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가사노동 아웃소싱 플랫폼 ‘미소’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일주일에 한 편,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파출부’라는 표현이 있다. 출퇴근 하면서 청소나 세탁, 요리와 같은 가사 일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었다. 유사한 표현으로 가정부가 있는데, 가정부가 업무에 중점을 둔 표현이라면, 파출부는 출퇴근에 방점을 둔 표현이다. 최근에는 이 표현들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 있어 가사도우미라고 부른다.

과거에 가정부나 파출부를 고용하는 집은 대부분 부자였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주부가 가사노동을 전담했기 때문에 일반 가정집에서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필요성이 적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반드시 부잣집이 아니더라도 가사노동을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고, 1인가족이 증가하면서 가정 내에서 가사노동을 책임질 노동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의 한 장면

이같은 사회적 변화를 스타트업 업계가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가사노동을 제공하고자 하는 가사도우미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자 하는 이용자 사이에서 중개를 하는 플랫폼이 다수 등장했다.

이번주 바스리의 주인공 미소가 대표적이다. 미소는 청소를 중심으로 한 가사노동 중개 플랫폼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15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15만 명의 이용자가 미소를 통해 집을 청소했다. 미소에 등록된 가사도우미는 2만 명에 달한다.

미소와 같은 플랫폼의 등장은 가사노동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간편하고 저렴하게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게 됐다. 미소에서는 3시간, 4시간, 8시간 단위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3시간의 경우 최저 3만8000원(지역마다 가격은 달라진다)으로 청소를 맡길 수 있다. 금전적으로 큰 여유가 없는 가정도 가끔 청소를 맡길 수 있는 가격이다.

가사도우미 노동시장에도 플랫폼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려면 직업소개소를 이용해야 했다. 아침에 직업소개소에 가서 일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도 있었다. 일거리를 못 구해 하루종일 대기하다 발걸음을 되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플랫폼에 등록만 하면 그 안에서 고객을 만날 수 있다. 서비스 제공 시간도 가사도우미가 손쉽게 조율할 수 있게 됐다.

미소의 창업자는 흥미롭게도 외국인이다. 중국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하와이에서 태어난 빅터 칭 대표는 창업을 하기 위해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왔다. 미소는 그가 한국에서 창업한 네번째 회사다. 스포카, 요기요, 친친 등이 그가 창업에 참여했던 회사다. 스포카와 요기요는 성과를 거뒀고, 데이팅 앱 ‘친친’은 실패했다.

칭 대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해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에서 창업을 하면 유용할 것으로 보고 한국 시장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미소를 창업할 때 카카오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한국의 투자사들은 카카오와 경쟁하게 될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투자사들은 카카오의 진출과 관계없이 투자를 한다. 이는 경쟁 우위에 서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미소는 지난 해 와이컴비네이터와 애드벤처, 펀더스클럽, 소셜캐피탈 등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8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칭 대표가 ‘청소’를 아이템으로 잡은 건 본인이 청소를 너무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창업을 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집을 청소할 시간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가끔 가사도우미의 서비스를 받았는데 서비스 이용 과정이나 품질 등에서 만족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플랫폼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칭 대표는 전했다.

칭 대표은 미소가 가진 최대 장점을 데이터 기반 분석과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소는 2시간 단위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초다. 원룸 등 작은 집은 2시간만 청소해도 충분하지만 지금까지는 2시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서비스 공급자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 시간 일하고 이동하고 두 시간 일하고 이동하는 것을 가사도우미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소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 건물에 여러 고객을 묶어서 한 명의 가사도우미에게 맡기는 등의 방식을 도입했다. 이용자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가사도우미의 수익성은 낮아지지 않을 수 있게 됐다고 칭 대표는 설명했다.

홈클리닝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미소는 최근 펫케어, 입주청소 등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청소뿐 아니라 가정 내에서 외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일은 많다. 이런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미소 플랫폼에서 서비스 공급자와 이용자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좋아하는 사람은 미소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케어하고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칭 대표는 “미소라는 이름을 지을 때부터 청소만 할 생각은 아니었다”면서 “미소는 청소뿐 아니라 생활의 편리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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