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창업자이자 법적으로 총수(동일인)인 이해진 GIO(글로벌 투자 책임자)가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GIO는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와 대담을 나눴다.

이 GIO가 공식적으로 대중 앞에 선 것은 3년 만이다. 이 GIO은 대중 앞에 서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다. “내성적 성격 때문”이라고 스스로 설명한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것은 최근 네이버가 창립 2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 GIO은 “20년 동안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모습을 드러낸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대담이라는 형식 덕분에 이 GIO의 평소 생각을 가감없이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대담자인 김도현 교수의 준비된 질문 이외에도 청중의 질문에도 이 의장은 자신을 입장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7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오간 대화 중 주목할만한 발언을 소개한다.

 


“네이버가 제국주의에 끝까지 버티고 저항한 회사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 GIO의 입에서 ‘제국주의’라는 단어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의장은 “미국, 중국에서 시가총액이 1000조(원) 되는 회사가 나온다”며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아마 구글과 같은 글로벌 공룡 기업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구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최근에는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도 점차 줄고, 구글의 점유율은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는 지배자였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이 의장은 “세계의 99%가 거인에 잠식 됐을 때 한 곳(네이버)이 버티고 저항해서 살아남은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GIO는 최근 유럽 시장을 살펴보면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가 유럽에 만든 투자 펀드 이름은 코렐리아펀드다. 코렐리아는 영화 스타워즈 연합군의 베이스 캠프다. 네이버와 유럽의 스타트업이 연합해서 제국주의자(구글)를 막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큰 회사를 탐욕적이고 돈 많은 회사라고 보면서 규제하고 잡는다”며 “중국에선 수십조(원)짜리 비상장 회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만 떼놓고 보면 잘못된 판단을 만들 수 있다”라고도 했다.

 





“CNN도 있지만 KBS도있어야 한다”

김도현 교수는 “네이버가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을 꺼냈다. 이에 대해 이 GIO는 네이버의 존재자체가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 GIO는 “구글은 구글대로 좋은 검색 결과가 나오고, 네이버에도 좋은 검색이 나올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구글에서 검색해보고 안 나오면 네이버에서 검색해 볼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구글에서만 검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GIO는 “구글 이외의 검색엔진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고, 다른 나라에도 (자국 검색엔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라면서 “CNN도 있지만 KBS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버넌스와 투명성은 네이버를 했던 사람들의 자부심”

네이버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회사다. 일감 몰아주기나 편법승계가 불가능한 구조다. 이 의장은 법적으로 네이버의 총수이지만, 네이버 지분의 3.72%만 소유하고 있다. 배우자나 자녀, 친인척은 네이버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계열사도 대부분 모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GIO는 이와 같은 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해 자부심이 커보였다. 그는 “사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공할지 말지는 하늘의 뜻이고, 운이 따라야 하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회사를 투명하게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이 회사를 능력있는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에도, 잘못이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모든 의사결정에 사심을 두지 않았으며, 소신껏 내린 의사결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사업뿐 아니라 회사 모델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트랙터 만드는 회사가 농민 일자리 책임져야 하나”

IT 기반 스타트업들이 전통산업과 갈등을 빚고 있다. IT의 발전으로 인해 전통산업의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4차산업혁명의 그늘이다.

이 의장은 이를 트랙터 회사로 비유했다. 손으로 농사를 짓던 시절에 트랙터가 등장하면 생산성이 대폭 향상되기 때문에 일자리는 줄어든다. 이 때문에 IT기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 GIO는 “트랙터 만드는 회사에 농민 일자리 책임지라고 하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이 GIO는 “트랙터 만드는 회사는 해외 경쟁사보다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고, 농민 일자리 문제는 정치권이나 사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했는데 돈도 못 써보고 죽을 뻔 했다”

‘가장 겁나는 의사결정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이 의장은 의사결정권자의 고뇌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 의사결정자라는게 권력처럼 보이지만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본에서 대지진이 났을 때”라고 회고했다.

당시는 이 GIO와 네이버재팬(현재 라인) 직원들이 10년 넘게 일본 검색 시장을 두드렸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때였다. 그때 동일본 대지진이 났다. 직원들과 가족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GIO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성공했는데 돈도 못 써보고 죽을 뻔 했다”며 웃었다.

이 GIO는 10년 넘게 성과를 내지 못한 일본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 센 여진이 또 온다고 하는데 위험하더라도 다시 열심히 일하자고 해야하는지, 아니면 같이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해야하는지 결정해야 했다.

당시 네이버재팬 인력의 반은 한국으로 돌아갔고, 반은 남았다고 한다. 남은 절반의 인력이 만든 것이 라인 메신저였고, 이는 일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저는 이제 감도 떨어지고 휴대폰 글자도 잘 안 보인다”

이 GIO는 후배 경영인을 키우는 것이 현재 주요 목표라고 한다. 자신은 이제 한발 물러서겠다는 의미다. 이 GIO는 “네이버가 좋은 거름이 돼서 신사업이 터져 나오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자회사를 지원해서 후배들이 만든 회사 중에서 네이버보다 더 큰 회사가 나타나는 게 가장 큰 성공”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웹툰, 스노우 등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네이버의 자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를 여러 개 만들고 싶다는 것이 이 GIO의 바람인 것이다.

이 GIO는 “네이버의 자회사가 네이버보다 더 큰 기업이 돼 종국에는 네이버가 잊혀지고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