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 한국 상륙한다

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メルカリ)’가 한국 진출 계획을 밝혔다. 사카타 히로아키(坂田 博昭) 메루카리 마케팅 수석(Senior Marketing Specialist)은 1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K SHOP 2019 컨퍼런스에서 “한국시장 진출 계획이 있다”며 “많은 것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시기로는 올해 말이나 내년을 생각하며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루카리는 2013년 7월 사업을 시작한 일본 C2C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2018년 기준 3468억엔(약 3조7500억원)의 거래액(GMV), 334억엔(36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메루카리가 최근 집계한 MAU(Monthly Active Users)는 1299만명에 달한다. 1억2685만명의 일본 국민 중 약 10%가 한 달에 최소한 한 번은 메루카리 플랫폼을 방문한다는 뜻이다.

메루카리의 최근 3년 거래액 및 매출, MAU 상승 추이. MAU의 경우 최근 1299만명을 넘었다.(사진: 메루카리 발표자료)

메루카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누구나 개인이 보유한 중고물품을 판매하길 원하는 가격에 메루카리 플랫폼에 출품하여 판매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누군가가 올린 중고물품을 메루카리 플랫폼에서 구매하고 배송 받을 수 있다. 누구나 3분 이내에 메루카리 플랫폼에 쉽게 출품할 수 있고, 누구나 원하는 상품을 플랫폼 안에서 쉽게 검색하게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메루카리 서비스의 핵심이라는 메루카리측 설명이다.

메루카리가 재밌는 점은 판매자(출품자)와 구매자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다는 점이다. 판매자가 구매자가 되기도, 반대로 구매자가 판매자가 되기도 한다. 메루카리에 따르면 구매자의 36.7%가 자신의 물건을 메루카리에 출품하며, 반대로 판매자의 55.2%가 메루카리에서 상품을 구매한다.

그렇게 구매가 일어난 상품은 판매자가 알아서 구매자의 주소로 발송한다. 이 때 판매자는 메루카리가 외부 사업자와 협업하여 구축한 물류망을 활용할 수 있다. 판매자는 메루카리가 편의점 등지에 구축한 일본 전국 7만개의 거점에서 ‘단일 요율’로 배송할 수 있다. 메루카리 앱에서 생성된 QR코드를 거점에 설치된 단말기에 스캔하면 된다.

메루카리 플랫폼에서는 중고물품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신품’ 또한 거래되고 있다. 예컨대 브랜드사의 한정판 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웃돈을 올려 메루카리에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다. 이는 한국의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거래행태인데, 이런 판매자를 ‘리셀러’라 부른다. 사카타 수석은 “메루카리에는 리셀링 상품 또한 상당수 거래되고 있다”며 “그 비중은 브랜드마다 다른데 스트릿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의 경우 메루카리에서 판매되는 품목의 60%가 리셀링 신품”이라 설명했다.

메루카리에서 판매되는 상품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여성의류(24%)다. 그 뒤를 엔터테인먼트 품목(21%), 남성의류(17%), 가전(8%)이 잇는다.(사진: 메루카리 발표자료)

메루카리가 현재 집중 투자하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메루카리는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통해 판매자가 메루카리 플랫폼에 올리는 중고 상품을 분석하여 잘 팔릴 수 있는 ‘추천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사카타 수석은 “메루카리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판매자가 출품한 제품에 맞는 적합한 가격을 추천해줄 수 있다”며 “메루카리에는 특정 상품이 절대적으로 ‘이 가격’에는 팔린다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의 실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패 끝 집중한 ‘C2C 플랫폼’

메루카리가 성공 가도만 달렸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메루카리가 2014년 9월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은 예상만큼 가파르지 못했다. 사카타 수석은 “미국시장이 생각보다 많은 성공을 하지 못한 이유는 국토가 넓어서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넓어서 배송 이슈가 있었고, 미국 국민들은 기업 플랫폼을 이용하기보다 개인이 차고 앞에다 중고물품을 놓고 파는 ‘개러지세일(Garage Sale)’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일본은 미국과 다르게 국토가 엄청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메루카리측 설명이다.

