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는 ‘빼빼로’를 AI로 만든다
최근 롯데제과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자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꼬깔콘 버팔로윙맛’, ‘빼빼로 카카오닙스’ ‘빼빼로 깔라만시 상큼요거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과자들은 엘시아(LCIA: Lotte Confectionery Intelligence Advisor)라는 이름의 AI 트렌드 예측 시스템을 통해 탄생했다. 롯데제과는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 소재, 식감 등을 파악하기 위한 트렌드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롯데그룹의 데이터 혁신을 이끌고 있는 김혜영 롯데쇼핑 e커머스본부 AI COE센터장은 5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IBM 데이터 앤드 AI 포럼(Data and AI Forum by IBM) 행사에서 이와 같은 롯데그룹의 AI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롯데제과 사례는 소셜분석과 거래 데이터분석이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도 소셜미디어를 분석해서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를 찾으려는 시도는 있었다. 그러나 소셜 데이터만으로 얻은 통찰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소비자가 많이 이야기한다고 반드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거래 데이터와 소셜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부터 대형마트, 편의점까지 다양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됐다. 실제 거래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소셜에서 어떤 제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지, 소비자가 실제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지 두 데이터의 관련도를 함께 분석했다.
이번 롯데제과 사례의 또다른 특징은 ‘빼빼로’처럼 제품 단위가 아니라 소재, 맛, 포장 등 제품 하나가 이루고 있는 속성을 분해해서 속성 단위로 소셜트렌드를 분석했다는 점이라고 김 센터장은 덧붙였다.
롯데그룹은 또 ‘샬롯’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챗봇도 개발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쇼핑 어드바이저다. 옷가게에 들어갔을 때 점원과 나누는 것처럼 인공지능 챗봇과 대화를 사면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챗봇, 데이터베이스, 추천엔진 기술이 결합된 서비스로, 현재 누적 사용자는 200만명, 월 대화건수는 30만건이다.
김 센터장은 “아직 활발한 이용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치지만, 샬롯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 교훈이란 데이터의 중요성이다. 김 센터장은 “지금까지 공급업체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받고 유통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지, 제품 하나하나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면서 “판매하는 제품은 많았지만 제품에 대한 양질의 데이터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를 잘 정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면서 “지금은 과제 내용을 계열사와 공유하면서 현업과 IT부서 가리지 않고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은 이처럼 AI를 통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큰 관심을 가지고있다. AI를 통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내부직원이나 협력사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김 센터장은 “두 가지 목표를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전략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AI 혁신을 IT부서가 주도하면 실패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와 데이터라는 기술을 결과에 따라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루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해서 현업부서가 이끌고, 기술조직은 어떤 기술이 적합한지 판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의 경우 마케팅 본부가, 롯데백화점은 옴니채널 사업본부가 AI를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아울러 대기업의 경우 ‘스몰 스타트’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AI와 같은 신기술은 작게 도입해서 성과를 거두면 크게 확장하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특이한 조언이다.
김 센터장은 “대기업의 경우 작은 성공으로는 의사결정자를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크게 시작하면 (작은 실패에도) 지속적으로 시도하도록 만들기 쉽다”고 말했다. 매우 한국적인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빅 스타트를 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총수나 CEO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 김 센터장은 “대기업의 경우 위에서 내려오는 탑다운(Top-Down)의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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