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비 3000원’ 웨이고 택시 기사님과 얘기를 나눠봤다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 블루가 드디어 운행을 시작했다. 웨이고 블루는 택시업계가 스스로 내놓은 혁신안이다. 택시기사에게 호출승인 전까지 승객의 목적지가 고지되지 않는다. 승차거부를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또 별도의 기사교육을 통해 승객에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말을 하지 않고, 차량내부의 청결과 승객의 편안함까지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택시업계가 만든 ‘타다’라고나 할까?

문제는 가격이다. 카카오T 앱으로 호출하는데, 호출비가 3000원이다. 기본요금 3800원(서울기준)에 콜비 3000원을 더하면, 기본요금이 6800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웨이고 블루가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날 3000원 호출비를 내고 웨이고 블루 택시를 호출해봤다. 여의도 사무실 앞에서 콜을 했는데 영등포 역 앞에 있던 웨이고 블루 택시가 잡혔다. 약 4킬로미터 남짓 되는 거리다.

6분 정도 후에 새로 뽑은 K5  파란색 택시가 눈앞에 멈췄다. 탑승을 하니 50대 후반 또는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기사님이 “안녕하세요, 웨이고 택시입니다. 목적지가 ○○○ 맞으십니까?”라고 인사를 한다. 운전석 옆에 낯선 기계가 있었는데, 물어보니 공기청정기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웨이고 택시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궁금증을 해소했다.

 

웨이고 블루 차내에는 공기청정기가 있다.

 

아래는 웨이고택시 기사님과의 대화 내용이다.

심스키 : 오늘 처음 영업 시작하신 건가요?

기사님 : 어제 처음 했습니다.

심스키 : 손님이 좀 있나요? 3000원이 더 비싼데…

기사님 : 어제 8건 받았습니다. 대신 이건 길빵(거리에서 손드는 손님을 태우는 것)도 하고, 카카오택시 콜도 잡을 수 있고, 웨이고 콜도 잡을 수 있어요.

심스키 : 길에서 잡는 분은 3000원 더 안 내도 되나요?

기사님 : 네. 일반 카카오택시로 콜을 잡아도 콜비 안 받습니다.

심스키 : 그럼 다른 게 뭐에요?

기사님 : 손님이 웨이고 콜을 부르면 강제로 콜이 배차되는 거죠. 저희가 승차거부를 할 수 없습니다. 공기청청기도 있고, 친절교육도 받았습니다. 난폭운전도 하지 않고요.

심스키 : 일반 카카오택시를 콜했는데, 웨이고 기사님이 그 콜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기사님 : 그땐 일반 택시와 똑같습니다.

심스키 : 그럼 일반 카카오택시 콜 했는데 웨이고 차량이 오면 그 손님은 행운이네요?

기사님 : 그렇죠. 길에서 잡으신 분도 행운이고.

심스키 : 저희가 웨이고 콜을 부르면 기사님 앱에는 목적지가 안 나오나요?

기사님 : 네, 앞 글자만 나오고 주소는 안 나옵니다.

심스키 : 월급제라고 하던데, 그런가요?

기사님 : 네, 하루에 8시간 40분 근무합니다.

심스키 : 기사님 월급은 누가 주는 거예요?

기사님 : 웨이고 회사(타고 솔루션즈)에서 준다고 합니다. 운행을 하면 근무 시간이 계속 체크됩니다. 식사시간 등은 빼줍니다. 하지만 8시간 40분을 채워야 합니다.

심스키 : 길빵을 하면 콜 멈춤을 하실텐데, 하루종일 콜 멈춤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콜 멈춤 하고 놀아도 회사가 모를 거 같은데.

기사님 : 미터기가 돌아가는지 안 돌아가는지 카카오가 다 안다고 합니다. 데이터를 볼 수 있대요.

심스키 : 헐, 무섭네요. 인센티브는 없어요?

기사님 : 월매출이 500만원 넘어가면 그 이후에 버는 돈은 50대 50으로 나눈다고 합니다.

심스키 : 그 500만원에 콜비 3000원도 포함되나요?

기사님 : 아니요. 그건 카카오가 가져가고 저희는 미터기에 찍힌 것만 계산합니다. (3000원을 카카오모빌리티 다 가져가는 것은 아니고, 타고솔루션즈와 공유한다)

심스키 : 500만원이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인가요? 기존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기사님 : 기존에 사납금이 한달에 420만원 정도였어요. 금요일 토요일은 하루에 20만원 정도 매출이 나왔는데, 평일에는 사납금 채우기도 힘든 때가 많았죠.

심스키 : 기사님은 교육을 따로 받으셨나요?

기사님 : 작년에 1박 2일 파주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때 한 500명 정도 받았습니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송파에서 4시간 교육 있었는데, 재교육 받은 사람만 지금 이거 할 수 있습니다. 교육 엄하게 받았습니다.

심스키 : 무슨 교육을 하나요?

기사님 :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는 법, 이런 거죠. 백화점 판매원처럼 정신교육을 받았어요.

심스키 : 어색하시겠어요.

기사님 : 어색해요. 작년에 처음 교육받을 때는 진짜 엄격했어요. 손님이 차를 타면 “어서오십시오, 웨이고 택시입니다. 고객님의 안전을 위하여 안전벨트 착용해주십시오”라고 말하고, 도착할 때는 “고객님 잊으신 없으신지 확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교육 받을 때는 인사가 너무 길고 어색하다고 해서 “안녕하세요, 웨이고 택시입니다, 목적지가 ㅇㅇㅇ 맞습니까?” “손님, 소지품 확인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바뀌었더라고요.

심스키 : 콜비 3000원은 좀 비싼거 같아요.

기사님 : 처음에는 교육받을 때는 2000원이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3000원이 됐더라고요.

기사님은 친절했다. 말투도 일상적인 말투가 아니라 친절함을 교육받은 말투였다. 길지 않은 시간이어서 많은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기사님도 웨이고 블루 택시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과연 웨이고 블루 택시는 성공할 수 있을까? 승차거부 안 하고, 친절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건데 3000원 더 내야 그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니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기존 택시에서 불쾌한 경험을 많이 한 이들은 3000원이 아깝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웨이고 블루를 탈 것이냐 타다를 탈 것이냐라고 물으면, 아직은 타다를 택할 것 같다. 5인 승 승용차보다 11인승 카니발이 더 넓고 편하다. 아주 장거리가 아니라면 요금도 타다가 더 싼 것 같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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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빠른 취재 감사합니다. 역시 심스키님!!
    길빵이나 카톡택시로 호출하면 추가부담금이 없다는게 조금 놀랍네요. 몰랐던 사실입니다. 웨이고 경영진들은 아니라고 하던데, 제가보기엔 급하게 타다를 벤치마킹 한게 맞는거 같네요. 이렇게 여러 서비스가 나오는건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과정이 합리적이지 못했고 결과로 나온 방안들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무작정 반길수는 없네요. 여담으로 저는 택시 탈일이 있으면 타다만 이용하는데, 한국의 택시요금은 조금더 상향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에 걸맞는 수준이 필요하겠지만요. 수고하셨습니다. 바이라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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