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으로 향하는 스타트업들

국내 스타트업의 시선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동은 우리에게 자동차, 철근, 엔진 등 중공업 부문의 주요 수출국이었다면, 스타트업들은 중동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커머스, 의료관광, 식량 재배 데이터 등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기회를 찾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중동에서 인기를 얻은 소셜미디어 ‘아자르’를 만든 하이퍼커넥트다. 영상 메신저를 활용해 글로벌 친구 찾기를 하는 앱이다. 사업 초기부터 중동 현지 국가 출신 직원을 채용해 서비스와 CS 등을 아랍어로 제공하고 있다. 중동 현지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아자르 브랜드를 소개하는데, 일명 ‘아자르 송’의 경우에는 유튜브에서만 2500만 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했다.

아자르의 경우에는 중동 지역 사회 변화를 반영, 20대가 스스로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도록 용기를 주는 ‘비 유어 셀프(Be Yourself)’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자르는 중동 현지 젊은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엔씽은 스마트팜 ‘플랜티 큐브’를 중동에 수출한다. 플랜티 큐브는 채소를 기를 수 있도록 생육 환경을 갖춘 컨테이너를 말한다. 중동의 척박한 사막 환경에서 신선 채소를 재배하는 기술을 갖췄다.  중동은 사막기후, 농업용지 및 용수 부족 등의 복합 문제로 인해 채소재배에 어려움을 겪어 온 터라 정부 차원에서 식량 자급을 위한 대안 기술을 찾고 있다.

이 때문에 엔씽은 중동에서 플랜티 큐브가 승산이 있을 거라 보고 있다. 플랜티 큐브는 컨테이너 하나에 7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이지만, 지난 6월 UAE 아부다비로 농장을 수출한 이후 스마트팜, 신선 유통에 관심 있는 사업가들이 현지 농장을 방문하는 등 관심을 보인다. 첫 수출 계약 이후 UAE의 세 도시가 엔씽과 수입을 위한 협의에 나섰다. 이미 계약한 농장의 경우 내달 첫 수확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 수확물은 현지 호텔에서 식자재로 공급받아 사용키로 했다.

엔씽이 수출하는 플랜티 큐브

치료를 위해 국내 대형병원을 찾는 중동의 중증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 중인 ‘하이메디’는 올해 매출 목표가 100억원이다. 온라인으로 국내 병원과 의사를 추천해주고 오프라인으로 통역, 숙박, 교통 여행 등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하이메디 측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한 중동 환자와 보호자 수가 약 3000명이다. 지금까지 성장을 기반으로 내년 상반기 ‘디지털 의료관광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 출신 유광진 CPO를 영입했다.

이들이 중동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의 의료관광 규모가 연 22조원에 달하는 큰 시장이라서다. 현지에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대부분 독일과 영국, 미국 병원으로 향하는데 “이들의 10%만 국내로 유치하더라도 연간 2조원의 오일머니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하이메디 측의 계산이다.

아부하킴과 미나페이는 각각 중동을 대상으로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한다. 올 1월 법인을 설립한 아부하킴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여타 걸프 국가를 대상으로 배송과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아랍어를 사용해 자체 제작한 뷰티 콘텐츠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해 상품 주문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활성화한아부하킴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팔로워가 1만3000명을 넘어섰다.

미나페이의 경우에도 한국의 상품을 현지에 판매하는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는데, 이 외에 국내의 직방과 같은 부동산 정보 조회 서비스도 동시에 제공 중이다. 지난 8월 시작한 부동산 서비스의 경우 현지 20개 중개사와 MOU를 조율 중이며, 이 중 일부는 이미 계약을 맺었다. 중동의 부동산과 물류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현지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미나페이가 가진 포부다.

미나페이

이들은 왜 중동을 타깃으로 할까.

앞서 언급한 다섯 스타트업의 설명을 종합하면, 1) 현지의 인터넷 인프라 2) 젊은 세대의 높은 인터넷 사용률 3) 국내 기업의 IT 기술 수준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인터넷 보급과 빠른 LTE망 개설이다. 지난 2017년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인터넷 이용률은 점차 증가 추세인데,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엔 100%까지 도달했다. 또 스마트폰 사용률은 UAE와 카타르, 사우디, 레바논 등에서 90%를 넘어섰고, 대부분 LTE망을 이용 중이다.

아자르가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한 소셜미디어의 성장이 영향을 끼쳤다. 하이퍼커넥트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자사 매출 기준으로도 가장 흥행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라며 “영상 서비스를 선호하는 중동 유저들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초기부터 중동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지면서 커머스 시장도 성장한다. 아부하킴의 설명에 따르면 중동 이커머스는 매년 30% 이상씩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세계 평균 18%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편으로, 이 중에서도 한국의 뷰티 상품의 중동 수출액 역시 매년 30%씩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K팝과 K뷰티의 인기가 국내 상품의 수출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김대섭 미나페이 대표는 “그동안 왕족의 얼굴만 걸렸던 부르즈 할리파 호텔의 대형 스크린에는 처음으로 일반인이 올라간 것이 ‘엑소'”라고 현지의 K팝 인기를 설명했다.

또,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익숙하고 외국 문화에 개방적인 청년 세대의 인구 비중이 높은 것 역시 IT 기반의 스타트업이 진출하기 좋은 요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UN 인구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중동 주요관광시장 분석 및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동의 인구수는 4억3780만명인데, 이 중 18세 이하의 인구 비중이 35%, 20~30대는 34.3%다. 인터넷을 통해 해외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은 중동의 젊은 세대가 거부감 없이 국내 IT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기회다.

하이메디 관계자는 “중동에도 한류가 막 퍼지기 시작해 K팝과 K뷰티를 비롯한 한국관광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초 두바이 왕, 두바이 공주, GCC국가의 국왕 등 VVIP 등이 치료를 위해 한국에 입국하고 있어, 한국을 찾는 중동 의료관광객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의 소규모 IT 기업이라도 기술력만 있으면 충분히 현지 진출을 할 수 있다. 엔씽의 경우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큐브 OS’로 현지 농장을 멀리서도 원격 운영할 수 있게 했다. “큐브 OS는 축적된 재배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모든 농장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농장 환경이 급변할 때 인터넷 센서로 이를 측정, 각 재배 작물의 성격에 맞춘 대처가 가능하다”고 엔씽 측은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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