메루카리가 2017년 시작한 직매입 중고판매 서비스 ‘메루카리나우’도 2018년 8월 20일을 기하여 서비스를 종료했다. 메루카리에 따르면 직매입 서비스 실패의 주요 원인은 “플랫폼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 메루카리가 직접 사서 판매를 했기 때문”이다. 메루카리가 플랫폼을 통한 중개는 잘했지만, 직접 판매하는 역량은 부족했다는 자체 평가다.

메루카리나우 서비스 종료 공지. 메루카리의 직매입 중고판매 서비스 ‘메루카리나우’는 서비스 출시 8개월만에 종료 수순을 밟았다.

사카타 수석은 “메루카리는 C2C 이커머스 플랫폼 외에도 ‘교육앱’이나 ‘직매입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기존에 했던 C2C 플랫폼에 비해 큰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며 “그 이후 현재 당분간 주력하는 사업은 메루카리일본과 메루카리미국, 결제사업인 메루페이”라 설명했다.

메루카리, 한국에서 성공할까?

메루카리가 예정대로 한국에 진출한다면, 해외진출로는 두 번째 국가가 된다. 중고나라나 당근마켓과 같은 한국의 중고거래 플랫폼들에게는 거대한 외부의 경쟁자가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과연 일본의 C2C 마켓플레이스의 강자는 한국의 중고거래 시장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

먼저 메루카리가 성장을 만들어 낸 ‘일본’과 ‘한국’의 중고거래 문화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 메루카리는 안전거래(에스크로)를 기반으로 성장한 업체다. 메루카리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이 100% 에스크로를 기반으로 거래된다. 그러니까 구매자가 실제 상품을 받고 검수한 이후에 잠시 맡아뒀던 구매대금이 판매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메루카리의 에스크로 거래구조 도식. 메루카리는 그들의 성장을 이끈 핵심동력으로 ‘100% 에스크로’를 꼽았다. (사진: 메루카리 발표자료)

여기서 메루카리는 판매자에게 약 10%의 판매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번다. 메루카리는 만약 판매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메루카리가 아닌 플랫폼에서 거래를 시도하는 것이 모니터링 된다면, 예를 들어서 “메루카리에서 거래하지 말고 트위터에서 이야기 하시죠”라는 코멘트가 플랫폼에 올라온다면 ‘삭제 조치’를 하는 식으로 플랫폼 내부의 거래를 유도한다고 한다.

메루카리와 다르게 한국은 중고거래시 ‘직거래’를 선호한다. 한국에 메루카리의 성장을 만든 ‘에스크로’와 같은 서비스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쓰지를 않는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관계자는 “중고거래시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국 소비자의 비중은 여전히 1%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에스크로 서비스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아까워서 그럴 것이라는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수수료가 아닌 ‘광고’로 돈을 벌고 있다. 실제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모두 ‘광고’를 기반으로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고나라의 경우 중고차를 매입하여 웃돈을 올려 판매하거나, 중고나라 플랫폼에서 중고차를 판매하는 딜러에게 플랫폼 월사용 요금을 받는 식으로 신규 수익모델을 구축하기도 했다.

메루카리가 한국 시장에 일본과 동일한 택배 기반 C2C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들어온다면 ‘가품판매’로 대표되는 문제 또한 해결할 필요가 있다. 100% 에스크로 기반의 거래이기 때문에 한국처럼 중고 휴대폰을 샀는데, ‘벽돌’이 날라 올 일은 없겠지만 가짜명품을 진짜처럼 판매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현재 메루카리는 상품을 구매확정 한 이후 추후 가품 등 문제가 발생하면 CS 채널을 통해 100% 환불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사카타 수석은 “메루카리는 가짜 제품의 특징을 구분할 수 있는 프로 감정사와 협업하여 플랫폼에 올라오는 가품을 감시하고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한 감정도 도입했는데, 아직 완벽하게 되지는 않아서 인력을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어찌됐든 메루카리는 공식 석상에서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메루카리가 한국 진출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긴장될 수밖에 없다. 한국 중고거래 시장에 거대한 폭풍이 불어 닥친다.

[메루카리 의견 추가]

-. 메루카리 본사로부터 한국 진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받았습니다. 해당 기사에 나와 있는 메루카리의 한국 진출 입장은 K-SHOP 2019에서 있었던 메루카리의 한국 진출을 묻는 청중 질의와 이에 대한 사카타 히로아키 메루카리 마케팅스페셜리스트의 답변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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