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남겨진 숙제 : 김봉진, 장병규의 생각
스타트업 업계에 남겨진 숙제들이 있다. 먼저, 이익. 최근 위워크와 엔데버는 IPO를 잠정 연기했고, 우버와 리프트, 슬랙과 같이 상장한 유니콘 스타트업들의 주가는 연일 하락하는 추세다. 이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인 성과인 ‘이익 달성’을 주문받기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과도하게 계상된 스타트업 기업가치(Valuation)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두 번째, 규제. 모빌리티로 대표되는 규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버에서 콜버스로, 콜버스에서 풀러스로, 풀러스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로, 카카오모빌리티에서 타다로 기업명만 바뀌면서 이동했을 뿐이다. 2013년 우버의 렌터카 공유 서비스 한국 론칭이 촉발한 규제 논란은 다시 한 번 타다의 렌터카 공유 논란으로 돌아왔다.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류 판매와 망중립성, 빈 집 공유와 관련된 규제 논란이 함께 이야기되고 있다.
마지막, 공감대. 스타트업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스타트업이 만드는 변화가 스타트업 업계 안에서의 혁신과 공감대로 머무는 것이 아닌, 범국민적인 공감으로 연결돼야 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서 농담처럼 ‘스타트업 하는 불효자’와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은 슬프다. 스타트업이 가고 싶은 기업이 되고, 스타트업의 도전에 대해서 가족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15일 구글스타트업캠퍼스에서 출범 3주년을 기념하는 대담 행사를 개최했다.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가 좌장으로 진행을 맡고,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우아한형제들 대표)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스타트업이 한국의 미래를 열 수 있는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숙제, 이익과 규제, 공감대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이 자리에서 나왔다. 김봉진 의장과, 장병규 위원장이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미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익 : 불확실성에서 기회 찾기
김도현 교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이익’을 추구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와중 새로운 유니콘도 탄생하고 있어서 신호가 엇갈리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너무 커졌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타트업의 수익모델에 대해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옵니다.
장병규 위원장
최근 스타트업을 둘러싼 거품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 닷컴버블을 경험했던 한 사람으로 일단 현재 스타트업 업계의 상황이 거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고평가 된 경향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창업가가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기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자기 회사이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스타트업을 합니다. 자기가 망할 것을 생각하면서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확증편향에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거품이 있더라도 거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상태가 오면 굉장히 위험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지만 않다면 영 이상한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봉진 의장
장병규 위원장님과 동일한 생각입니다. 과거 벤처붐이 일어났던 그 때처럼 거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업가치의 고평가(Over Valuation)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성장에 다다른 기업은 현재 기업가치에서 30% 정도는 깎아서 보는 것이 맞다 생각합니다.
반면, 상장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20~30% 높게 보는 것이 맞다 봅니다. 스타트업이 상장을 할 경우 적정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낮추는 작업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10년 가까이 스타트업 투자 붐이 일어났기 때문에 기업가치 조정기가 한 번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도현 교수
내년 중반부, 후반부에 경제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김봉진 의장
가장 바보 같은 행동은 내년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하면서 아예 준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년에 집 팔리고, 회사 망해서 “봐봐 망했잖아”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기를 예측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예컨대 현금자산이 많은 회사면 내년이면 다른 회사를 M&A하는 기회가 올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적자폭이 큰 회사라면 치열하게 수익 개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 경제상황에 대한 정답을 내놓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내년도는 항상 어려운 상황을 생각하고 사업계획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병규 위원장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거시경제 흐름상 저점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고, 그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도 그렇지만, 지난해부터 전체적으로 변동폭이 커지는 모습이 관측됩니다.
하지만 변동폭이 크다는 것은 반대로 사업자 입장에서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조금 힘들어 보이니 위축해서 행동해야겠다가 아니라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일을 하는 마음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규제 : 네거티브 위해 필요한 자율 규제
김도현 교수
많은 스타트업들이 사회와 정치적인 환경 변화가 스타트업의 속도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또한 모빌리티 규제와 관련된 변화를 계속해서 이야기했지만, 지금도 안 되고 있는 것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주류 판매와 망중립성 관련 이슈가 뜨거웠습니다. 이런 상황을 계속해서 답답하게 둬야 될까요? 무엇인가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김봉진 의장
한국에 규제 이슈가 많이 나오는 현상에 대해서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규제라는 것은 드러나지 않을 때까지 이슈가 생길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반반택시라는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규제가 어떤 문제가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법입니다. 새로운 창업가들이 많이 나오기에 규제 이슈가 커지는 것이고, 이런 현상은 무엇인가 역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입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은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창업가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잘 모르지만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아예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구통계학적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분들은 586세대(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현재 50대)를 기득권이라 이야기하지만, 반대로 그 분들은 생존권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세대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떤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해커톤이 있을 수 있고, 규제샌드박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병규 위원장
전 좀 도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중심으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보상 제도 도입을 주장해보심은 어떨까 제안합니다.
미국은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굉장히 잘 돼 있는 나라입니다. 민간기업이 무엇인가 잘못하면 한 방에 날아갈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율 규제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공산당이 끄라고 하면 꺼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기업이 무엇인가 잘못했을 때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너무나 빈약합니다. 그러다보니 정부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계속 규제를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아예 미국처럼 스타트업에서만이라도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떤가 생각합니다. 대신 네거티브 규제가 함께 가는 식입니다.
공감대 :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장병규 위원장
제가 위원장을 2년간 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누군가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각각의 스타트업도,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물론 기업하는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도 있습니다. 사업 하느냐 바빠 죽겠는데 국회에서 누가 부르고, 어떤 행사에서 부르고 하면 굳이 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축적돼야 국민들이 스타트업이 필요한 것이라 인지할 것입니다. 내 자식이 삼성에 가지 않고, 스타트업에 가더라도 “필요한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저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뿐만 아니라 미디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계속 나와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봉진 의장
사람마다 각각의 장소에서 불리는 이름이 다릅니다. 저는 집에서는 한나 아빠라 불리고, 회사에서는 대표님, 여기(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오면 의장이라 불립니다. 소비자의 다른 이름은 ‘국민’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물건을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국민이 커지면, 회사가 함께 커집니다.
우리나라 같이 여론이 중요한 나라에서는 소비자가 곧 국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해결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장 앞에 있는 문제가 답답하기도 하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쉬운 점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말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입장보다는 제 개인적인 입장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토론회 끝에 장병규 위원장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끊임없는 변화’를 부탁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역동적으로 바뀌는 와중, 그 사회에 속한 조직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또한 끊임없이 변해가야 된다는 것이다.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이 태어나게 하고, 스타트업의 울음소리를 시장과 산업에 전달하는 일을 하겠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