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ARM 역시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 기업 목록에 올라있는 기업이다. ARM은 직원들에게 화웨이와 유효한 계약, 지원 서비스, 기술적 논의 등을 포함해 모든 업무를 중단하도록 하면서, 만약 이러한 규정을 어기면 개인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RM과의 거래중단은 화웨이에 치명적이다. 구글과의 거래중단보다도 ARM과의 거래중단이 화웨이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프다.

ARM은 직접 컴퓨터나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제조하지는 않지만 이를 설계하거나 반도체 기술 라이선스를 공급하는 회사다. 현재 존재하는 거의 모든 모바일 프로세서는 ARM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애플, 삼성전자,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ARM 기반이다. 화웨이 스마프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ARM과의 거래가 중단되면 오픈소스 안드로이드(AOSP)조차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AOSP는 ARM에서 구동되는 운영체제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없다 해도 AOSP라는 대안이 있지만, ARM과의 거래가 끊기면 화웨이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AOSP가 리눅스 커널을 활용하고 있어 인텔이나 AMD의 x86 프로세서에서 동작하긴 하지만, x86 프로세서는 모바일 디바이스와 어울리지 않고 미국 기업인 인텔-AMD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운영체제도 리눅스 커널 기반이다.

화웨이는 사면초가다. ARM이 없으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고, x86 프로세서가 없으면 PC, 서버, 통신장비를 만들 수 없다. 만약 화웨이가 이런 상황에서 자생하려면 칩셋을 직접 설계하는 수밖에 없는데,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기적적으로 해낸다 해도 AOSP나 리눅스와 같은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없다. 칩셋뿐 아니라 운영체제 커널부터 새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화웨이가 구글의 이탈에 대안을 세울 수는 있지만, ARM의 이탈에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