇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전달하는 식으로 해당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부 직원들이라서 잘 지키고 있다곤 하는데, 상용화가 돼 통제되지 않는 외부 사람들과 로봇이 함께 만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라스트마일로 한 걸음 더

장차 우아한형제들 로봇딜리버리셀은 음식 픽업부터 최종 고객 전달까지 배달 프로세스 전 과정을 로봇 배달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시범 주행도 계속된다. 당장 올해만해도 우아한형제들은 건국대학교 안에서 캠퍼스 배달로봇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음식이 아닌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로봇이 배달하는 그림도 구상하고 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서울 송파구 레이크팰리스 아파트단지에서 배달로봇 시범운행을 마쳤다. 테스트 기간 동안 배달로봇의 자율주행 비중은 97.3%(매뉴얼 조정 2.7%)였다. 로봇이 고객에게 배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적게는 1분에서 많게는 18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통상 같은 거리를 오토바이 배달기사가 배달할 때 3~5분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아직 속도 측면에서 로봇은 사람보다 빠르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물류의 정시성 측면에서 배달로봇은 사람 배달기사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다. 배달기사의 경우 그때그때 고객까지 도착시간이 다른 반면, 배달로봇은 고객에게 사전 고시한 시간을 거의 정확하게 지켰다는 우아한형제들측 설명이다. 아직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만한 가치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로봇이기 때문에 갖는 가치 또한 공존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오는 18일까지 딜리 타워의 배민라이더스 배달 테스트를 마무리한다. 테스트 기간 종료 후에도 딜리 타워는 우아한형제들 본사에 비치된다. 우아한영제들의 다음 테스트 과제 중 하나는 ‘공동현관문 출입’이다. 우아한형제들 본사에 설치된 보안 인증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자동문을 딜리 타워가 자동으로 통과하도록 만든다. 그 때가 되면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은 라스트마일까지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이렇게 멍하니 기다리지 않고 로봇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추후 아마존이 한다는 인홈배송(집안배송)까지 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