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년 맞은 다방, 어떻게 버텨왔나요?
요즘 20~30대 청년 중에 자취방을 구할 때 부동산 먼저 들르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기야 하겠지만 그 비율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 직방이나 다방과 같은 부동산 앱이나 네이버 부동산 등의 서비스에서 자신에게 맞는 매물이 있는지 먼저 찾아볼 것이다. 이제 부동산 앱은 거주지를 구하는 젊은이들의 필수템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부동산 앱 양대산맥 중 하나인 다방(법인명 스테이션3, 이하 다방)의 경우 21일 창립 6주년을 맞았다. 불과 6년 만에 거주지를 찾는 우리의 생활양식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주도한 업체 입장에서는 6년이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 6년 동안 임직원들이 겪은 좌절과 환희의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다방 창립 6주년을 맞아 서울 교대역 근처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지난 해 새로 인테리어를 하고 입주한 사무실이다. 여기저기 사무실을 전전하다가 이제 처음으로 다방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낸 사무실이라고 할까? 다방이 스타트업 티를 조금 벗고 안정적인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다방의 창업자이자 CEO인 한유순 대표, 박성민 마케팅 본부장, 김형래 운영팀장과 함께 다방의 6년을 돌아봤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유순 : 스스로 주체가 돼서 일하고 싶은 게 제일 컸다. 게임 회사와 IT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창업을 하려고 몇 번 시도 했었는데 그때마다 함께 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상황이 맞지 않아 실행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다방 창업할 때는 모든 상황이 신기할 정도로 맞아 떨어져서 실행할 수 있었다.
부동산이라는 아이템을 처음부터 기획했나?
한유순 : 다방의 아이템은 원래 개발자로 같이 시작한 친구의 아이디어였다. 초기 아이디어를 함께 발전시켰다.
부동산을 모르던 IT 쪽 젊은이들이 부동산이라는 산업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한유순 : 지금보면 당연하지만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는 앱으로 방을 찾는 게 생소하게 받아들여졌다. 핸드폰 하나 들고 부동산을 무작정 찾아가서 “깔아주십쇼” 하니까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나이드신 분들은 스마트폰이 없는 분도 많으니까. 지금도 기억나는 충격적인 멘트는 “너희 같은 애들 한 달에 두세 팀이 온다”는 거였다. 우리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멘탈이 무너지는 사건들도 있었다. 물론 하다보면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퇴짜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래도 서울의 각 구마다 한 분씩은 젊은 분들이 계셨는데, 그 중에 저희에게 호응해주신 분이 있었다. 가끔씩 지금도 찾아오시는 분 있다.
다방 앱이 부동산 시장에서 해결하려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한유순 : 간단했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시점이었다. 원룸이나 투룸 같은 방을 찾기 힘든 점만 해결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허위매물이다. 처음에는 나이브하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허위매물을 올리는 이유가 매물을 등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집 올릴 때 핸드폰 찍어서 쉽게 올릴 수 있으면 허위매물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쉽게 생각했다.
두 분은 어떻게 다방에 결합하게 됐나?
한유순 : (김형래 팀장을 가리키며) 이 친구는 원래 부동산을 하고 있던 친구였다. 아까 말했던 젊은 부동산 중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사례인데, 컴플레인 하러 자주 왔던 친구다.
김형래 : 제가 김해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었다. 다방 초창기에 김해지역에서 독점으로 영업하고 싶었는데, 서비스 피드백이 답답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컴플레인을 많이했다. 그러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직접적으로 불만을 얘기하다가 나도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방에 들어오게 됐다.
박성민 : 저는 원래 한 대표와 전 직장에서 친분이 있다. 어느날 같이 저녁을 먹는데 한 대표가 “투자를 받을 예정인데 받으면 마케팅 담당을 뽑을 예정이니까 추천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가겠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좀 고민도 됐다. 전 회사는 IT업계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회사였다. (박 본부장 넥슨에서 사업실장이었다). 여긴 아무도 모르고, 연봉도 훨씬 깎고 와야 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한 대표와 이야기 하면서 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
한유순 : 저는 사실 속으로 박 본부장 님이 안 오길 바랐다. 오면 엄청 저를 원망할 것 같았다. 일 잘 하는 대리나 과장급으로 추천해달라니까 본인이 오겠다니. 넥슨 다니다 우리 회사 오면 멘탈 나갈 수도 있는데. 그런데 돌아보니 그게 다방의 터닝 포인트였다. 마케팅도 시작하고…
박성민 : 그 때 혜리 옥상 광고를 찍게 됐고, 혜리 씨가 응답하라 1988 찍으면서 그 광고가 히트를 했다.
