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보스턴 시에서 열린 ‘레드햇 서밋 2019’에서 깜짝 놀랄 인물이 무대에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였다. 윈도우 제국의 수장이 리눅스 대표 기업을 찾다니, 5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역사의 맞수 한니발과 스키피오가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과 짐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CEO(오른쪽)

나델라 CEO는 무대에서 짐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CEO와 대담을 나누었다. 화이트허스트 CEO는 “5년 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와 레드햇은 적대적인 관계였다”면서 “(현재처럼) 관계가 진전한 것을 보면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두 진영의 리더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더이상 윈도우 회사가 아니고, 레드햇이 더이상 리눅스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이제 클라우드 기업으로 변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서 실행되는 인스턴스의 절반 이상이 리눅스 운영체제라는 점은 두 회사의 현재 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클라우드 시장은 한 회사의 기술만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함께 기술을 만들고, 고객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치열한 경쟁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코피티션(co-petition)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레드햇은 최근 쿠버네티스 이벤트 드리븐 오토스케일링(이하 KEDA)라는 기술을 공개했다. 이는 쿠버네티스 상의 서버리스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컨테이너를 배포하는 오픈소스 컴포넌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버리스 컴퓨팅 서비스인 ‘애저 펑션’을쿠버네티스 클러스터에 컨테이너 형태로 배포할 수 있다. 오픈시프트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플랫폼이라면 애저 펑션 프로그래밍 모델과 스케일 컨트롤러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고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설명했다.

나델라 CEO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 하둡, 쿠버네티스에 기여하고, 닷넷(.Net)을 오픈소스로 가져오고, 깃허브를 지속해서 관리할 것”이라며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 파트너십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동침한 적은 레드햇뿐이 아니다.  레드햇 서밋이 열리기 전 주, 사티아 나델라 CEO는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갔다.  ‘델테크놀로지스 월드 2019’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컴퓨터 만드는 델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파트너이기 때문에 적과의 동침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단지 ‘컴퓨터 제조사’ 델과의 파트너십 때문이라면 나델라 CEO가 직접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를 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나델라 CEO가 직접 움직인 것은 델의 자회사  VM웨어와의 협력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VM웨어는 서버 가상화 시장을 두고 오랫동안 전투를 벌여온 숙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하이퍼-V와 VM웨어의 ESX 서버는 한 때 가상화엔진(하이퍼바이저) 시장을 양분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시대가 되면서 “무슨 하이퍼바이저를 사용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 두 회사 역시 하이퍼바이저를 더 많이 팔기 위한 경쟁을 펼치지 않는다.

그 결고 두 회사는 함께 애저 VM웨어 솔루션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VM웨어 클라우드 파운데이션’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상에서 제공하는 하는 것이다.  VM웨어 기반으로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성해놓은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퍼블릭 클라우드와 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VM웨어는 앞서 AWS와 유사한 제휴(VMware Cloud on AWS)를 맺은 바 있는데, 이를 마이크로소프트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VM는 자체 퍼블릭 클라우드 확산 전략을 포기한 바 있기 때문에 퍼블릭 클라우드 파트너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세계 2위의 클라우드 업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원이 있다고 외면할 상황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엔터프라이즈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의 최강자와인 VM웨어와의 파트너십 없이는 AWS와 경쟁을 펼치기 힘들다.

나델라 CEO는 “컴퓨팅, 가상화, 스토리지, 네트워킹을 모두 제공하는 VM웨어의 클라우드 파운데이션을 애저에 도입해 올해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델테크놀로지스와 VM웨어는 공동의 클라우드 경험과 디지털 업무환경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양사 고객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고 변화하는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있게 됐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