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추석 전날. 이번 추석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집에서 밀려 있는 책이나 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문자가 도착했다. ‘부릉프렌즈 수수료 더블 이벤트’란다. 한 건만 수행해도 6000~7000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전기자전거로 수차례 배달일을 해봤는데, 통상 주문만 잘 나온다면 한 시간에 2건 정도는 넉넉하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한 시간에 1~2건 한다고 하면, 시급으로 6000원~1만4000원이다. 돈도 벌고, 운동도 하고, 나름 취재 핑계도 댈 수 있는 기회다. 그래서 이번 추석은 배달이다.

부릉프렌즈는 설문지를 통해 희망하는 배달지역과 시간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참가 신청할 수 있다. 라이더로 선정되면 문자가 오는데, 근무 시간에 맞춰서 배정된 메쉬코리아 지점에 방문하면 된다. 지점에 주차된 전기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데, 자전거 번호와 배달장비를 사진 찍어서 오픈카톡방에 올리고 업무를 나가면 된다.

얼마나 버나

가장 중요한 것이다. 얼마나 버나. 기자는 9월 12일 목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6시30분까지 약 5시간 일해서 배달 6건을 수행했고, 2만5142원을 벌었다. 여기서 원천징수 기준 세금(소득세+지방소득세) 약 3.3%를 제하고, 자전거 이용료로 지불하는 시간당 1000원(한 시간에 2건 이상 배달하면 자전거 이용료는 무료다.)을 차감한다면 시급은 4000원 수준이다. 왜 이렇게 못 벌었냐고 묻는다면 여러 이유가 있다.

메쉬코리아가 광고에 내건 건당 6000~7000원이 모든 주문 수행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기준은 그날그날 달라지는데 내가 문의한 12일에는 1) 현금 결제하는 주문을 수행하면 거리 상관없이 2배 지급, 2) 주말 출근할 경우 거리 상관없이 2배 지급 외에는 통상의 수수료인 건당 3000~4000원에 추석할증(약 500원)이 적용됐다.

첫째는 중간에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됐기 때문이다. 부릉프렌즈 라이더는 메쉬코리아 ‘부릉 기사용’ 앱을 설치해서 주문을 받는다. 휴대전화는 주문을 받는 용도는 물론, 음식점과 음식을 배달 받는 고객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역할도 한다. 그러니까 휴대전화가 방전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기자는 휴대전화 방전으로 충전을 위해 근처에 있는 케밥집에 방문해서 1시간을 썼다.

메쉬코리아는 오토바이 라이더들에게는 휴식 공간 ‘부릉스테이션(지점)’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부릉프렌즈 라이더에게도 이곳을 이용하여 휴대전화 충전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지만, 현재 부릉프렌즈 라이더는 부릉스테이션을 이용할 수 없다. 메쉬코리아에 따르면 부릉 프렌즈가 시범 서비스를 넘어 정식 서비스화 되면 프렌즈를 위한 공간 마련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주문 자체가 안 나왔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좋은 주문이 많지 않았다. 부릉 기사용 앱은 주문이 노출되는 범위(공유오더 노출 범위)를 1km, 2km, 3km, 5km로 설정하여 받을 수 있다. 3km 이상으로 표기하면 주문은 많이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2km 이하만 되더라도 주문은 잘 나오지 않는다. 나오더라도 ‘전투콜(라이더들끼리 경쟁하여 앱에 노출된 주문을 먼저 잡는 사람이 해당 주문을 수행하는 방식)’ 방식인지라, 순식간에 사라진다. 현장에서 만난 한 부릉프렌즈 라이더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했는데, 1건밖에 못했다”며 “콜이 나오더라도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유오더 노출 범위를 1km 이내로 설정하여 주문을 받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는 “자전거로 3km가 넘어가는 주문을 잡는 것은 너무 힘들다”며 “그런데 오토바이 라이더들은 부릉프렌즈 라이더들이 단거리 오더만 잡는다고 별로 안 좋아하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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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유는 전기자전거 충전 때문이다. 통상 3~4시간 정도 운행을 하면 전기자전거는 방전된다. 전기자전거가 방전되면 일반 자전거만 못한 출력이 나온다. 그래서 웬만하면 자전거가 방전되기 전에 다시 자전거를 빌린 메쉬코리아 지점에 방문하여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해야 한다. 다시 메쉬코리아 지점에 방문하여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마지막 배달 목적지 위치에 따라서 수십분 이상 소요된다.