사업이 안정화 된 건 언제였나
한유순 : 출시하고 1년 됐을 때 유료화를 시도했다. 사실 유료화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고객이 써주기만 해도 감사할 때였다. 하지만 자금이 떨어지고 서버비조차 낼 돈도 없어서 할 수 없이 유료화를 했다. 놀라웠던 것은 돈을 내기 시작하니까 중개사들이 더 열심히 쓰더라. 매물로 많이 올라왔다. 신기했다. ‘무작정 공짜가 좋은 게 아니구나.’ ‘스스로 제품에 가치를 매겨야 사람들이 인정하고 더 많이 쓰는구나.’를 배웠다.
창업하고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인가?
한유순 : 수익을 내는 회사를 만든 게 뿌듯하고 좋았다. 처음에는 투자 받은 돈을 쓰기만 회사였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추고 안정화 됐다. 이제 어엿한 회사가 됐다는 점, 의미있는 회사를 만들었다는 게 뿌듯하다. 개인적으로는 경영을 배워가면서 보람을 느낀다. 회사의 체계가 갖춰지고 커져가면서 매니지먼트를 배워가는 게 크다.
김형래 : 사소할 수 있는데, 하루에 매출 200만원 찍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조금씩 성장하다가 200만원을 고비로 한동안 정체됐었다. 금방 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벽이 있었다. 일매출 200만원을 넘기는 순간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회식도 했다. 200만원을 넘기고 매출이 가파르게 확 올라갔다.
박성민 : 저는 지금 이 건물 이사왔을 때가 좋았다. 여기가 네번째 사무실인데, 처음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저희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사무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인테리어 끝나고 들어오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가 번듯한 회사가 됐구나.’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한유순 : 이건 좀 기억하기 싫은데, 저희가 좀 살만해졌을 때 경쟁사가 부동산에 압력을 넣어서 저희 서비스를 못 쓰게 한 적이 있다. 우리 매출이 갑자기 곤두박칠 쳤다. 50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떨어졌다. 그 때 회의실에 직원들 모아놓고 우리 망할 것 같다고, 엄청난 위기라고 처음으로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직원들은 크게 동요하진 않은 것 같다.
김형래 : 오히려 직원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되기는 했었다.
그 위기는 어떻게 극복했나?
그냥 버텨낼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독촉장 날아오고 내용증명 날아오는 상황이었다. 6개월 정도 버텼는데 공정위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판결을 내리면서 해소됐다. 물론 그 기간의 피해는 보상받지 못했다.
지난 6년 동안 숨겨진 비화 같은 게 있나?
박성민 : 다방이라는 이름은 초기 개발자의 여자친구가 지어준 이름이다. 처음에는 귀엽고 좋았는데 너무 일반명사라서 우리 브랜딩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도 네이버에서 다방을 검색하면 빽다방이나 청년다방이 나온다.
한유순 : dabang.com이라는 도메인을 사려고 처음부터 몇년간 노력을 했다. 이 도메인을 가진 분은 마시는 차(Tea)를 굉장히 좋아하고,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다. 회사에서 2000만원까지 제안을 했는데 끝내 팔지 않으셨다. 지금은 dabangapp.com이다.
김형래 : 커피 주문하는 전화 엄청 받았다.(웃음)
다방 서비스를 하면서 특별히 차별점으로 생각하는 전략이 있다면?
박성민 : 저희의 전략은 당장에 매출을 올리는 기능보다는, 장기적으로 사용자가 조금 더 편하게 쓸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사용자를 위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를 할 때도 있다. 경쟁사 대비 매출 성장이 더딘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저희 서비스 중에 ‘방주인’이나 ‘다방 프로’ 같은 경쟁사에는 없는 서비스가 있다. 다방 프로는 중개사 전용앱이다. 이런 서비스 제공하는 것은 저희 밖에 없다. 방주인 서비스도 방 주인이 집을 관리 할 수 있는 앱이다. 또 경쟁사는 직거래는 안 되는데, 우리는 직거래가 된다. 무료다. 저희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데서 기획이 시작된다.
