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면허가 있다. 의사 면허, 변호사 면허, 자동차 운전 면허, 택시 면허 등.

면허는 자격증과 비슷하지만 자격증과 다르다.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없이도 될 수 있지만, 의사 면허 없이 의사가 될 수는 없다. 면허는, 그것을 보유한 사람만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허준처럼 천부적인 의술을 가진 사람도 국영수 공부를 잘해서 의대(또는 의학전문대학원)를 졸업하고 일정 기간 수련하지 않으면 의사 면허를 딸 수 없다. 아무리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어도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은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

이처럼 면허를 가진 이들은 독점적 공급권을 갖는다. 그 결과 면허제도는 공급을 제한하고, 경쟁을 제한한다. 시장의 원리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가가 면허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있다. 이용자를 위해서다. 시민의 생명이나 재산과 관련된 서비스는 나라에서 자격을 정해준 사람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종의 이용자 보호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 ‘타다’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타다는 본질적으로 ‘택시 면허’에 대한 파괴적 움직임이다. 쏘카와 VCNC는 법의 빈틈을 교묘하게(또는 똑똑하게) 활용해 면허 없이 택시와 유사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한게임 창업멤버 중 한 명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택시 서비스를 하기 위해) 서민은 돈 내고 면허권을 사고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외국계는 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 영업을 하면 되나”라고 비판했다. ‘타다’에 대한 저격이다.

김 대표의 주장은 “택시 서비스를 하고 싶으면 면허를 사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기존 면허 보유자이자 공급자인 개인택시를 보호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또는 현재의 면허제도를 지키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면허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자. 면허는 공급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면허는 이용자를 위한 제도다. 시장 원리에 반하지만 이용자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만든 제도가 면허다.

택시 면허 제도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던져보자. 면허는 이용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데, 택시 면허가 그 역할을 하고 있나? 승객들이 택시에 타면 다른 유사 택시 서비스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끼나?

이용자들은 택시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고 아우성이다. 택시보다 오히려 타다를 탈 때 더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낀다. 과연 이 택시 면허 제도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면허를 통해 택시 공급을 제한하고 독점권을 준 것이 오히려 경쟁을 약화시켜 서비스 품질을 낮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 언급하지만 면허 제도는 공급자가 아니라 이용자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김 대표의 이야기처럼, 택시 면허는 공급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로 이용된다.

물론 서민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정부나 시민사회가 함께 동참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서비스 이용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면 안된다. 수요자의 효용이 아니라 공급자 보호를 의해 만들어진 제도가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공유경제니 혁신이니,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표현은 본질을 흐린다. 타다는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도 뭐도 아니다. 그냥 유사 택시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기존 택시보다 더 좋아하고 타고 싶어하는 서비스다.

택시 면허 제도가 여전히 필요하다면 공급자의 직업 안정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다와 같은 유사 택시보다 더 안전하고 좋은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 면허 제도는 더이상 무의미하다.  과연 택시 면허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김정호 대표는 VCNC가 택시면허를 사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독점적 공급권을 가진 기업을 만들 뿐이다. 독점은 언제나 소비자 효용과 반비례한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새로운 독점자일 리 없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