부릉스테이션 안에는 전기자전거 배터리 충전기가 비치돼 있다. 함께 비치된 열쇠를 통해 이렇게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물론 돌발 상황 없이 주문이 지속적으로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부릉프렌즈로 한 시간에 1~2건 정도의 주문을 수행할 수 있다. 경로가 맞는 여러 주문을 묶음배달 한다면 운이 좋다면 3~5건까지 수행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 품질과 묶음 배달의 관계

메쉬코리아는 부릉프렌즈 라이더의 묶음배달 주문 수행을 최대 2건(초보 한정 정책으로 일정 건수 이상 배달 수행시 묶음 배달 제한은 3~4건으로 늘어난다고 한다.)까지로 제한한다. 이는 라이더가 다량의 상품을 묶어 배달할 경우 음식점 픽업 및 고객에게 최종 배달하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메쉬코리아는 배달 품질이 떨어지는 오토바이 라이더의 경우 최대 묶음 배달 건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는 부릉프렌즈 라이더에게 픽업 20분과 배달 40분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이는 오토바이 라이더와 동일하다.



실제로 묶음배달은 배달 품질 저하를 불러오기도 한다. 예컨대 기자는 13일 묶음배달을 하고자 두 건의 주문을 동시에 잡았다. 하지만 첫 번째 배달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13일 오후 강남대로 안쪽 골목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전기자전거의 속도를 내기 어려웠고, 상가 안에 있는 배달 목적지를 찾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다. 모두 기자의 배달 경험 부족 때문에 발생한 일들이다.

물론 이렇게 지연된 시간은 길어야 10분이지만, 배달 업무는 분초를 다툰다. 앞서 언급했듯 메쉬코리아는 20분 픽업과 40분 내 배달완료 할 수 있는 오더만 잡아달라고 공지한다. 기자의 경우 첫 번째 배달수행을 완료했을 때 이미 함께 잡은 다른 배달건의 픽업시간을 20분 이상 초과했다. 그래서 기자는 지금 해당 음식점으로 이동해서 방문 픽업하더라도 10분 이상 더 늦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이 배차건을 취소했다. 메쉬코리아는 부릉프렌즈 라이더가 10분 이내 배차 취소를 할 경우 500원, 10분 이상 배차 취소를 할 경우 1000원의 벌금을 부가한다. 오토바이 라이더와 동일한 기준으로, 기자 또한 배차 취소에 대한 벌금을 지불했다.

플랫폼 노동과 긱 노동 사이

결과적으로 기자는 이 배차 취소로 인해 상품가액의 100%를 배상하게 될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1차적으로 분노한 음식점의 전화를 받았다. 왜 취소했냐고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픽업을 가기에는 조금 먼 곳에 있어서라고 답하자 그러면 진작 취소하지, 왜 지금 했냐는 답이 돌아왔다.

얼마 안 있어 메쉬코리아 관제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음식점으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왔다”며 “이 경우 배차 취소에 따라서 음식 가격의 100%를 라이더님이 내야할 수도 있다”고 안내했다. 벌금을 내고 배차 취소를 했는데 여기에 더해 음식 가격을 전부 보상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20분 픽업, 40분 배달을 지키지 못한 모든 배달기사에게 상품가액을 보상하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음식점의 클레임이 들어와서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기자는 다른 음식점의 주문을 잡고 픽업을 나섰다. 하지만 목적지의 목전에 도착하기 전에 앱을 확인하니 기자가 잡은 주문은 사라져 있었다. 관제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이미 잡은 주문이 왜 사라졌냐고 문의하니 “아까 전에 배차 취소한 일이 커져 해당 음식점에서 부릉프렌즈 오더를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며 “라이더님은 지금부터 일을 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 메쉬코리아에 따르면 오토바이 라이더든 부릉프렌즈든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 상황에 따라서 관제 담당자가 기사가 잡은 주문을 취소하거나 다른 기사에게 배정할 수 있다고 한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부릉 프렌즈는 현재 시범 서비스이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이륜차 라이더들에 비해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상점과 고객의 불만 발생 횟수, 출근 등을 체크하며, 수행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판단될 경우 스케쥴 배치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륜차 라이더와 동일하게, 배송지연으로 고객이 주문 취소했을 경우, 배달 음식을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에 상품가액의 50%를 배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 전성시대다.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일자리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말하면 업체가 쉽게 채용하고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긱 노동의 양면성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