한유순 : 가격도 차별점이다. 저희가 지금 경쟁사 대비 유료 고객수는 한 20% 정도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경쟁사가 더 많다. 저희 가격이 아마 경쟁사 대비 가격이 반도 안 될 것이다. 저희는 대신 의미 있는 걸 많이 하려고 한다.
김형래 : 확인매물이나 방주인 같은 서비스는 어떻게 보면 회사 수익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이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확인매물은 어떤 서비스인가?
박성민 : 중개인이 매물을 올리면 부동산 실소유자에게 중개인이 올린 매물 정보, 임대 유형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을 받고 그 이후에 다방 앱에 매물이 노출된다. 확인매물 인증을 받으면 저희 앱 최상단에 노출된다. 확인매물로 올라가면 저희 입장에서는 매물이 나갔는지 안 나갔는지 계속 체크해야 한다. 다방 확인매물 인증이 있는데 허위매물이면 서비스 신뢰도가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유순 : 확인매물 같은 경우는 돈내고 사는 광고보다 상단에 노출된다. 광고비 받지도 않는다. 오히려 검증하기 위한 비용을 더 많이 쓴다.
지금까지 내놓은 서비스 중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서비스와 가장 망한 서비스를 고른다면?
박성민 : 최고의 서비스는 다방면 스코어다. 다방면 스코어는 축구게임에서 선수의 능력치를 스파이더 차트로 보여주듯 매물의 분야별 점수를 매겨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 시작할 때 중개사들의 반대가 심했다. 자기의 매물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다. 사용자가 중개사 리뷰도 작성할 수 있다. 저희에게 돈을 내는 중개사지만 사용자를 우선하기 때문에 들어간 서비스다.
한유순 : 최악은 프로모션 중에 그런 게 있는데, 예를 들어 야구장에서 막대풍선 나눠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각 구단 로고와 다방 로고를 넣어서 잠실구장 앞에서 나눠줬다. 주변 상인들에게 욕 많이 먹었다. 본인들이 판매하는 물품을 우리가 공짜로 나눠줬으니까.
박성민 : 아쉬웠던 프로모션도 있다. 집드림 이벤트. 대국민 이벤트를 해서 당첨자에게 집을 주고, 인테리어도 해주려고 했다. 이벤트를 위해 집을 계약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계획했던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잔금을 치를 수가 없었고, 계약금만 날렸다.
새로운 시도로, 다방페이도 있지 않았나?
박성민 : 다방페이는 비운의 서비스다. 카드로 월세를 받으려면 집주인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임대소득을 얻는 분 중에 임대사업자 등록하시는 분이 8%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현실에 맞지 않았다. 카드 수수료도 현행법상 판매자에게만 부여하게 돼 있다. 구매자가 원해도 수수료 낼 수 없다.
한유순 : 집주인이 카카오페이로 월세 받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생각했는데, 많이 다르더라.
박성민 : 집주인은 월세 밀릴 걱정 없어서 좋고, 세입자는 다양한 카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 좋을 수 있는데, 너무 빨랐던 것 같다.
앞으로의 중점을 둘 서비스 계획은?
한유순 : 올해와 내년의 핵심은 분양과 같은 B2B 사업이 될 것 같다. 중개사에게 광고비 받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고 더 큰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데 포커싱 할 것이다.
박성민 : 누구나 평생 원룸에서 월세 살지는 않는다.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내집마련을 꿈꾸게 된다. 현재 길거리의 분양관을 저희 내부로 끌어들이고 싶다. 분양관을 3D화 하고 저희 서비스 안에서 보여줄 수 있다. 청약가점, 분양일정, 대출 얼마나 되는지 저희 앱에서 알려주고 싶다.
다방이 어떤 서비스로 인식되길 바라나?
한유순 : 쉽고 친숙한 서비스가 되기를 바란다. 지나다가 이 집은 얼마일까 궁금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다방 앱을 열면 원하는 정보를 간편하게 볼 수 있다. 이용자들도 구글에서 검색하듯이 다방에서 궁금한 걸 해소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신다면
김형래 : 허위매물 정말 고민 많이하고,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걸 잘 몰라주는 것 같은데,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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