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모빌리티 스타트업 씬, 왜?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씬이 갈라졌다.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방안이 발표되자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표들은 고해성사를 하듯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국토부가 각 업체에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엇갈린 입장

국토부 발표에 대한 입장은 업체별로 확연히 나뉘었다.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업체와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업체로 갈라졌다.

뜨거운 감자인 ‘타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는 국토부의 발표 직후 “기존 택시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쌈닭’ 기질을 보여온 이재웅 쏘카 대표와 달리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역력했지만 국토부의 방안에 대한 강한 불만이 드러났다.

카풀 업체 풀러스나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차차크리에이션 등도 국토부의 발표에 큰 실망감을 표했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카카오모빌리티 정주환 대표는 국토부의 방안에 대해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형상화하고, 방향성을 정의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오늘을 시작으로 당장 실행 가능한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고 실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뿐 아니라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반반택시의 코나투스도 국토부의 발표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친택시? vs 반택시?

같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인데 이들의 입장은 왜 이렇게 다를까.

이는 택시를 바라보는 관점차 때문이다. 기존에 택시와 함께 사업을 펼치는 스타트업은 국토부의 발표에서 희망을 봤다. 택시의 규제가 완화되고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이 법제도 안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택시와 경쟁관계에 있는 스타트업은 국토부의 발표에 절망감을 느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거나, 계속 한다해도 성장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칠게 얘기하면 친택시와 반택시로 입장이 갈라졌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 택시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카카오T 앱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서비스가 택시 호출이다. 기존의 택시 없이는 카카오모빌리티 서비스가 존재하기 힘들다. 카풀이 사실상 법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만약 타다의 확산으로 택시가 위축되면 카카오모빌리티에도 좋아질 일이 없다. 이번 국토부의 개편안은 택시의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카카오모빌리티 현재 사업에는 어떤 부정적 효과도 가져오지 않는다.

마카롱택시나 웨이고택시와 같은 택시 가맹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택시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는 회사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택시 시스템 상에서 움직인다. 이번 개편안에는 택시와 가맹사업자에 대한 규제완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부가서비스 요금을 받기 수월해질 전망이다. 택시 가맹 사업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지원을 약속받은 셈이다.

반면 타다와 같은 회사는 이번 개편안이 사업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개편안이 실제 법제화 된다면 현재의 타다는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타다가 부정적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개편안에 따르면, 택시면허 보유자만 운송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차량은 렌터카 이용이 금지되며 반드시 구매해서 서비스 해야 한다. 타다는 현재 렌터카와 일반 운전자를 통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여금도 내야 해서 비용구조가 상승한다.

하지만 타다 측이 국토부 개편안에 반대하는 배경은 렌터카 금지나 기여금, 택시운전면허 의무화가 핵심은 아니다. 국토부가 택시 감차와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를 1대 1로 연동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토부 김경욱 제2차관은 “(플랫폼 운송 사업자허가 총량은) 택시감차 대수 이하로만 허용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아무리 사업이 잘돼도 원하는 대로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타다 입장에서는 J커브를 그리며 급성장하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의 개편안은 타다에 무늬만 다른 택시 사업만 허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멘붕에 빠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부를 믿어야 할까 말아야할까

이번 국토부의 개편안이 발표되는 과정에서 가장 충격에 빠진 곳은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이다. 코스포는 원래 개편안이 발표되면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낼 예정이었다. 코스포 관계자에 따르면, 환영 입장문도 이미 나와 있는 상태였다. 사전에 정부와 조율한 결과, 정부의 개편안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마련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편안 발표 전날 저녁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원래는 플랫폼 운송 사업자가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갑자기 ‘렌터카 불가’로 정부입장이 바뀌었다. 김경욱 차관은 “택시 업계의 반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포는 여기에서 1차적인 충격을 받았지만, 렌터카는 핵심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김 차관의 브리핑에서 2차 충격을 받았다. “택시감차 대수 이하로만 (신규 플랫폼 차량을) 허용하겠다”는 내용 때문이다.

코스포는 이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플랫폼 운송 차량의 총량을 제한하는 것까지는 인정하더라도 택시 감차와 1대 1로 교환하는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봤다.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서 이용자가 몰릴 때 그에 맞는 서비스 확장이 불가능하면 이 사업의 미래는 뻔하기 때문이다. 또 플랫폼 운송 서비스의 증차가 택시 감차의 대가가 되면, 서비스를 확장할 때 택시 면허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다.

코스포는 이에 “이번 발표내용은 스타트업 업계와 그동안 협의해온 것과는 동떨어진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운송사업의 제약조건은 혁신의 걸림돌”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코스포는 가시방석에 앉아있다. 지금까지 국토부를 믿자고 관련 업계를 설득해온 주체인데, 이제 와서 국토부를 성토하고 있으니 체면이 많이 구겨졌다. 타다 측은 “코스포, 정부가 이럴 줄 정말 몰랐냐”고 원망할 수도 있다.

또 코스포 회원사에는 타다와 같은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KST모빌리티 등 택시 가맹 사업자도 있고, 카카오모빌리티도 특별회원이다. 여러 회원이 있는데 플랫폼 운송 사업자만 대변하는 것도 논란이 일 수 있다.

문제는 신뢰

이에 코스포는 국토부에 “신뢰를 보여달라”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믿고 국토부 개편안을 지지했는데, 갑자기 뒷통수를 맞았으니 다시 움직이려면 국토부가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토부는 “믿어달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박준상 신교통개발과장은 “내부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금융시장에서 ABS를 발행해 자금을 (저리로) 조달할 수 있고, 최근 감차 추이를 고려할 때 앞으로 3년간 6000천대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타다(또는 다른 스타트업이)가 그 이상을 원한다면 그것 역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관이 공식 브리핑에서 택시 감차대수와 1대 1 대응을 말했고, 1차적으로 플랫폼 운송 차량 900대가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운행되는 타다만 1000대이고 앞으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박 과장의 공언처럼 “충분한 물량”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국토부 과장이 비공식 자리에서 한 말만 믿고 뛰어들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말 고객의 수요에 맞게 증차가 가능하다면,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훼손된 신뢰를 복구할 수 있다. 타다를 비롯한 관련 업계가 함께 동의하지 않으면 현재의 사회적 혼란은 수습될 수 없고, 국토부의 야심찬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길게 얘기 했지만, 핵심 쟁점은 단 하나다. ‘고객의 수요에 맞는 증차’가 가능한 것인지 여부. 이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타다까지도 정부 정책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남혜현 기자>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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