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IT가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변신한 스토리
‘회색 코뿔소’라는 경제 용어가 있다. 지속적인 경고로 인해 사회가 인지하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뜻하는 말이다. 코뿔소가 달려오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부딪히는 현상을 표현한다.
신한은행 IT부서는 클라우드를 회색 코뿔소로 본다. 클라우드라는 회색 코뿔소가 쿵쿵거리면서 뛰어오고 있는데 국내 금융권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늦었지만 회색 코뿔소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신한은행은 최근 국내 은행권 최초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 기반 글로벌 대외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대외계란 은행 외부 기관과의 연계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글로벌 대외계는 해외 현지 법인에 구축된 계정계 시스템과 현지 외부 기관과의 연동을 담당한다. 신한은행은 쿠버네티스 컨테이너 플랫폼인 레드햇 오픈시프트를 활용해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마련했다.
신한은행 김광중 ICT 기획팀장은 16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레드햇 포럼 서울 2019’에서 이같은 내용의 성과를 발표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이번 글로벌 대외계 시스템 도입 이전에 신한은행은 클라우드 컴퓨팅 경험이 이미 있었다. 2017년 해외 법인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에는 단순히 IT인프라만 클라우드로 전환한 IaaS(Infra as a Service) 도입이었다. 신한은행은 당시 50%의 비용을 절감하고, 관리 인력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퍼블릭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퍼블릭 클라우드에 의존할 때 각종 규제를 다 커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환경이 필요했다. 규제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규제에 대한 정리가) 끝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 때문에 IaaS가 아닌 컨테이너 기술을 기반으로 한 PaaS(Platform as a Service)에 도전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 하나를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컨테이너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기반으로 바뀌어야 진정한 클라우드의 효율성을 맛볼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데브옵스(DevOps)와 CI/CD 환경도 확보해야 했다.
신한은행은 이를 오픈소스 기반으로 도입했다. 개발 인프라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스택 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운영 환경은 아마존웹서비스(AWS) 퍼블릭 클라우드에 구축했다. 하이브리드, 멀티 클라우드 환경에서 엔터프라이즈 쿠버네티스 컨테이너 플랫폼인 레드햇 오픈시프트를 구축했다. 신한은행 레거시 형상 관리와 연계한 은행의 표준 CI/CD 체계를 수립해 개발과 운영을 통합한 데브옵스 환경을 마련했다.
수십년 간 상용 솔루션에 익숙해진 은행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오픈소스가 대세지만 내재화된 역량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큰 도전이었다. 김 팀장은 “오픈소스에는 한계가 없었지만 저희에게는 한계가 있었고, MSA 도입은 엄청나게 많은 노하우와 역량이 필요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팀장은 이와 같은 일을 하기 위해서 경영진의 지원, 좋은 파트너와의 협업이 필수적이었다고 전했다. 은행으로서는 큰 도전이기 때문에 믿고 맡기는 경영진이 없다면 진행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신한은행 경영진은 10분 만에 클라우드 네이티브로의 전환 계획에 도장을 찍어줬다고 한다. 레드햇코리아, 굿모닝아이텍 등의 파트너십 덕분에 프로젝트를 잘 진행할 수 있었다고 김 팀장은 덧붙였다.
물론 이 과정에 실패도 있었다. 처음에는 IaaS 플랫폼인 오픈스택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복잡성 때문에 중도 포기했다고 한다.
김 팀장은 “금융권의 특성상 대부분의 서비스가 모놀리틱 아키텍처로 구성돼 있고 여러 규제 때문에 오픈소스나 클라우드에 대한 대응이 늦어졌다”면서 “김 팀장은 “ICT 가 뒷받침 하지 않으면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회색 코뿔소’를 길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