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AI 부문에서도 홈런 날릴까?

엔씨소프트가 국내 아홉 번째 프로 야구단 ‘NC 다이노스’를 창단할 땐, 김택진 대표가 야구를 진짜 좋아하나보다 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김택진 대표가 야구보다 관심 있는 건 야구 데이터인 것 같다. 야구 데이터를 활용한 정보 서비스 앱 ‘페이지(PAIGE)’의 2.0 버전이 지난 4월 공개됐다. 기술 연구 조직인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AI)센터와 자연어처리(NLP)센터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잠깐 소개하자면, ‘페이지’는 야구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이다. 친구들과 야구 이야기를 할 때 보다 쉽게 ‘소재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하는데 포인트를 뒀다.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만 묶어내고,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응원팀에 대한 정보를 푸시 메시지로 보내고, 조금 더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앱 내 챗봇을 불러내 정보를 찾아달라 요청할 수 있다.

 

페이지 초기 화면
챗봇과 대화로 야구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눈치챌 사람은 챘겠지만, 이런 기능이 유려하게 흘러가려면 여러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단 거의 매일 진행되는 각 팀의 야구 경기를 사람이 하이라이트만 골라 편집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런데 AI 비전 기술을 활용하면 동작 구분에 따라 하이라이트 영상을 편집하고 묶어, 20분 안팎의 영상으로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이나 정보를 불러내기 쉽도록 자연어처리 기술을 도입했다. 교과서에 쓰인 딱딱한 말투가 아니라,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는 편한 말투로 정보를 물어도 챗봇이 가능한 정확도 높게 답해주는 것에서 기술력이 갈린다. 거의 대부분 인공지능 스피커 회사들이 이런 경쟁을 하는데, 엔씨소프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열린 ‘NC AI 미디어토크’에서 장정선 NLP센터장은 “연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들이) AI에 대해  정보 전달 서비스를 넘어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걸 요구한다”면서 “콘텐츠도 감정을 갖고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이재준 AI 센터장(왼쪽)과 장정선 NLP 센터장

 

엔씨의 AI 연구진들은 곧 페이지에 감정과 관련한 콘텐츠를 넣을 예정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설정해 놓을 경우, 그에 맞는 ‘편파 해설’을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NC 다이노스의 선수가 공을 쳤을 때는 ‘홈~ 런!!!’ 식의 흥분한 목소리의 해설이 나갈 테고, 반대로 상대편이 선전하면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네, 공을 쳤네요’ 하는 톤의 해설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야구였을까. 장 센터장은 “야구팀이 옆에 있어 전문가를 구하기 쉬웠기도 했지만, AI에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며 “야구에는 방송이나 영상, 뉴스, 팬, 커뮤니티, 텍스트, 기록 등 관련 도메인이 많아 이런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기술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물론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 연구진들이 야구 연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AI와 관련한 각종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이재준 AI센터장의 이야기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최근에 엔씨소프트 AI센터에서는 텍스트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대사에 맞게 캐릭터의 얼굴이나 몸동작을 자동으로 표현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발음대로 표정과 입의 모양이 변하는 것을 기존에는 사람이 일일이 손을 보아야 했는데 AI가 기본적인 틀을 잡아주게 되면 손품이 덜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엔씨소프트에 AI 연구 조직이 들어선 것은 8년 전의 일이다. 당시에는 회사 내 TF 팀으로 시작했는데 윤송이 사장이 “AI 조직을 만들어달라” 고 이재준 센터장에 숙제를 던진 것이 시발점이 됐다.

지금도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사장은 AI 조직에 리더로서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김 대표는 수시로 이 센터장을 만나 현안을 공유하고 고민을 토론하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이 센터장은 “새로운 걸 만들어보면 좋지 않겠느냐는 숙제를 주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토론하며 코멘트를 주고 있는 것이 김택진 대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CSO로 지금은 미국에서 활동중인 윤 사장의 경우에는 현지 인공지능 석학들과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도 언급했다. 윤 사장은 올 3월 스탠포드 대학의 HAI 연구소(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I)에 자문위원으로 합류했는데, 여기에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이나 마리사 메이어 전 야후 대표, 알리바바 창업자인 제리 양, 구글 AI 총괄인 제프 딘 등이 함께하고 있다. 윤 사장은 이들과 교류하면서 얻은 정보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엔씨 AI 센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이 센터장은 말했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을 놓고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이 센터장은 “게임 AI는 독보적인 수준에 있다”며 “자연어와 지식 부문에 있어서도 굉장히 잘하고 있으며 스피치나 비전 부분은 다소 출발이 늦었으나 (수준이) 굉장히 빨리 올라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AI 라는 것이 꾸준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한 만큼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긴 기간 투자해야 하는 학문인 만큼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구글 음성 인식도 처음부터 잘 하진 않았던 것처럼 정답이 없는 문제에 여러 시도를 해 좋은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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