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없던 빅히트엔터에 투자해 1000억원 번 어떤 투자사

방탄소년단(BTS)이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 그러니까 빅히트엔터테인먼트란 회사에 아무도 관심 없던 때, 4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회사가 있다. SV인베스트먼트다.  이 투자사는 이름 없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40억원을 리딩투자해 1000억원을 넘게 벌어 나갔다.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1일 여수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 참석, “우리도 BTS가 이렇게 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며 당시 투자가 “BTS가 아닌, 방시혁 대표를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에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BTS가 유명해졌으니까 누구라도 돈을 넣을 것 같지만, 투자가 일어났던 2011년만 하더라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는 BTS는커녕 단 한팀의 소속 연예인도 없었다. 심지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투자 받은 30억원을 콘텐츠를 만들다 1년만에 모두 소진했고, 회사 가치는 3000원까지 떨어졌었다. 수십억원이 단순간에 퇴계 선생님 몇 장으로 바뀐 셈이다.

낙심할만한데, SV인베스트먼트는 이듬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10억원을 더 쐈다. 혼자만 투자한 것이 아니라, 다른 벤처투자사 세 곳을 더 설득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총 40억원을 수혈받을 수 있게 했다. 박 대표가 이렇게 움직인 데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과, 그 일을 방시혁 대표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이 됐다.

그렇다면, 박 대표는 어떻게 빅히트가 일을 낼 것을 예상하고 투자했을까? 박 대표가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투자의 3단계’를 정리해봤다.

 

[출처=빅히트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빅히트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지 알 수 있는 매출 그래프.

단계 1. 한국기업이 글로벌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을 찾아라

“제2의 SM이나 YG는 꼭 나온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투자할 회사를 찾는데 집중했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로 가치를 크게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리딩 투자해 성장시켜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움직였다. 그런 원칙에 입각해서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확실하게 지원해야 투자금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발견한 곳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다. 일명 빅3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모두 상장했고, 보아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그룹이 계속해 나오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이 어마어마하다고 확신했다.

애초에 SV인베스트먼트 역시 전형적인 VC는 아니었다. 자신들이 창업할 100억원의 씨드머니가 없어서 IPO 자문사를 설립하고 거기서 평판을 쌓았다. 기업을 컨설팅해 상장시키는데 경쟁력이 생겼고, 곧 해외 진출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일년의 절반을 바다 건너에서 일하다 2013년에는 아예 근거지를 상해로 옮겨 일했다. 박 대표는 SV인베스트먼트를 “VC업계의 벤처기업”이라고 불렀는데, 그렇게 한국과 중국을 오가다보니 글로벌로 어떤 산업이 먹혀들어갈지 어느 순간 눈에 보이게 됐다.

 

맨 오른쪽 마이크를 들고 답하는 이가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다. 왼쪽부터 사회를 보고 있는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김애선 KCERN 책임연구원,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단계 2. 리딩 투자를 해서 회사의 대주주 및 경영진과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해라

“40억원을 투자했는데, 3년후 조합평가자산이 3000원이 됐다. ‘4딸라’가 안 됐다. 그런데 작년까지 1088억원을 회수했다. 원금대비 27배가 늘었다.”

문제는, 그 ‘제 2의 SM’이 어느 곳인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이고, 회사가 힘들 때도 믿고 지원할 수 있는 뚝심이다. 박 대표는 SV인베스트먼트가 빅히트에 투자할 때 기준을 ‘그룹’에 두지 않았다. 실제로 BTS가 데뷔한 때는 2013년 6월이다. SV인베스트먼트는 2011년과 2012년에 두 차례 나누어 빅히트에 투자했는데, 당시에는 여성과 남성, 각각의 그룹을 하나씩 데뷔시키겠다는 기획안만 회사에 있던 때였다. 연습생은 있지만, 멤버도 확정이 안 됐던 시기였기에, 팀의 경쟁력이나 인기는 투자의 고려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본 것이 ‘방시혁’ 대표다. JYP 시절부터 ‘총 맞은 것처럼’ 같은 인기곡을 작곡했고, 프로듀싱 능력도 업계 최고로 평가 받고 있다는 점을 높게 봤다. 어릴 때 해외에서 살아 영어를 잘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췄다는 점도 평가 요소였다. 고등학교 선후배들로부터 ,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사람’이란 평판을 얻은 점도 투자자의 환심을 살 요소였다. 이 세가지 요소가 SV인베스트먼트로하여금 빅히트에 투자하게 만든 이유다.

그 다음부터는 회사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믿고 투자했다. 엔터테인먼트는 흥행 요소가 센 산업이라, 개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결국 때를 못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박 대표는 “방시혁 대표의 능력이 변한 것도 아니고 다만 자금이 없었던 것”이라며 “지금와서 보면 후속 투자를 안 했다면 끔찍한 상황이 왔을 뻔 했다, (당시) 좋은 결단을 하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

 

단계 3. 회사를 믿고 진심을 다해 밸류업하라

“김중동 상무가 밸류업을 전적으로 지원했다. 일주일에 세 번은 빅히트를 찾아가서 주요 결정 사항을 다 논의했다. (방시혁 대표와 김 상무) 둘 다 술을 너무 좋아하고 주량도 비슷해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서 모든 걸 상의했다. 회사 출장에도 거의 쫓아갔다.”

박 대표가 세번째로 강조한 것은 ‘밸류업’이다. 회사의 특성에 맞게 투자사가 전적으로 회사 성장을 도우라는 뜻이다. 심지어는, 투자사가 다소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밸류업을 도우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SV인베스트먼트는 방시혁 대표의 지분희석을 막기 위해서 원치 않는 시점에서도 흔쾌히 1차 엑시트를 했다. 이런 결정은 방 대표가 SV인베스트먼트를 더더욱 믿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실제로 엑시트 이후에도 김중동 상무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요청을 받아 1년을 더 등기이사로 일했다.

 

이 3단계에 걸친 투자 성공기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하나에만 국한되냐고 묻는다면,

 

“언제든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다른 산업에서도 제2, 제3의 빅히트가 나올 것이다”

 

가,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답. 다시 말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빨리 알아채고 투자한 회사를 (선택한 자신의 안목을) 믿고, 열심히 밸류업에 힘 쓰면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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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유익한 기사 잘 읽었습니다. 다만, 오타가 눈에 보여 이 부분이 수정되면 좋겠네요. 단계 2번 설명하는 제일 마지막 문단에 ‘엔터테이먼트는 흥행 요소가 센 산업이라, ‘ 에서 ㄴ 받침이 누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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